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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인]'1위에 스윕승 vs 10위에 스윕패' 극명하게 엇갈린 클래식 라이벌 행보, 이유가 있다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과 롯데는 영남을 대표하는 전통의 명가.

40년 프로야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원년인 1982년 부터 팀 명이 바뀌지 않은 유이한 두 팀. 매년 실시하는 두 팀간 맞대결 이벤트를 '클래식 시리즈'라 부르는 이유다.

최근 10여년 간 두 팀의 사이클은 흡사했다.

2010년대 초 삼성은 적수가 없는 왕조를 구축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포효했다.

삼성의 위세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롯데에도 봄이 있었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인 2008년 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후반 부터 두 팀은 동반 하락했다. 삼성은 2016년 부터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새 야구장 라이온즈파크 입주 후부터 암흑기가 시작됐다.

롯데도 2013년 부터 내리막을 탔다. 2017년 시즌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오래 머물지 못했다.

2018년 부터 2020년까지 3년 간 삼성 순위는 6-8-8위, 롯데는 7-10-7위였다. 누가 낫다할 수 없는 도토리 키재기의 동반 암흑기. 전통의 명문 두 팀의 하염 없는 부진 속에 팬들도 지쳐갔다.

그리고 2021년,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두 팀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두 팀은 전혀 다른 클래스의 팀이 됐다. 지난 주말 두 팀의 경기력은 이러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삼성은 1위였던 LG와의 홈 3연전에서 끈끈한 경기를 펼치며 스윕을 달성, 선두 질주에 나섰다. 삼성이 LG와의 3연전을 모두 이긴 것은 왕조시절 끝 무렵이던 지난 2015년 7월3∼5일 시민구장 시리즈 이후 2128일만이다.

반면, 8위였던 롯데는 홈에서 최하위 한화를 만나 무기력 하게 스윕을 당하며 꼴찌로 추락했다. 3연전을 치르기 전 최하위였던 한화는 패기 넘치는 야구로 롯데의 자리였던 8위로 점프하며 희망을 살렸다.

아직 정규시즌의 20%도 소화하지 않은 시점. 현재의 모습으로 시즌 끝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 두 팀의 올 시즌 엇갈림은 내용적으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심상치 않은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허삼영 감독 2년째인 삼성은 확 달라진 모습이다.

겨우내 호세 피렐라와 오재일 등 적재적소에 전력보강이 잘 이뤄진데다, 암흑기 동안 꾸준하게 성장한 미래 세대들이 포텐을 터뜨리고 있다. '효자 외인' 피렐라의 무한 에너지가 잠자던 사자군단의 투지를 이끌어내고 있는 모양새. 허 감독을 중심으로 벤치도 적절한 경기 운영으로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장점을 극대화 했다. 세밀함이 더해지면서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악착같이 따라가 잡아낸다. 1,2점 차 승부에서 7승1패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배경이다.

반면, 롯데 야구는 총체적 난국이다.

지난해에 비해 나아진 점이 없다. 실패가 교훈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 야구가 끈끈해지고 있지만, 롯데 야구는 정반대다. 끈끈함이 없다. 이기면 크게 이기고, 지면 크게 진다. 그러다보니 너무 잦아 신선함이 떨어진 야수 등판 빈도만 늘고 있다. 후반 짜릿한 역전승은 기대하기 힘들다. 5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2승10패, 7회까지 뒤진 11경기 전패다. 리그 최상위권 타격을 자랑하는 팀임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다. 게다가 한두점 차 접전 승부에서는 2승6패로 최하위권이다.

영남을 대표하는 전통의 명문 두 팀의 엇갈린 행보.

오래된 충성 팬들이 많은 두 팀의 분위기는 극과극이다. 달라진 삼성야구에 팬들은 열광하며 야구장을 매진시키고 있다.

반면, 롯데의 열성 팬들은 달라진 것 없는 롯데 야구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의 거대한 팬덤 규모를 감안하면 리그 전체에 악재다.

원년 부터 영남을 대표했던 클래식 라이벌 두 팀. 최근 암흑기를 털어내고 가을야구 동반 진출을 현실화 할 수 있을까. 현재 모습만으로는 선뜻 희망을 이야기 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