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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유다인X오정세가, 일 하는 자의 존엄성에 대하여(종합)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일하는 자의 존엄성을 말하는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파견 명령을 받아 하청업체로 가게 된 정은(유다인)이 1년의 시간을 버텨내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이태겸 감독, 홍시쥔·아트윙 제작). 19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유다인, 오정세, 이태겸 감독이 참석했다.

'나는 나를 해고 하지 않는다'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그린 단편 '복수의 길'(2005), 아버지의 벽화를 간직하기 위해 필름을 구하러 가는 순수한 소년의 여정 '소년 감독'(2007)을 연출한 이태겸 감독의 두번째 장편 영화. 회사에서 인정받는 우수 사원이었으나 갑작스럽게 권고사직을 마주한 정은이 1년 동안 파견을 가면 다시 원청으로 복귀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제안을 수락하고, 하청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일들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고용의 불안정, 위험의 외주화가 더욱 만연해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동시에 보여준다. 그럼에도 스스로의 존엄성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을 보여주며 '내 일' 있는 내일을 응원하고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배우들의 울림 있는 연기도 눈길을 끈다. '혜화, 동'으로 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후 '출사표', '속물들', '닥터스' 등의 작품에서 매력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은 유다인이 정은 역을 맡아 노동자의 존엄성을 보여준다. '동백꽃 필 무렵', '사이코지만 괜찮아', '스토브리그', '스윙키즈'등 만나는 작품마다 캐릭터 맞춤 완벽 변신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오정세 배우가 정은을 묵묵하게 지지하는 막내 역을 맡아 깊이를 더한다.

이날 이태겸 감독은 "살아가다보면 힘든 일이 있지 않나. 저도 첫 영화를 만들고 뒤에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 환경을 접했다. 그때 우연히 사무직 중년 여성이 갑작스럽게 지방 현장직으로 파견이 됐고 그 곳에서 버티고 있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그 기사를 보고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시나리오를 쓰면서 우리에게 있어서 직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직업이 우리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을 영화 전체적으로 정서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주연배우 유다인과 오정세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택한 이유를 전했다. 유다인은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 KTX 승무원 전원 복직 뉴스가 보도됐고 그들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송이 됐다. 그래서 이 시나리오가 그냥 영화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해야겠다고 싶었다. 영화가 어떻게 나오든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어 극중 정은에 대해 "여자라는 이유로,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권고사직 위기를 겪고 있다. 사방이 벽으로 막힌 낭떠러지 위에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나아가겠다는 심리적인 마음에 집중해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시나리오가 말하는 여러가지 사회문제도 있지만, 그냥 막내라는 인물이 저에게 확 들어왔다"고 입을 연 오정세. 그는 "저의 주변에 딱 막내같은 인물들이 있었다.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감히 저는 '저렇게 열심히 일하면 적어도 이만큼은 대우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데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다. 그런 와중에 막내라는 인물을 만났다. 제가 큰 무엇인가를 이루진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이들에게 작은 응원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극중 막내라는 인물을 구축해 갔던 과정에 대해 묻자 "딱 제가 가지고 있던 머리, 피부톤이 딱 막내라고 생각했고 당시의 오정세가 가지고 있던 것을 캐릭터로 가지고 오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또한 유다인과 오정세는 쉽지 않았던 송전탑 촬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유다인은 "심리적인 부분은 충분히 예상을 해서 특별히 힘들진 않았다. 그런데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 송전탑으로 높이 올라가는 건 무섭지 않았는데 무거운 장비들을 줄줄이 달고 올라가고 그런 것들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오정세는 "송전탑 올라가면서 연습을 했는데 심리적 육체적으로 힘들다기 보다는, 조금만 올라갔는데도 다른 세상에 있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는 유다인 오정세를 비롯해 김상규, 김도균, 박지홍 등이 출연한다. 오는 28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주)영화사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