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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어메이징 장윤주·이타적인 문소리'…김선영이 말한 '세자매'와 배우의 의무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배우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의무'를 가진 사람이라 생각해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세자매'(이승원 감독, 영화사 업 제작). 극중 소심덩어리 첫째 희숙 역을 맡은 김선영(44)이 20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내가 죽던 날', '말모이', '미쓰백', '허스토리' 등 영화와 '오! 삼광빌라' '사랑의 불시착', '사랑의 불시착', '동백꽃 필 무렵' 등 드라마까지, 매체를 오가며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과시해온 배우 김선영. 그가 남편인 이승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세자매'에서 상처를 감추고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가는 희숙 역을 맡아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

극중 김선영이 연기하는 희숙은 대들며 반항하는 딸과 가끔 찾아와 돈만 받아 가는 남편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세 자매 중 첫째 딸이다. 상처가 곪아 속이 문드러져도 '미안하다' '괜찮다'는 말로 버티며 살아왔지만 가려져 있던 모든 상처들이 어느 순간 곪아 터지고 모든 것들이 흔들리게 된다.이날 김선영은 남편인 이승원 감독과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 것에 대해 "저는 연극부터 남편과 작업을 많이 했었다"며 "연극 작업부터 10년 넘게 해와서 손발이 잘 맞고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안다. 매체가 영화로 간건 다르지만, 연출과 배우로서는 자연스럽고 편안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선영은 극중 다뤄지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등의 소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저는 이 영화가 물리적인 가정폭력이나 아동 학대가 스토리에 중심에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학대와 폭력은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것도 있지만, 눈빛의 폭력, 언어의 폭력도 있다. 우리는 늘 모두가 폭력적인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 엄마로서 나의 눈빛과 내 한숨이 어떨 때 아이에게 학대이고 폭력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자매'는 우리가 어떻게 그런 것들을 어떻게 치유하고 봉합하는지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가 물리적인 폭력과 학대가 중심에 놓은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진짜 친자매 만큼이나 남다른 호흡과 애정을 나눈 문소리, 장윤주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서로의 촬영 분량이 아님에도 촬영에 와서 함께 호흡했다며 "정말 이런 촬영은 또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특히 김선영은 문소리에 대해 "언니 연기력은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분들이 다 알고 있지 않나. 연기를 진정성 있게 잘 하다는 건 이미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라고 입을 열었다. "저는 언니가 대한민국 영화계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언니가 이창동 감독님께 '영화는 같이 만들어가는 작업이다'라는 걸 배우며 연기를 시작하셨다고 하셨는데, 그걸 정말 실천하면서 연기하는 배우다"라며 "배우가 내 연기 내 인물에만 집중하면 이기적으로 보일 수가 있다. 그런 면에서 언니는 정말 이타적인 사람이다. 늘 평화로운 방식으로 늘 밀도있게 좋은 작품을 위해 고민하는 배우다. 그렇기에 좋은 시너지가 많고 배울 점도 많은 배우다"고 덧붙였다.

또한 촬영 내내 장윤주의 연기 선생님을 자청했다는 김선영은 "윤주가 아무래도 연기를 많이 쉬었고 저는 연기 디렉팅을 극단에서 늘 해왔기 때문에, 윤주가 원하면 촬영 때 마다 도와주겠다고 했다. 윤주가 좋다고 했고 촬영 내내 윤주의 연기를 보면서 상의하고 도왔다. 굉장히 친밀해 졌다.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주는 정말 놀라운 배우다. 연기라는게 디렉팅도 중요하지만 흡수력이 정말 중요하다. 윤주는 워낙 몸으로 많은 감정을 표현했던 친구 아닌가. 얼마나 많은 창의적인 예술가들을 만나 왔겠나. 제가 디렉팅하면서 만났던 친구들이 족히 50명이 될 텐데, 그중에서도 윤주는 흡수력이 가장 '어메이징'했다. 제가 거의 찬사를, 찬양을 했다. 제가 정말 윤주에게 반했다"고 말했다.김선영은 '세자매' 등 최근 한국 영화에 불고 있는 여성 주체 영화의 선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남성이 주체가 된 영화가 나오면 아무 것도 묻지 않지만 여성이 주체가 된 영화가 나오면 '여성 주체 영화'라고 강조하고 관련한 질문이 나온다. 그런 건 당연히 남성 영화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성별의 주체로서 영화가 나눠지지 않을 만큼 밸런스가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또한 배우로서 가진 신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제 마음 속에서 연기라는 것은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어떤 사람이 해주신 말인데 '배우는 누군가를 공감해야 할 의무를 가졌다'라고 하더라. 저는 그래서 늘 그 말을 생각한다. 늘 누군가를 공감하는 의무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려고 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공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나. 사람에 대해 잘 공감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오해가 된다. 하지만 공감이 의무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을 더욱 깊게 생각하고 집중하게 된다. 그게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세자매'는 '해피뻐스데이'(2016), '소통과 거짓말'(2015) 등을 연출한 이승원 감독이 연출했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조한철, 현봉식 등이 출연한다. 오는 27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리틀빅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