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달 말 롯데 신동빈 구단주가 야구장을 찾았다. 무려 6년여 만의 방문.
이 모습을 지켜 본 유통라이벌 SSG 정용진 구단주가 도발했다. SNS를 통해 직격탄을 날렸다. 정용진 구단주는 "동빈이 형은 원래 야구에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도발하니까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며 "계속 도발하겠다. 내가 도발하자 롯데가 불쾌한 것 같은데, 그렇게 불쾌할 때 더 좋은 정책이 나온다. 롯데를 계속 불쾌하게 만들어서 더 좋은 야구를 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례적 도발의 이면에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상생 발전을 이루자는 대승적 차원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현재의' 롯데에는 '좋은 정책, 좋은 야구'가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생소했던 구단주에 대한 구단주의 도발. 롯데로선 야구단을 넘어 그룹 차원에서 기분이 썩 좋을 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야구적으로 할 말이 없는 상황이 생기고 말았다.
그 사건 직후 롯데는 홈에서 10위 한화를 만나 스윕을 당하며 꼴찌로 추락하고 말았다.
하필 딱 그 시점, 삼성은 홈에서 1위 LG를 상대로 스윕을 하며 선두로 올라섰다. 프로야구 창단 팀 중 유이하게 팀 명이 바뀌지 않은 영남 라이벌 두 팀의 극과극 행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뜩이나 두 팀은 최근 3년 간 나란히 하위권을 전전하던 동변상련의 신세였다.
심적으로 의지가 됐던 삼성이 '명가재건'을 외치며 느닷없이 저 멀리 앞서가기 시작하자 롯데의 신세가 더 초라해 졌다.
나란히 2년 차를 맞는 양 팀의 허 감독에 대한 중간 평가도 성적과 함께 갈라지고 있다.
반면, 허문회 감독은 대내외적 소통 문제가 불거지면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타 팀의 도발이, 언론의 비난이, 아픈 건 '꼴찌'라는 현실이 참담하기 때문이다. 만약 성적만 좋다면 모두 웃어 넘길 수 있는 일이지만 쫓기는 자에게 여유가 있을 수 없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꼴찌 탈출 뿐이다. 무겁게 눌린 분위기 속에서 나락의 시간이 길어지면 악순환 고리에 접어들 수 있다.
롯데는 5,6일 KIA와 홈 2연전 후, 대구로 이동해 선두 삼성과 주말 3연전을 치른다. 어려운 승부지만 반전의 화제를 만들기에는 좋은 상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