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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이슈]이마트 왜 '창단' 아닌 '인수'였을까? 이마트는 이미 인천야구장 곳곳에 스며있었다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기업 오너들의 빅딜에 프로야구계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신세계 이마트가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를 인수한다. "앞으로 유통업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파격 베팅이 현실화되기 일보직전이다.

한 달여 전 오너들의 구두약속에 이어 이마트와 야구단의 지분100%를 보유한 SK텔레콤 고위층이 극비리에 업무협약(MOU)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야구단 직원들은 인수·매각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야구 팬들의 입장에서 궁금한 건 두 가지다.

첫째, 이마트는 왜 재정적으로 어려운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를 놓아두고 인수 초점을 SK에 맞췄냐는 점이다. 우선 기업 오너들끼리 대화가 통했다. 반대로 키움을 인수하기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그 중에서도 최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가 2018년 말 횡령, 배임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아 수장들끼리 교감을 이루기 쉽지 않다.

두산그룹 같은 경우에는 야구단 매각에 관심이 없다. 두산그룹은 구조조정을 시작하며 두산중공업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를 팔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야구단 매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구단을 지켰을 때 나타나는 효용이 오히려 상당할 것으로 회사가 판단해서다. 때문에 애초부터 정 부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이에 교감이 이뤄질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마트는 왜 '창단'이 아닌 '인수'를 선택했을까란 의문도 든다. 인수 금액도 2000억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이 정도면 창단을 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그러나 연고지와 인프라를 생각하면 창단보다 인수가 쉽게 수긍이 간다. 우선 대한민국에서 열정적인 팬이 많이 많은 연고지에는 대부분 야구 팀이 있다. 시즌 중 삼성 라이온즈는 포항, 한화 이글스는 청주에서 일부 경기를 치르는 등 팬 확충을 위해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팬 확보가 잘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연고지에는 대부분 기존 야구 팀들이 자리잡고 있다. 강원도가 야구 불모지로 낙후돼 있지만, 강원도에선 프로축구 강원FC도 외면받는 신세다.

또 이마트 입장에선 인프라 여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창단을 할 경우 이마트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아진다. 지역 신인 지명을 위한 팜 선정부터 선수와 프런트 구성, 팬 확보 등 일이 커진다. 특히 창단을 택했을 경우 당장 2021시즌부터 유통 사업과 연결시키킬 타이밍이 늦었다. 가장 중요한 팬 확보도 중요한 부분이다. 반면 창단과 달리 인수는 팬 베이스가 이미 마련돼 있고, 야구단 운영비에다 신축 야구장 건설까지 따지면 2000억원 인수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나을 수 있다는 내부 검토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마트에게 야구장은 낯선 곳이 아니다. 특히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는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마트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국내 최초로 야구를 보며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이마트 바베큐존'이 5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었다. 2019년에는 야구장 스카이박스를 활용해 이마트 브랜드룸이 조성되기도 했고, 상대 인기 팀이 원정을 올 때 '그린썸머페스티벌' 등 다양한 이벤트로 SK 팬들에게 스며들어 있었다. 이마트는 이제 일반인들에게 너무 익숙해져버린 이미지라 야구단이 마케팅 협업을 하는데 큰 제약없이 손잡을 수 있는 파트너였다. 실패 확률을 줄이고 통 큰 투자로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도 기업 오너의 사업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마트는 오랜 친구같은 인천과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려는 것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