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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110승 차우찬-97승 유희관, '다른 듯 같은' 현실은 무엇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통산 110승 투수와 97승 투수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구단들 재정 상태가 악화되면서 시장 환경이 얼어붙은데다 기대치 또한 높지 않기 때문이다. 차우찬과 유희관은 지난해 11월 말 FA 시장이 개장된 이후 40일 넘게 미계약 신분을 벗지 못하고 있다.

원소속팀 말고는 사실상 갈 곳이 없다. 지난달 중순부터 LG 트윈스와 협상에 들어간 차우찬은 제시받은 조건을 받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희관은 새해 들어서야 두산 베어스와의 협상 테이블이 본격 마련된 모양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투수로 군림했던 둘은 철저한 '을'의 입장에서 평가를 받는 처지가 됐다.

차우찬은 이번이 두 번째 FA 협상이다. 2016년 12월 역대 투수 최고액인 4년 95억원에 LG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첫 시즌부터 베테랑의 안정된 경기운영을 과시한 차우찬은 2019년까지 별다른 부상없이 풀타임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LG는 차우찬이 할 만큼 했다고 본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두산전서 어깨 부상을 입고 그대로 시즌을 마감하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13경기 5승5패, 평균자책점 5.34를 기록해다. 5개월여가 지난 지금도 재활 과정을 밟고 있다.

LG는 차우찬과 재계약할 방침이지만, 조건은 4년 전과는 판이하다. 이미 지난 달 차우찬 측에 계약 조건을 전달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인센티브 조항이 폭넓게 들어간 2년 계약이 유력해 보인다. LG 차명석 단장은 "우찬이는 건강하다면야 문제될 게 없다. 크게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팀에 필요한 존재지만, 나이와 부상 위험에 따른 마이너스 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차우찬은 그나마 FA 대박을 터뜨려 봐 '욕심'이 크지 않다. 그러나 유희관은 상황이 다르다. 나이 34세가 돼서야 처음으로 FA가 됐다. 대학 졸업후 입단한 데다 군복무를 마치고 1군 풀타임을 27살에 처음 소화한 때문이다. 어렵게 얻은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동안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지만, 시장 평가는 기대치를 한참 밑돈다.

통산 97승에 8년 연속 10승대를 마크한 투수가 FA 시장에서 외면받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두산은 허경민 정수빈 김재호 등 야수 FA를 잡는데 올인하느라 유희관과의 협상은 뒷전이 됐다. 지난해 12월 두 차례 비공식 접촉이 있었고, 새해 들어 지난 11일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이 마련돼 계약 조건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희관은 지난 시즌 27경기에서 10승11패, 평균자책점 5.02를 기록했다. 9번의 퀄리티스타트를 올리는 등 나름 역할을 했지만, 9월 발목 부상에 이어 10월 초 갑작스런 난조로 로테이션을 거르는 바람에 풀타임 선발 진입 후 최소인 136⅓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유희관 역시 2년 계약이 유력하다. 두산은 '합리적인 선'에서 대우한다는 방침이다.

차우찬과 유희관이 타팀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30대 중반의 나이와 부상 경력, 그리고 부담스러운 보상금 때문이다. A등급인 유희관은 '선수 1명+9억4000만원' 또는 14억1000만원이고, B등급인 차우찬은 '선수 1명+10억원' 또는 20억원에 이른다. 협상 환경, 즉 현실이 막막하다는 걸 본인들도 잘 알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