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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종근, 작고한 '수호천사' 형에 오열→'삼촌·숙모, 알고 보니 친부모' ('사랑을 싣고')[종합]

[스포츠조선닷컴 이우주 기자] 'TV는 사랑을 싣고' 왕종근이 수호천사 같았던 형을 뒤늦게 찾아왔다는 후회에 눈물을 쏟았다.

21일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는 '원조 아나테이너' 왕종근이 의뢰인으로 나섰다.

부산KBS에서 아나운서를 시작한 왕종근. 왕종근은 부산에 얽힌 추억에 대해 "대구에서 대학 졸업하고 아버지 따라 부산에 왔다. 나의 희망은 아나운서였다. 근데 될 가망이 없으니까 암담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신문으로 모집 공고만 찾는데 '로댕아트컴퍼니'라는 회사의 공고가 있더라. 조각품들을 축소해서 팔아야 했다. 두 달 동안 하나도 못 팔았다"고 토로했다. 왕종근이 찾는 사람은 회사 동료 중 한 명이었다. 왕종근은 "부산에 연고가 없는데 나를 데리고 다녔다. 단짝 같은 형이었다"고 최상훈 씨를 찾는다고 밝혔다. .

연락이 끊긴 이유에 대해서는 '서울로 발령 받아서 3년 동안 친구도 안 만나고 바깥 사람과 단절했다. 그러다 보니까 좋은 사람들을 다 잃었다"고 털어놨다.

어렸을 때부터 말을 잘해 자연스럽게 아나운서를 꿈꿨던 왕종근. 왕종근의 목소리는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것이다. 왕종근은 "아버지가 군인이신데 목소리가 참 좋으시다. 행사에서 아버지가 사회를 보셨다"며 "근데 아버지가 군인 답게 무서웠다. 아버지가 내가 아나운서 된다 했을 때 안 된다고 안 믿으시더라.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라고 냉정했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장남인 왕종근에게 유독 엄격했다는 아버지. 아버지와 데면데면했다는 왕종근은 그 이유로 "출생에 비밀이 있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왕종근은 "어릴 때 제가 부잣집 아들이었다. 집에 장롱과 서랍 안에 돈으로 가득했다. 돈 때문에 서랍이 잘 안 열렸다. 집에서 공장을 크게 했다"고 밝혔다.

"아까는 아버지가 군인이라고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왕종근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우리 집 가사 도우미가 갑자기 나를 불러서 '지금 아버지 네 아버지 아니야'라고 하더라. 삼촌이 내 아버지고 숙모가 어머니라더라. 잘 살았던 그 집은 큰집이었다"고 밝혔다. 삼촌으로, 숙모로 알고 지냈던 사람이 알고 보니 친부모였던 것.

왕종근은 "우리 아버지라고 하니까 너무 보고 싶더라. 아버지라는 말 듣고 바로 버스 타고 그 집으로 가 '엄마'라고 했다. 엄마가 아니라고 하는데 어색했다. 결국 엄마가 우시더라. 얼마나 나를 키우고 싶었겠냐. 결국 아버지도 오셔서 나를 다시 큰집으로 보냈다"고 회상했다.

큰집에서 지내야만 했던 이유는 건강 때문이었다. 왕종근은 "나를 낳자마자 애가 너무 커서 엄마몸이 안 좋아졌다더라. 젖을 못 먹이니까 나까지 아팠다. 둘 다 아파 감당이 안 돼 큰집으로 나를 보냈다"며 "큰 집에 갔는데 곧 올 줄 알았다. 엄마도 나도 몸이 좋아졌는데 큰아버지가 나한테 빠져버리셨다. 아이를 달라고 하지 말라더라. 이후 매일 떼쓰고 난리를 쳐서 결국 친부모집으로 갔다"고 밝혔다.

최상훈 씨가 있다는 김해로 간 왕종근. 왕종근은 최상훈 씨를 보러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 왕종근이 도착한 곳이 묘지였기 때문. 왕종근은 "나이도 얼마 안 됐잖아. 왜 말을 안 해줬어. 어디 있는 거야"라고 오열하며 잠들어있는 최상훈 씨를 마주했다. 최상훈 씨는 4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왕종근은 "왜 그렇게 빨리 갔냐. 내가 너무 무심했다"며 "내가 연락 안 해도 연락 안 할 사람이 아니었는데. 정도 많고 날 정말 아껴주던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누워있으니까 연락을 못했지. 내가 정말 잘못했다"고 후회했다.

최상훈 씨 대신 최상훈 씨의 아내가 찾아왔다. 아내 조갑선 씨는 "2001년도에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갔더니 암이라고 하더라. 위에서 췌장까지 전이가 됐다. 수술은 잘 됐는데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패혈증이 와 회복이 안 되더라"라고 털어놨다. 최상훈 씨는 생전 아내에게도 왕종근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조갑선 씨는 "승승장구할 거라고 잘 될 거라고 늘 이야기하셨다. 서울에 발령 받았을 때도 너무 좋아했다. 잘 될 줄 알았다고 축하했다"고 떠올렸다. 왕종근 역시 "서울에 안 가려고 했을 때도 '큰 데 가서 마음껏 날개 펴봐라'라고 했다"고 고마워했다.

wjle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