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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이슈]'아듀! SK 와이번스!' 비룡군단 21년의 추억, 이젠 신세계로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이제 'SK 와이번스'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SK 와이번스가 5일 회계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식적인 행보를 마무리 한다. 제주 서귀포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해 온 선수단은 이날 청백전을 마친 뒤 송별식인 '굿바이 와이번스 데이' 이벤트에서 유니폼 반납식 등의 행사를 갖는다. 6일부터는 'SK 와이번스'라는 명칭 대신 신세계그룹이 정한 새 이름을 달고 뛴다.

SK 와이번스라는 이름은 2000년 3월 세상에 공개됐다. 2000년 1월 쌍방울 레이더스 해체 뒤 프로야구 참가를 선언한 SK그룹은 기존 구단 인수 대신 신생팀 창단을 선언했다. 현대 유니콘스가 떠난 인천 연고로 '와이번스'라는 이름을 달고 새 출발을 선언했다. 데뷔 시즌 승률은 0.338. 신생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시즌 총 관중 8만4563명이라는 숫자에서 드러난 인천 팬들의 냉대 역시 SK의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하지만 SK는 빠르게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갔다. 2002년 숭의구장을 떠나 메이저리그식 시설이 갖춰진 문학구장 시대를 맞이했고, 이듬해엔 창단 4시즌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여전히 '돌격대' 이미지가 진했던 SK는 다른 팀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조범현 감독 시대를 거친 SK는 2007년 김성근 감독 취임과 함께 '왕조'의 서막을 열었다. 2007년 창단 첫 페넌트레이스 우승 및 한국시리즈 제패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및 총 3번의 우승(2007~2008년, 2010년)을 만들었다. 강도 높은 훈련과 데이터에 기반한 벌떼야구, 보직파괴 등 당시 프로야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비룡군단의 전성기였다. 2012년 이후 잠시 소강기를 가졌던 SK는 트레이 힐만 감독 체제였던 2018년 V4를 달성하면서 다시금 정상에 우뚝 섰다.

SK는 단순히 야구만 잘하는 팀이 아니었다. '스포테인먼트'라는 단어를 국내 프로스포츠에 정착시킨 팀이기도 하다. 선수단 뿐만 아니라 구단이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해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의 마케팅-홍보로 이슈몰이를 했다. 창단 초기만 해도 SK에 차가운 눈길을 보냈던 인천 팬들이 빠르게 와이번스의 팬으로 흡수될 수 있었던 것은 프런트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성과였다. 실력과 재미를 모두 잡은 SK는 결국 팬들로부터 삼미-청보-태평양으로 이어진 인천 야구의 적통을 이어 받은 팀으로 당당히 자리 잡게 됐다.

찬란한 역사를 쓴 SK 와이번스의 마지막 시즌은 그래서 아쉬움이 가득하다. 2019년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우승을 놓친데 이어, 포스트시즌에서 충격의 3연패로 시즌을 마감한 뒤 와신상담하며 돌입한 2020년 초반부터 10연패 악몽에 시달렸다. 염경엽 감독이 경기 도중 쓰러지고 박경완 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등 시즌 내내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창단 후 최악인 9위의 성적에서 반등을 이루기 위해 김원형 감독 체제로 변신하고 외부FA 최주환을 데려온 SK는 올 시즌 반등을 다짐했지만, 지난 1월 26일 신세계그룹에 1352억원에 인수되면서 막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의 행보는 21년 전 SK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이다. 역대 최고 한국인 메이저리그 야수인 추신수를 영입했고, 구단주가 유력한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팬들과 소통하는 파격적 행보로 이슈몰이를 했다. 이르면 5일 새로운 팀 명칭을 발표할 신세계의 올 시즌 과제는 SK 와이번스가 21년 간 쌓아 올린 역사를 이어받을 만한 자격과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