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KT위즈와의 창원홈경기를 앞둔 22일 낮 12시30분.
NC 다이노스 창단 멤버 모창민(36)이 NC 이동욱 감독을 찾았다.
시즌 두번째 등록 말소가 된 날.
여러모로 입지가 좁아진 올 시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에게 두번째 2군 행은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후배들의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후배들이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라는 생각도 했다.
이동욱 감독과 허심탄회 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팀의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지난해 통합 우승이란 정점을 찍은 팀. '네버 스탑'이란 구호 속 흔들림 없는 전진. 그 중심은 아무래도 미래를 이끌어갈 후배들의 몫이었다.
실제 이동욱 감독은 지난 겨우내 젊은 야수 육성에 주력했다. "언제까지 모창민 선수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며 새 얼굴 발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평소 거취를 놓고 가족과 주변 지인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했던 터. 자신의 생각과 팀의 방향성이 다르지 않음을 확인한 순간, 모창민은 망설이지 않았다. 쿨하게 은퇴 의사를 밝혔다.
더 이상 미련도 없었다. 그 어떤 요구도 없었다. 트레이드도, 연봉 보전도 요청하지 않았다. 후배들로 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모창민 다운 결정이었다.
모창민은 "팀에 좋은 후배들이 많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팀의 방향성을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팀과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었다"고 결심 이유를 설명했다. 이례적인 시즌 중 전격 은퇴를 결정하게 된 배경.
팀의 초석이 됐던 창단멤버. 조건 없는 결단에 구단도 고마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구단은 올 시즌 선수로서의 연봉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FA 마지막 시즌인 모창민 연봉은 3억 원. 구단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모창민이 퓨처스리그에 머물 경우 연봉이 감액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파격적이라 할 만했다. 구단 측은 "모창민 선수이기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의 은퇴는 아쉽지만 창단멤버로서 구단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해준 게 아니냐. 그 마음 씀씀이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2013년 NC다이노스 창단 첫 안타, 2018년 마산야구장 마지막 끝내기 홈런, 2019년 창원NC파크 첫 끝내기 홈런 등 다이노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주인공. 퇴장은 다소 갑작스러웠지만 끝내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모창민은 향후 전력분석과 프로 스카우트 업무 등 프런트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