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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히어로]'2연속 10K' 21세 아기사자 호투비결 '신인때부터 그분 만났잖아요'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신인 때부터 (강)민호 형과 호흡을 맞추게 된 건 내겐 큰 행운이다. 올해도 형 리드대로 던지니 잘 풀리는 것 같다."

어느덧 '아기사자'란 별명으로 부르기엔 제법 큰 존재가 됐다. 올해로 데뷔 3년차, 어느덧 삼성 라이온즈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원태인은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7이닝 3안타 1사구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치며 삼성의 7대0 완승을 이끌었다.

이날 원태인은 최고 148㎞의 직구에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더해 팀타율 1위 롯데 타선을 농락했다. 이대호 정훈 마차도를 상대로 2개씩, 강태율 한동희 강로한 전준우에게 하나씩, 총 10개의 삼진을 따냈다.

6회까지 원태인의 투구수는 80개. 운이 좀 따라준다면 완봉도 노려볼만 했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완봉 욕심도 있었는데, 7회에 갑자기 투구수(22개)가 많아졌다. 그래서 7회까지만 막고 내려오기로 했다"며 활짝 웃었다. 삼성은 8회 우규민, 9회 심창민으로 계투를 이어간 끝에 전날에 이어 롯데에 2경기 연속 영봉패의 굴욕을 안겼다.

원태인은 지난 13일 한화 이글스 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두자릿수 삼진을 잡아냈다. 이는 국내 투수로는 2014년 5월 15일 양현종(당시 KIA 타이거즈)에 이어 2530일만에 나온 기록이다. KBO 통산 42번째, 국내 투수로는 33번째다.

원태인은 원래 맞춰잡는 투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올시즌은 다르다. 주무기인 체인지업 외에 비시즌 연마한 슬라이더가 한층 날카로워지면서 삼진이 급격히 늘었다. 이날 경기 초반에는 슬라이더, 후반에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원태인은 "주자가 없을 때는 삼진에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 하지만 위기 때는 삼진이 가장 좋은 위기탈출법"이라며 "오늘 변화구 컨디션이 워낙 좋아서 승부가 잘 됐다"고 설명했다.

"정현욱 코치님이 항상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가 돼라'고 하셨다. 슬라이더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체인지업도 더 위력이 생긴 것 같다. 그러다보니 삼진이 더 많아졌다. 6회까지 삼진이 8개였는데, 정 코치님이 '오늘 무조건 10K 채우고 와! 2경기 연속 함 해보자'라고 하셨다. 7회에는 삼진을 노렸다."

올시즌 10개 구단은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렀다. 하지만 원태인은 "전 고등학교 졸업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추운게 익숙하다"며 웃었다. 이어 배터리인 강민호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강)민호 형을 만난건 제 인생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신인 때부터 대한민국 최고 포수와 호흡을 맞추고 있지 않나. 민호 형 리드에 고개젓지 않고 따라가니까 성적이 잘 나오는 것 같다. 오늘도 민호 형이 '오늘 슬라이더가 체인지업보다 더 좋다' 해주셔서 그쪽에 포인트를 맞췄다. 볼배합도 많이 배우고 있다."

강민호와 원태인은 15살 차이다. 하지만 원태인은 "신인 때부터 '선배 말고 형이라 불러라' 하셔서 그렇게 부른다. 투수와 포수는 가깝고 편해야한다고 했다"며 어깨를 폈다.

원태인 외에도 삼성에는 최채흥, 양창섭, 이승민, 허윤동 등 젊은 선발투수들이 많다. 원태인은 "내 자리를 지키고 싶은 생각이 있다. 뺏기고 싶지 않은 마음에 더 열심히 한다"면서도 "(최)채흥이 형하고 어제도 연락했다. 빨리 좀 올라오라고 놀렸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강민호는 "(원)태인이가 지난 경기도 좋았지만, 오늘은 특히 직구뿐 아니라 변화구가 좋았다. 특별한 리드 없이 워낙 공이 좋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후배를 향한 뿌듯함을 드러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