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96m가 기네스북 최장거리골?…구상민'100m 골'은 어찌됐나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구상민 100m 골은 어떻게 된거야?"

최근 기네스북(월드레코드) 협회가 축구 최장거리 골 신기록을 발표<스포츠조선 1월22일 보도>하자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문득 떠오른 궁금증이다.

기네스북은 지난달 22일(한국시각) 잉글랜드 리그2(4부리그) 뉴포트 카운티(웨일스)의 골키퍼 톰 킹이 기록한 96.01m(105야드)짜리 골이 신기록으로 인증받았다고 발표했다. 킹은 21일 첼트넘타운과의 22라운드 경기서 이같은 기록을 작성했다. 종전 기네스북 기록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토크시티에서 뛰던 베고비치가 2013년 11월 2일 사우스햄턴을 상대로 터뜨린 91.9m(100.5야드) 골이었다.

이 뉴스가 나간 뒤 축구팬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구상민의 일명 '100m 골'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 아이파크 소속으로 상무 제대를 앞둔 구상민은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 소속이던 지난 2014년 7월 25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김해시청과의 경기서 경이적인 골로 화제를 모았다. 왼발로 골킥을 한 것이 상대 진영 페널티박스에서 한 번 바운드된 뒤 전진 수비하던 골키퍼의 키를 훌쩍 넘어 골망을 흔들었다.

현대미포조선 구단과 실업축구연맹(내셔널리그)이 두 차례에 걸쳐 실측한 결과 99.8m였다. 당시 현대미포조선 구단 관계자들은 "20세이하 FIFA월드컵(2017년) 개최 후보도시 실사를 앞두고 울산종합운동장은 국제규격(골라인 간 거리 105m)에 맞게 조성된 상태였다. 직접 줄자를 대고 측정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이 골은 국내 성인 축구 최장거리로 기록됐고, 구단과 연맹은 기네스북 등재를 추진했다. 하지만 해를 넘기도록 지나도록 지지부진, 팬들 기억에서도 서서히 잊혀져갔다. '비용 문제 때문에 기네스북 등재가 미뤄졌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후 또 다른 대행업체가 나서 다시 도전한다는 뉴스도 나왔다. 이후 현대미포조선 축구팀이 해체되고 내셔널리그가 대한축구협회 디비전(K3, K4)으로 편입(2019년)되면서 구상민의 장거리골에 대한 소식은 완전히 사라졌다.

스포츠조선이 당시 관계자들을 수소문 해 확인한 결과 '구상민 골'의 기네스북 등재 무산엔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등재 시도 초기 대행업체가 요구하는 비용(3000만원 가량)이 부담스러웠던 것은 맞다. 이후 2015년 5월쯤 또다른 기관을 통해 재시도를 하려 했지만 역시 적지 않은 비용과 함께 양측간 의견도 맞지 않았다.

그래서 연맹은 기네스북 협회 측과 직접 접촉키로 하고 영문 번역 서류와 해당 영상, 실측 자료 등을 보냈다. 하지만 기네스북 측에서 날아온 답변은 'A매치나 프로 톱리그 수준의 경기에서 나온 기록만 인정하므로 한국의 내셔널리그는 해당이 안된다'였다. 결국 6개월간 들인 공은 물거품이 됐다.

당시 내셔널리그 관계자는 "한국 K리그 바로 밑 단계의 준프로리그로, 일반 아마추어 리그와는 다르다라고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인증받은 킹이 소속된 잉글랜드 리그2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서열의 하위 마지막 단계로, 그 다음이 한국의 내셔널리그 격이다.

이에 대해 한 축구인은 "기네스북 본부가 영국이다. 그들의 우월주의적 시각으로 볼 때 잉글랜드 축구에서 나온 기록이 깨지는 것이 달갑겠나. 우리 내셔널리그가 저평가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