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사실상 한국 축구의 모든 게 결정되는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그 중에서도 6층(대한축구협회)과 5층(한국프로축구연맹)이 '메인'이다. 6층의 꽃은 전무이사이고, 5층에선 사무총장이다. 이번주 두 자리의 얼굴이 달라졌다. 박경훈 전 제주 감독(60)이 정몽규 협회장의 부름을 받아 협회 전무이사에 발탁됐다.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는 조연상 사무국장(54)을 승진 발탁했다.
정 회장과 권 총재는 나란히 3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자신들과 일할 핵심 기둥을 새롭게 가져갔다. 그 배경은 좀 달랐지만 두 얼굴의 공통점은 '부드럽고 섬세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정 회장은 '포스트 홍명보 전무'를 놓고 고민이 깊었다. 2017년 11월 이후, 3년간 협회 전무 일을 잘 수행한 '행정가 홍명보'는 울산 현대 사령탑으로 '현장 컴백'했다. 정 회장은 축구인이 현장으로 가겠다는 걸 말릴 수 없었다. 정 회장은 여러 채널을 통해 추천을 받았다.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 다양한 경험을 한 박 전무였다. 신임 박 전무는 A대표 선수, 프로 감독, 교수, 협회 이사, 협회 기술위원 등을 두루 거친 축구인이다. 정 회장의 제안을 받고 전주대 교수직을 그만두는 용단을 내렸다. 박 전무는 전임 홍 전무와는 또 다른 결의 사람이다. 홍 전무는 말 수가 적은 대신 카리스마로 상대를 압도한다. 박 전무는 '외유내강'이다. 그림을 좋아하고 또 잘 그린다. 어린 시절 공을 잘 차지 못했다면 캔버스 앞에서 붓을 들고 있을 멋을 아는 사람이다. 사람들과 대화에 막힘이 없고, 그 주제가 매우 다양하다. 일을 추진할 때 매우 '디테일'한 것까지 잘 챙기는 꼼꼼한 스타일이다.
권 총재는 자연스런 내부 승진을 통한 변화를 선택했다. 8년간 자신을 거의 완벽하게 '서포팅'한 한웅수 사무총장을 부총재로 올렸고, 그 자리를 조연상 사무총장으로 메웠다. 조 총장은 한 부총재 밑에서 축구 행정의 모든 걸 배웠다고 한다. 한 부총재는 K리그에서 행정의 달인으로 통한다. 지난 8년 동안 K리그의 행정 선진화를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한 부총재의 목표설정과 추진력은 강력하다. 그의 리더십을 통해 K리그는 작년 코로나19 충격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권 총재는 한 부총재가 견실하게 다져놓은 프로연맹 사무국에 또 한번의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 일을 할 주인공으로 트레이닝이 잘 된 조 총장을 골랐다. 조 총장은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양쪽에서 행정을 다 해본 몇 안 되는 인물이다. LG스포츠에서 LG트윈스 마케팅과 홍보를 책임졌고, 한 부총재의 선택을 받고 K리그로 온 후 축구 행정가로 변신했다. K리그 콘텐츠를 어떻게 포장하면 국내외에 잘 팔 수 있을 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프로 장사꾼'이다. 조 총장은 박 전무처럼 누구를 만나도 대화의 막힘이 없고, 달변가다. 그는 사람을 부드럽게 다룰 줄 안다. 그는 요즘 K리그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마케팅본부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2020년의 축구회관은 우울했다. 그렇지만 2021년 1월, 축구회관에는 새로운 기대감이 감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한국 축구는 두배로 더 도약할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