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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이용주 감독 '박보검 외에 대안 없었던 '서복', 재발견 된 작품이라 자신'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9년 전 모두의 첫사랑을 소환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든 이용주(51) 감독이 이번엔 영생의 고통과 죽음의 두려움이라는 묵직한 울림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졌다.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이 복제인간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판타지 SF 영화 '서복'(이용주 감독, STUDIO101·CJ엔터테인먼트 제작). 4월 극장가 최고 기대작으로 떠오른 '서복'을 연출한 이용주 감독이 13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연출 의도를 전했다.

멜로 영화 '건축학개론'(12)을 통해 41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로맨스 장르의 부활을 일으킨 이용주 감독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장르이자 9년 만에 컴백작으로 많은 관심을 모은 '서복'. 특히 '서복'은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액션 판타지 영화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제껏 한국 영화에서 다뤄진 적 없는 신선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구현한 '서복'은 기대 이상의 작품성과 미장센, 묵직한 메시지로 한국 판타지 장르의 새 획을 긋는 데 성공, 4월 극장가 기대작으로 등극했다. 무엇보다 '서복'은 기존 할리우드에서 보여준 복제인간 소재의 영화보다 더 심오하고 철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장르 영화 그 이상의 무게감을 더했다. 복제인간의 정체성,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 불멸이 삶이 가져오는 인류의 자멸 등 가볍지 않은 메시지가 영화 가득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건축학개론' 이후 무려 9년간 '서복'에 올인했던 이용주 감독은 "사실 '건축학개론'이 흥행할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고 그런 부분에서 '서복'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먹었지만 또 한 번의 성장통을 겪은 것 같다. '불신지옥'(09) ' 건축학개론' 합쳐도 제작비가 40억이 안 됐는데 이번 '서복'은 160억원이 넘는다. 그런 부담감 때문에 더 오래 걸린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생의 고통과 죽음의 두려움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로 '서복'을 완성하는 데는 이용주 감독의 가슴 아픈 사연도 담겨 있었다. "'서복'을 만드는 데 오래 걸린 이유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불신지옥'을 개봉한 해 가족 중 한 분이 암 투병을 오래 하다 돌아가셨다. 그게 내게 굉장히 큰 충격이었다. 그때 죽음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됐다. '건축학개론'은 이미 오래전 써놨던 시나리오라 무리가 없었지만 '불신지옥' 이후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 지점들이 죽음에 대한 강박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서복'의 이야기를 꼭 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복'의 설정은 기헌(공유)이 바라보는 시점이 중요했다. 기헌이 '살고 싶은지 죽음이 두려운 건지 모르겠다'라는 대사를 하듯 늘 나를 짓누르는 고민이었다. 그런 부분을 기헌에게 투영했다 사람들은 병들고 나이 들면 죽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끊임없이 생명 연장을 원하지 않나? 결코 도달할 수 없지만 끊임없이 도전하는 영생의 삶을 말하고 싶었다. 두려움과 믿음의 테마를 파고들었다. 반대로 서복(박보검)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유한성을 벗어나는 인물이지만 무한성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힐링 된 부분이 있다. 개인적으로 괴롭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고 죽음을 외면하고 싶었지만 시나리오를 쓰면서 정면으로 마주 보게 됐다. 시나리오 쓰는 과정이 내게 구원이 됐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한국 최초의 복제인간 SF를 기획하게 된 과정도 밝혔다. 이용주 감독은 "처음부터 화려한 SF를 기획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복제인간 소재를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객이 기대한 지점이 생겼고 그게 또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영화를 마케팅할 때도 (한국 최초의 복제인간 SF라는 지점을 다루는데) 섬세하게 진행되길 바랐다. SF는 '서복'이라는 영화의 기획에서 어떤 그릇에 담아야 할지 고민하다 선택된 장르다. 그래서 '서복'은 더욱 기헌이 서복을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했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는 "할리우드와 기획부터 다른 작품이다. 당연히 할리우드와 비교했을 때 SF 경쟁력부터 다른 결을 가진다. 보통 이런 식의 할리우드 이야기는 복제인간이 주인공이라 그 시점으로 위기를 돌파하는데 우리 영화는 복제인간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점이다. 이런 영화는 많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오랫동안 고집했던 '서복'의 플롯이 영화 감상에서 관객에게 방해되거나 지장을 주질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캐스팅에 과정에 이용주 감독은"공유에 대한 호감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서복' 시나리오를 쓰고 나서 1순위 캐스팅이 공유였다. 박보검은 '서복'을 2013년부터 쓰기 시작했고 이후 캐스팅 단계에서 섭외하게 됐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 박보검에 대한 정보가 없었는데 캐스팅 단계가 되니 톱스타가 됐더라. 솔직하게 서복 역에 박보검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다행히 박보검이 선택을 해줬다. 캐스팅에 있어서 정말 복 받았다"고 웃었다.

공유와 박보검의 브로맨스 케미스트리에 대해 "두 사람의 비주얼은 다들 좋아하지 않나? 많은 분이 좋아할 거라 믿었고 다만 남성 관객은 부담감을 느낄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했다. 공유는 시한부 캐릭터를 맡았는데 그래서 살을 엄청 뺐다. 병약함을 표현하기 위해 극단의 다이어트를 계속했다. 다들 식사할 때 혼자 닭가슴살 도시락을 싸 와 먹더라. 그게 너무 안쓰러웠다. 철저하게 식단을 하는 걸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공유가 전작 '82년생 김지영'(19, 김도영 감독) 촬영을 할 때 현장을 찾아가 만나기도 했는데 그때 만난 공유와 '서복' 때 공유가 인상이 너무 달라 놀랐다. 그걸 '서복' 내내 유지하는 걸 보고 또다시 놀랐다. 스트레스가 많은데 예민함을 티 내지 않은 것도 대단했다.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다. 공유는 로맨스가 강했던 배우였는데 '서복'에서는 인간의 나약하고 연약한 모습이 새롭게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또한 박보검에 대해 "박보검의 서복은 무구한 느낌, 무서운 느낌 두 가지 양면성을 보여줘야 한다. 박보검은 전작에서 무구한 이미지를 많이 보여줬다. 그런데 나는 무서운 느낌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카메라를 통해 보였을 때 정말 놀랐던 지점이 많았다. '서복'을 통해 박보검의 재발견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복'의 최초의 기록은 복제인간 소재뿐만이 아니다. '서복'은 지난해 12월 극장 개봉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개봉을 연기, 고심 끝에 오는 15일 극장 개봉과 함께 CJ ENM이 운영하는 OTT(Over-The-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티빙과 동시 공개를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 블록버스터로는 최초로 '극장-OTT 동시 공개'를 시도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용주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부담이 컸다. 전작들은 정신없이 후반 작업하고 개봉하기 바빴다. 그런데 이번에는 1년간 후반 작업했음에도 개봉을 미루게 됐다.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애매해진 기분이었다"며 "그런 부분에서 걱정이 됐는데 티빙과 동시 개봉을 결정하게 되면서 조금이나마 가닥이 잡혔다. 한편으로는 티빙을 같이 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어쩌면 티빙 공개는 실험이다. 데이터가 전혀 없는 실험이다 보니 기대 반, 걱정 반 심정이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첫 영화 참여 작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03)이었다. 내게 첫 필름 작품이다. 두 시간 남짓한 영상물을 만드는데 엄청난 공력을 쓰고 그 노력의 결과를 큰 스크린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과정을 알게 됐다. 그런데 OTT로 넘어가면서 그 공력을 다 보여주지 못할까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국에서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 또 많은 분이 볼 수 있지 않나? '불신지옥' '건축학개론'을 지금은 극장에서 볼 수 없지만 OTT로 다시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가 오래 남아서 많은 분이 볼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 큰 축복인 것 같다. 그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서복'은 공유, 박보검, 조우진, 장영남, 박병은 등이 출연하고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5일 극장과 OTT 플랫폼 티빙에서 동시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