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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韓영화인은 전부 달변가'…윤여정→봉준호, 美사로잡은 유머와 촌철살인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한국 영화인들은 모두 달변가인가?" 봉준호 감독에 이어서 윤여정까지, 한국 영화인들이 영화 뿐만 아니라 '말'로 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오는 25일(현지시각)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수상이 유력한 여우조연상 후보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의 오스카 노미네이트와 미국조합상(SAG)과 영국 아카데미(BAFTA) 수상이라는 놀라운 기록만으로도 화제의 중심에 서기 충분한 일 이지만, 전 세계 영화팬들은 눈길을 제대로 사로잡은 건 바로 윤여정 특유의 재치 넘치는 '말'이다.

지금까지 가장 화제를 모은 윤여정의 '말'은 BAFTA 수상소감이다. 화상으로 연결된 윤여정은 수상 직후 "모든 상은 의미가 있지만, 이번 상은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인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말해 그날 시상식 중 가장 큰 웃음을 자아냈다. BBC, 할리우드 리포터, 버라이어티 등 해외 유력 매체들은 작품상이나 주연상 수상자(작) 보다도 윤여정에 더 주목하며 "이날 밤의 주인공"이라고 표현했다. 시상식 이후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높아진 오스카 수상 가능성에 대해 "나도 내게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지 모르까 그런거 묻지 마라"고 재치있는 답변을 내놔 외신들의 주목을 받았다.BAFTA에 앞서 SAG에서 윤여정은 "해외에서 이렇게 알려지게 될지 몰랐다. 동료 배우들이 수상자로 나를 선택해줬다는 것이 더 감격스럽다. 미국 배우조합(SAG-AFTRA)에 감사드린다. 이름이 정확한가? 내겐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아"라고 말했고, 이후 인디와이어는 윤여정의 수상소감을 올해 SAG 최고 수상소감으로 꼽으며 "순수하고 정제되지 않고 정직했으며 어떤 소감보다 명료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윤여정의 달변은 본격적인 오스카 레이스가 펼쳐지기 전 지난 해 초 열린 제36회 선댄스영화제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다. 윤여정은 선댄스에서 '미나리' 상영 이후 진행된 무대인사에서 영화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한예리, 스티븐 연의 답변 이후 마이크를 건네 받자 "다들 답변이 진지하다. 그런데 난 저렇게 진지한 사람이 아니다"고 말해 미국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는 "난 한국에서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이 영화는 사실 하기 싫었다. 독립영화였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고생을하게 된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영화가 잘나왔다. 나는 늙은 여배우니까 이제 힘든건 하기 싫다. 그런데 정이삭 감독이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며 유창한 영어로 특유의 솔직한 유머감각을 뽐내 폭소를 자아냈다.

이외에도 윤여정이 각종 외신 매체와 진행한 톡톡 튀는 인터뷰 내용이 공개될 때마다 미국 영화팬과 관객들은 그에게 더욱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오스카 최고의 스타, 봉준호 감독과 비교하며 "한국 영화인들은 죄다 달변가냐"라는 농담 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실제로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4개부문 석권이라는 놀라운 수상 기록 뿐만 아니라 오스카 레이스 내내 특유의 재치넘치는 말로 배우를 능가하는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 영화가 그동안 왜 아카데미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냐"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아카데미는 로컬 시상식이지 않냐"라고 했던 답변은 최대의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자막을 봐야하는 외국 영화에 대해 배타적인 미국 관객들의 태도에 일침을 하며 자막을 "1인치의 장벽"이라고 표현해 찬사를 받았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수상 이후 무대에 올라 "내일까지 마실 준비가 돼 있다!"라며 유쾌한 소감을 건네는가 하면, 감독상 수상 이후에는 함께 후보에 올랐던 79세의 거장 감독 마틴 스콜세이지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하는 수상소감으로 그해 오스카 최고의 명장면을 탄생시켰다.봉준호 뿐만 아니라 오스카 레이스 내내 봉 감독과 동행했던 송강호의 유머 또한 눈부셨다. LA비평가협회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는 무대에 올라 "일부 미국 관객들은 내가 한국에서 아주 잘생긴 배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더라. 하지만 한국에서 나를 잘생겼다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들 내가 매우 이상하게 생겼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를 보고 한국 모든 배우들이 나처럼 생겼을 거라 생각하는 건 큰 실수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또한 "그리고 봉준호 감독과는 20년전 만나 함께 일을 시작했다. 20년 전 봉 감독은 마치 티모시 샬라메처럼 날씬했다. 그런데 지금은 (거구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더 닮았다"고 너스레를 떨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