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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리포트]실책으로 첫 안타 놓친 추신수, 분노의 홈런포로 강렬한 신고식

[인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무안타 갈증을 시원하게 날린 한 방이었다.

SSG 랜더스 추신수(39)가 드디어 KBO리그 첫 안타를 신고했다. 추신수는 8일 인천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팀이 1-0으로 앞선 3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쳤다. 한화 선발 투수 닉 킹험이 뿌린 시속 137㎞ 체인지업 초구가 가운데 높은 코스로 형성되자, 지체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높게 뜬 공은 누구나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뻗어갔고, 그대로 담장을 넘겼다.

사실 추신수는 앞서 첫 안타 기회가 있었다. 1회말 1사 1루에서 우익수 방면으로 타구를 날렸다. 한화 우익수 김민하가 앞으로 뛰어오면서 공을 잡으려 했지만 글러브에 맞고 튀었고, 그 사이 추신수는 2루까지 진루했다. 공식 기록은 김민하의 실책. 추신수의 첫 안타 작성은 그렇게 무산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추신수는 두 번째 타석에서 장쾌한 홈런포로 드라마틱한 반전을 만들어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추신수는 3경기서 10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시범경기를 통해 꾸준히 타격감을 끌어올렸지만, 정규시즌에서 첫 안타는 좀처럼 잡히지 못했다. 팀이 0대17로 대패한 7일 한화전에서도 추신수는 교체 없이 4타석을 소화했으나, 볼넷 1개를 골라냈을 뿐 무안타에 그쳤다. 마지막 타석에선 제법 큰 타구가 중견수 뜬공에 그치자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장갑을 강하게 벗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SSG 김원형 감독은 8일 한화전을 앞두고 "추신수의 안타가 곧 나올 것이다. 멀리 봐도 10경기를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타라는 게 빗맞아서 나올 수도, 장타로도 나올 수 있다"며 "한 번 활로를 뚫으면 심리적으로 편해지고 타석에서도 자신감을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추신수의 안타가 없을 때 최 정, 최주환이 해결사 노릇을 했다. 시간이 흘러 추신수의 안타가 나온다면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김 감독의 예측대로 추신수는 장쾌한 홈런포로 첫 안타를 신고하면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홈런으로 막힌 '혈'을 뚫은 추신수는 팀이 3-4로 뒤지던 4회말 2사 1, 2루에서 한화 김범수로부터 깨끗한 우전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멀티 히트'에 성공했다. 이 1점으로 균형을 맞춘 SSG는 이후 팽팽한 투수전 끝에 8회말 2득점에 성공, 6대4로 한화를 꺾고 전날 0대17 대패를 설욕했다.

이날 경기장엔 추신수의 부모님이 찾아 아들의 활약상을 지켜봤다. "부모님께 국내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국내 복귀 이유를 밝혔던 추신수에게 멀티 히트는 최고의 직관 선물이 될 만했다.

추신수는 경기 후 "감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 스윙도 많이 하고 신경을 썼다. 미국에서 했던 것은 했던 것이고, 어떻게든 감을 찾기 위해 노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2회 수비 때 슬라이딩을 하면서 무릎이 땅에 걸렸는데 이후 다리가 안 좋았다. 감독님과 상의해서 경기를 빠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프면서도 해봤던 기억이 미국에서도 있었다. 팀에 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면 할 수 있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리고 계속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그동안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이들의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뭔가 하고 싶었는데 잘 안돼 심적으로 부담감이 있었다"며 "치고 나니 좀 편안해지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추추 트레인'의 질주가 시작됐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