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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박진섭 감독, 어쩜 이렇게 안 풀릴 수가 있나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참 힘드네요."

K리그가 개막한지 불과 두 달 남짓 지난 시점, FC서울 박진섭 감독의 이 한마디에는 팀의 암울한 상황이 모두 녹아있다. 그야말로 '악재종합선물세트'다.

그 시작은 부상이었다. 시즌 전 광주FC를 떠나 서울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 감독은 동계 전지훈련지에서 핵심 미드필더이자 주장인 기성용의 완벽한 컨디션을 보며 희망을 키웠다. '패스마스터' 기성용 중심으로 전술을 꾸렸다. 그런데 개막을 코앞에 두고 기성용의 허벅지 부위에 이상이 발견됐다. 이로 인해 전북 현대와의 개막전에서 전반 교체됐다. 그 이후 빠르게 돌아와 3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팀의 3연승을 이끌었지만, 지난 4월 7일 울산 현대 원정경기 이후 부상 부위에 다시 통증이 찾아왔다. 4월 25일 수원 FC 원정까지 4경기 연속 결장했고, 같은 시기 주력 공격수 박주영과 베테랑 고요한, '돌격대장' 조영욱, 측면 미드필더 박정빈, 중앙 미드필더 한찬희 등의 부상이 맞물려 팀은 4연패 늪에 빠졌다. 구심점이 빠진 상황에서 경기에 나서야 하는 젊은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충을 코치진에게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정도로 서울이 기성용 등 베테랑 의존도가 높은 팀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체불가로 보이는 기성용은 부상뿐 아니라 성폭력 의혹과 투기 논란 이슈에 시달렸다. 기성용측 관계자에 따르면,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기성용은 두 건으로 모두 경찰 조사를 받았다. 아무리 멘탈이 강한 선수일지라도 경찰서에 출두해야 할 상황에 내몰리면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 기성용의 허벅지 상태만큼이나 예민한 상황이 두 달째 계속되고 있다.

컵포함 6연패 부진에 빠졌던 팀은 기성용 조영욱의 복귀와 함께 연패에서 탈출했다. 수원FC와 성남FC를 상대로 강한 추격 의지를 보이며 승점 1점씩 따냈다. 성남전에선 '에이스' 나상호까지 7경기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점점 긍정적인 요소가 늘어나는 시점에 또 다른 대형악재가 터졌다. 부주장이자 주력 센터백인 황현수가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황현수는 지난달 말 성남전에 후반 교체로 출전했다. 이로 인해 방역당국은 서울, 성남 선수들을 접촉자로 분류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따라 선수들은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각각 4경기씩 연기됐다. 서울은 광주(8일) 대구(12일) 전북(15일) 인천전(18일) 일정이 6월 이후로 밀렸다. 무더운 날씨 속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여야 할 때 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였다.

여기에 비록 올 시즌 큰 비중을 차지한 선수는 아니지만 기성용 오스마르 두 핵심 미드필더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한 올림픽 대표 출신 미드필더 한찬희가 다음달 김천 상무에 입대하면서 외인 공격수뿐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도 이적시장에서 찾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선수단과 마찬가지로 서울 모처에서 자가격리 중인 박 감독은 "참 힘들다. 하지만 이것도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이겨내야 한다. 책임지고 좋은 상황을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