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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연홍 '김순옥 작가도 칭찬, '세친구' 벗었다'..'펜트하우스2'로 얻은 것(종합)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세친구' 속 코믹한 안연홍의 이미지는 완전히 지웠다. '펜트하우스2'의 진분홍은 안연홍의 터닝포인트다.

1988년 드라마 '토지'로 데뷔해 벌써 데뷔 34년차를 맞이한 그는 최근 종영한 SBS '펜트하우스 시즌2'를 통해 오랜만에 미니시리즈에 복귀하며 주목받았다. 그동안 MBC 시트콤 '세친구'의 강렬한 코믹 이미지에 갇혔던 안연홍은 '펜트하우스2'의 진분홍 선생으로 출연하며 극에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더했다.

안연홍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를 만나 "김순옥 작가님의 팬이었고, '펜트하우스'도 좋아해 시즌1을 재미있게 보면서 치킨과 맥주를 시켜두고 본방사수를 하고는 했다. 그런데 제작진에게 섭외 연락을 받고 너무 좋았다. 역할이 크지는 않지만, 나중에 갈수록 반전이 있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얘기를 듣고 시작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한 회 한 회가 나올 때 이슈가 돼서 만약 내가 들어가서 분위기를 해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고, '어울리지 않는데 왜 추가가 됐지?'라는 안 좋은 반응도 올 거라고 생각했다. 조용히 스며들고, 조용히 지나가자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했다.

안연홍이 연기한 진분홍은 등장부터 정체를 궁금하게 만든 캐릭터. '양집사(이로사)의 페이스오프', '심수련(이지아)의 페이스오프' 등 다양한 '설(說)'이 돌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특히나 미스터리한 캐릭터였다. 천서진(김소연)의 집에 들어가 하은별(최예빈)을 챙기는 가정 교사. 안연홍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반응이 훨씬 크게 와서 놀랐다. 한 두 신밖에 안 나오는데도 밥을 먹으러 가거나 장을 보러 가도 궁금해하셨다. 저도 대본을 미리 보지 못해서 '저도 모르겠다'고밖에 답을 못했다. 다른 분들은 이미 설명이 돼있지만, 저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보니 마지막회 쯤에 작가님이 '아이에 대한 집착이 굉장히 강한 캐릭터'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그렇게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로건리의 조력자였다가 뒤통수를 치는 게 아닐까 일반적으로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미스터리하고 소름돋는 진분홍을 완성한 것은 안연홍의 연기 덕분이었다. 안연홍은 스스로 서사를 생각해가며 연기의 결을 맞췄다. 그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고 저도 모르지만, 그냥 애에게 집착하는 것 같지는 않았고, 아이가 잘못돼서 다시는 볼 수 없게 됐거나 그런 상처가 있어서 은별이를 이 환경에서 구해줘야겠다고 생각한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내가 입양이 돼 학대를 당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봤다. 자신의 트라우마가 생각나면서 아이에게 집착하게 된 게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이런 상상도 저런 상상도 하면서 연기했는데 대본에만 충실하자고 생각했던 것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이 된 게 아닌가 싶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라고 생각할 때 시즌2 마무리에서 뭐가 있을 줄 알았는데 증발을 해버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펜트하우스2' 합류 전까지만 해도 안연홍은 여전히 코믹한 이미지가 남은 배우였다. 안연홍은 "기존 안연홍을 아는 분들은 이미지가 있을 거다. '세친구'의 이미지가 이렇게 길게 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도 비교하며 같이 보는 분들이 있더라"며 "이번에 '세친구'의 코믹한 이미지를 한 번에 없애주신 대단한 작가님과 감독님이셨다. 제가 50%를 돈기하면 나머지 50%는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 스모그, 음악이 완성해주셨다. 방송을 보면 '나를 저렇게 소름끼치게 만들어주셨구나' 싶었다. 제가 부족한 부분들을 다 채워주셨다"며 "진분홍이 어느 순간 갑자기 바뀐 순간이 있었는데 작가님이 그 장면을 보시고는 '세친구 이미지 벗었다'는 문자를 주셔서 너무 감사드렸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답장도 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펜트하우스2'에서는 주요 배역들이 감옥에 가고 진분홍과 하은별이 사라지는 등의 예측 불가한 전개를 맞았다. 안연홍은 시즌3를 그리며 "진분홍을 포함해 나쁜 사람들은 최대한 나쁜 짓을 하고 최대한 크게 벌을 받으면 좋겠다. 그래야 권선징악이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벌을 안 받으면 찝찝하고 현실과 같은 것 같아서 싫다. 지금 받은 벌들은 너무 가볍지 않나. 앞으로 그런 것들이 더 나오면 좋겠다"며 "시즌3에서는 진분홍이 나쁜 역할을 잘 해내고 벌도 잘 받아서 답답함이 씻기시면 좋겠다. 진분홍의 정체가 뭔지 저도 답답하지만, 다음 시즌에선 해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펜트하우스'를 통해 '세친구'의 이미지를 벗은 만큼 주변의 관심도 굉장했다. 최근 촬영에 나섰던 '편스토랑'에서도 이영자가 화장실까지 쫓아와 '배로나(김현수)의 생존여부'를 묻기도 했다고. 게다가 아들의 자랑이 되기도 했다. 안연홍은 2017년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상황. 이제는 아들이 밖에 나가 "'펜트하우스' 알아요? 우리 엄마 나와요. 우리 엄마 안연홍이잖아요"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고 했다. 안연홍은 "이혼을 숨기려하지도, 밝히려하지도 않고 순리대로 살았다. 열심히 일을 해야 자식을 잘 키우지 않겠나. 어쨌든 제가 우리 아들에게 큰 상처를 줬지만, 이제는 아이가 엄마를 부끄러워하거나 창피해하지 않고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면 좋겠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다"고 했다.

34년의 연기인생을 거치며 '펜트하우스'는 완벽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안연홍은 "많은 역할을 했음에도 '세친구'가 너무 강해서 그런 쪽으로만 이미지가 갔었는데 지금은 너무 좋다. 젊었을 때는 이런 역할도 저런 역할도 해보고 싶었지만, 이제는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다. 무당이나 기생 연기 같은 것들도 제가 안 해본 것들이 많았고, 제가 안 해봤던 연기를 많이 해서 여러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굉장히 큰 기쁨이다. 윤여정 선배를 보며 너무 가슴이 먹먹해지고 존경스러웠다. '나도 저렇게 멋지게 여배우로서 멋지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펜하'가 저에겐 터닝포인트가 되는 것 같고, 저를 찾아주신 김순옥 작가님과 저를 이렇게 진분홍으로 탈바꿈 시켜주신 신들린 연출의 주동민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히며 시즌3로 새롭게 돌아올 진분홍과 안연홍의 미래를 생각했다.

'펜트하우스'는 시즌3를 통해 오는 6월 돌아온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