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프로파일러' 권일용, 故반장님 사망 소식에 오열 '14년전 폐암으로 돌아가셔'(TV는 사랑을 싣고)[종합]

[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이 아버지이자 스승님과 같았던 故 육근무 반장님과 21년 만에 슬픈 재회를 했다.

14일 방송된 KBS 2TV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는 28년 간 대한민국 범죄에 맞서 온 권일용 교수의 인생사가 공개됐다.

강력 범죄 해결에 앞장서 왔던 권일용은 이날 자신을 프로파일러의 길로 이끌어 준 육근무 반장님을 찾아 나섰다.

권일용은 자신이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경찰로서 확고한 신념을 심어 준 반장님을 찾고 싶어하면서도 처음에는 방송 출연을 망설였다고 고백했다.

그 이유에 대해 권일용은 "제가 교도소에서 범죄자들로부터 위협적인 편지를 자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이 '너 때문에 잘 살고 있다'며 위협적인 편지를 보낸다"면서 "저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볼까봐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권일용은 수사과 막내였을 때 자신을 살뜰하게 보살펴 주셨던 고마운 반장님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삼겹살을 못 먹는 그를 위해서 회식 메뉴까지 바꾸었다는 반장님의 훈훈한 일화를 들은 김원희는 "진짜 아버지 아니죠?", "엄마가 막내 편애하듯이 챙기셨네"라며 놀라워했다.

이어 권일용은 "'경찰은 원래 가난한 것이지만 부끄럽지 않게 살아라. 네가 큰소리 칠수 있는건 범인 앞이다. 피해자들 앞에서는 부끄럽고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라는 반장님의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면서 다시 만나게 되면 "혼 안 날만큼 잘 살았어요"라고 마음껏 어리광 부리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의 파란만장 일대기도 공개됐다.

'범죄와의 전쟁'이 한창이었던 시기 경찰학교를 갓 졸업한 권일용은 최전선인 시경 형사기동대에 배치돼 칼 든 소매치기 조직과 조폭을 잡으러 다니는 등 그야말로 아수라장 속 한 가운데 있었다고.

이후 수사과 형사가 된 권일용은 현장에서 감식을 하다 지문을 지워버리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맹연습을 한 끝에 지문 채취의 달인이 되어 3년 만에 특진, 심리 분석도 잘할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아 본격적인 프로파일러의 길로 접어 들게 됐다고 전했다.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수많은 강력 범죄자들을 상대해 왔던 권일용은 잔혹하고 섬뜩한 수사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자신의 사무실로 MC 김원희와 현주엽을 초대한 권일용은 "3천 건 이상 참여했던 프로파일링 사건 모두 기억이 난다"면서 수사 당시의 생생한 기억을 떠올렸다. 특히 권일용은 3년 간 25건 이상 강도 살인 사건을 저지른 희대의 연쇄 살인마 정남규와의 만남을 가장 섬뜩한 순간으로 꼽았다. 권일용은 "(정남규가)저하고 얘기하면서 살인을 추억했다"면서 당시 그가 사건을 설명하면서 너무 행복한 표정을 지어 서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그는 정남규를 보자마자 "처음으로 등골이 서늘했다"면서도 그가 그동안 분석을 해왔던 연쇄 살인범의 특성을 다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널 잘 알고 있다"는 말로 자백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후 증거를 찾기 위해 정남규의 집을 압수수색했다는 권일용은 "책이나 신문 스크랩을 확인해보는데 제가 인터뷰한 기사 사진이 있더라. 범인들은 자신을 추적하는 사람들을 다 찾아보고, 안 잡히기 위해 공부한다. 이후 연쇄 살인범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반가워했다"고 전했다.

권일용은 연일 발생하는 강력 사건을 해결하느라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나는 나가서 나쁜 놈들하고 싸우고 있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처럼 경찰로서 누구보다 사명감과 책임감이 강했던 권일용도 "이러다 길거리에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난 2017년 갑자기 명예 퇴직을 선택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 몸과 마음이 번아웃 됐었다. 식도염도 3기까지 진행이 됐고, 직장에 종양이 생겨서 수술도 했다. 귀도 들리지 않고 혈압도 많이 올랐다"고 안 좋았던 몸 상태에 대해 털어놨다.

권일용은 제복으로 갈아입고 반장님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권일용은 먼저 반장님의 아내와 딸과 인사를 나눴다. 그가 "반장님 뵈려고 찾아”œ다"고 말하자 가족들은 "반장님은 2007년도에 폐암으로 돌아겼다"며 14년전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고 전했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권일용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후 권일용은 직접 찍어줬던 반장님의 과거 사진을 보며 "반장님 저 잘 살았어요. 너무 늦게와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그는 반장님에게 전해주기 위해 쓴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jyn20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