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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플레이어]'스미스 퇴출+뷰캐넌 완봉승' 옥죄는 압력 속 벼랑 끝 출격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1.

키움이 15일 외인 투수를 전격 교체했다. 새 외인 투수 조쉬 스미스를 '구관' 제이크 브리검으로 바꿨다. 단 2경기 등판 만의 빠른 결단이었다.

#2.

같은 날, 삼성 외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데뷔 첫 완봉승을 거뒀다. 대구 한화전에서 2안타 1볼넷 완벽투로 셧아웃 경기를 완성했다.

얼핏 상관 관계가 없어보이는 두 사건.

하지만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본 선수가 있다. 삼성 외인 벤 라이블리(29)였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시즌 초. 2경기 결과는 초라했다.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은 11.42로 치솟았다.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6.30의 기록을 남긴 채 짐을 싼 키움 스미스보다 수치상 비교 우위는 없다.

물론 단순 평가는 힘들다.

스미스는 당장의 기록보다 궁극적으로 KBO리그에서 안 통할 구위라는 판단 하에 교체가 진행됐다.

라이블리는 지난 두 시즌 동안 그래도 보여준 게 있다. 강력한 구위로 좋을 때는 나름 언터처블 모습을 뽐냈다. 가까스로 3년째 재계약에 성공한 배경에는 지난 시즌 후반 활약이 있었다.

하지만 라이블리를 옥죄는 환경은 결코 유리하지 않다.

당장 삼성에게 2021시즌의 의미는 절박하다.

리빌딩이 아닌 윈나우 시즌이다. 오재일 피렐라 영입과 암흑기 동안 키워온 젊은 선수들의 성장 속에 가을야구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미 배수의 진을 쳤다. 허삼영 감독도 김동엽 오재일 최채흥 등 핵심 선수 줄부상 속에 시즌을 시작하면서도 "변명의 여지는 없다"며 흔들림 없는 5강 목표를 강조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주축 선수 부상보다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이 라이블리의 부진이다.

외국인 원-투 펀치의 한 축. 외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빠른 부진 탈출이 절실하다. 뷰캐넌이 아무리 잘 해도 라이블리의 반등 없이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

허삼영 감독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발의 역할을 중시하는 허 감독은 특히 외인 투수들의 이닝 소화를 강조한다. 라이블리에 대해 "강함이 소멸된 기분이다. 다시 살려주고 싶은 생각에 우리 스태프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외인 투수 혼자(뷰캐넌)만으로 시즌을 이끌수 없다. 중간 투수들이 벌써부터 이렇게 많이 올라가서는 시즌을 지탱해가기 힘들다. 선발이, 특히 외인이 길게 던져주는 구성이 돼야 강한 불펜이 될 수 있다. 역할이 크다"고 반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허 감독은 스미스 퇴출이 신경쓰일 라이블리에 대해 "자극이 됐을 것이고, 말 안해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굳이 (교체 가능성을) 표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감쌌다.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삼성은 여유가 없다. 심상치 않게 빡빡한 시즌 초반 판도도 긴장감을 더한다. 초반에 밀리면 만회가 어렵다. 키움의 빠른 외인 교체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조치였다.

그 와중에 팀 동료 뷰캐넌의 약진은 라이블리를 더욱 초조하게 하고 있다.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 15승으로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친 효자 외인. 올 시즌은 더 강해졌다. 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단 3경기 만에 무려 25 탈삼진을 잡아내며 언터처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는 재계약 읍소로 한국을 떠났던 라이블리. 팀의 슬로건 '뉴 블루'에 맞춰 파란색으로 염색하고 돌아온 그는 아직까지 달라진 모습도, 강렬한 푸른 전사의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즌 3번째 등판인 16일 부산 롯데전.

만에 하나 이 경기에서 변화의 조짐이 없다면 삼성 프런트는 플랜B를 본격화 할 공산이 크다.

벼랑 끝 출격. 상대가 만만치 않다.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다.

센 상대가 오히려 '파이터' 라이블리의 투지를 자극해 좋은 결과로 이끌 수 있다. 다만, 관건은 안팎으로 조여오는 무형의 압력과 부담감을 마운드 위에서 얼마나 비워내고 자신의 투구에 집중할 수 있느냐다.

그의 운명을, 어쩌면 삼성의 시즌 외인 구상을 좌우할 수 있는 경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