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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첫♥의 과정'…'비와당신의이야기' 강하늘X천우희, 촉촉한 아날로그 감성 멜로(종합)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아날로그 감성 무비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관객들에 마음에 촉촉한 단비를 내려줄까.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강하늘)와 소희(천우희)가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하고 벌어지는 일을 그린 감성 로맨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조진모 감독, 아지트필름 제작).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강하늘, 천우희, 조진모 감독이 참석했다.

스마트폰도 SNS도 없던 그때 그 시절의 정취를 담아내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코로나19로 지치고 메말라 버린 관객들의 마음에 촉촉한 감성의 단비를 내려주는 작품. 영호와 소희를 잇는 매개체이자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소재인 편지는 짧은 텍스트로 빠르게 소통하는 것이 일상이 된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기다림이 필요한 손편지의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 편지를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두 사람과 기약 없는 답장을 기다리며 점차 서로의 시간에 스며드는 모습은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단절된 세상에 진정한 소통에 대한 의미를 상기시키며 관객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하지만 캐릭터의 설정이나 상황 설정, 분위기까지 여러 레전드 한국 멜로 영화와의 기시감이 신선함을 떨어뜨린다. 더욱이 아날로그 감성과 레트로를 강조한다는 점이 더욱 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멜로 영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느낌을 준다.'시월애', '동감',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등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오르는 한국 멜로영화만 해도 수두룩하다. 답습이 발전이 되지 못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다만 멜로 로맨스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의 케미는 훌륭하다. '재심' '청년경찰' '기억의 밤' 등 영화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까지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한계 없는 매력과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강하늘은 4년만의 영화 복귀작인 이번 작품에서 지루한 삼수생활을 이어나가는 보통의 20대 청년으로 분해 또다시 공감을 이끌어 낸다. 그러나 '동백꽃 필 무렵'과 옴니버스 로맨스 영화 '좋아해줘'에서 보여줬던 순박하고 착한 전형적인 인물을 떠오르게 하는 자가복제적 캐릭터는 지루함을 자아낸다.

'써니' '한공주' '곡성' 등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해온 천우희는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강렬함을 벗고 평범한 일상의 얼굴로 20대의 시작과 끝에서 청춘의 성장 기록을 써내려 가며 영화의 분위기를 돋보이게 한다.

이날 조진모 감독은 "제가 몇 작품 하지 않았지만, 그간 상황들만 나열하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야기에 선행되는 전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기다림의 시간이 어땠는지 표현하고 싶었다. 시작은 사람에 대한 태도에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게 편지로 하고 싶었고 그리고 그 안에서도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라는 부분도 표현하고 싶었다. 단순히 첫사랑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기까지에 도달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다"고 덧붙였다.이어서 조 감독은 강하늘과 천우희, 두 배우의 캐스팅에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캐스팅은 작가님의 힘이 가장 컸다. 작가님의 감수성과 감정이 배우님께 전달된 것 같다. 정말 불가능할 거 같은 꿈의 캐스팅이 이뤄진 것 같다. 저보다는 각본에 가장 오랜 힘을 할애해주신 작가님과 잘 읽어주신 배우님들의 덕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강하늘은 "대본이 정말 재미있었다. 이런 분위기와 이런 톤을 가진 영화를 대본으로 오랜만에 읽게 된 것 같았다. 읽으면서도 저의 옛날 모습이 떠오르더라. 그래서 이 대본이 더욱 흡입력이 있었고 마지막까지 오는 감동이 대단하고 커다란 감동이 아니지만 앞에서 조금씩 모아갔다가 툭툭 터지는게 더욱 좋았다. 제게 감동을 준 대본이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말했다.

천우희 역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요즘 흔치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90년대 2000년대 초 감성도 느껴졌고, 무엇보다 에필로그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에 아역 친구들의 에필로그가 딱 방점을 찍어주는 것 같았다. 그 부분을 보고 내가 이 작품을 해야 겠다 싶었다"고 말을 더했다.

언론시사회에 앞서 SBS 모바일 콘텐츠 '문명특급'에 출연해 "연기할 때 나라는 줄기에서 시작해 다양한 나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던 강하늘과 천우희. 이날 두 사람은 "이번에는 나라는 모습 중 어떤 모습을 극대화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강하늘은 "작가님 감독님과 이야기를 처음 나눴을 때 영호라는 인물이 많이 비어져 있었다. 그 부분을 제가 나름대로 편한 방식으로 채워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며 "다른 작품들은 캐릭터에 입각해서 내가 조금 더 그 사람처럼 보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면 영호는 정말 강하늘이 하는 반응, 강하늘이 짓는 표정, 강하늘이 하는 호흡을 넣어보려고 노력했다. 감독님도 응해주셨고 작가님도 응원해주셨다. 그래서 굉장히 편했던 작업이다. 저의 어떤 모습을 극대화했다기 보다는 영호의 빈칸을 강하늘이 채운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천우희는 "어떤 모습을 극대화했다기 보다는 그냥 가만히 존재했다는게 맞는 느낌이다. 그동안은 극적인 캐릭터를 맡아서 감정을 극대화로 끌어올리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감독님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며 "저는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표정이나 움직임 등에 대해서 세심하게 이야기를 해주셨고 저도 거기에 맞춰서 극대화가 아니라 최소화를 해서, 혹은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강하늘과 천우희는 수많은 첫사랑 로맨스 멜로 영화와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차별점에 대해서도 말했다. 강하늘은 "정말 좋은 첫사랑 영화, 정말 멋진 배우들이 나오는 첫사랑 영화가 많은데, 우리 영화는 첫사랑을 떠올리는 영화가 아니라 사랑으로까지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고 전했다. 천우희 역시 "다른 첫사랑 소재 영화가 어떤 강렬한 사랑을 느낀 다음에 그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면, 이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삶을 보여주면서 어떤 삼각점에서 만나는 느낌이다"라며 "사랑에 대한 감정에 대해 회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각자의 삶이 중점이 된 것 같다. 한 사람이 한사람에 대해 추억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이야기가 각자 있다는 게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한편,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메이킹 패밀리'(2016), '수상한 고객들'(2011)을 연출한 조진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강하늘, 천우희, 강소라, 이설, 강영석 등이 출연한다. 오는 28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키다리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