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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국내 전훈 관건은 날씨 뿐? 진짜 변수는 익숙한 환경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동계훈련'은 흔한 장면이었다.

겨울 산행은 물론 계곡 얼음물, 바닷물 입수도 흔한 풍경이었다. '정신력 강화'라는 명목 속에 진행됐던 그때 그 시절 훈련은 시즌 전 스프링캠프 시작을 앞두고 항상 회자됐던 장면들이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국내 스프링캠프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면서 그 풍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변수 속에 따뜻하고 좋은 시설이 갖춰진 해외 원정길이 막힌 10개 구단 모두 올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해외 캠프 때와 차이는 있을지언정, 최대한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좋은 그라운드 상태를 만들기 위해 그라운드 키퍼를 대동하거나 새 훈련 장비를 만드는 것은 물론, 영양사까지 대동하고 캠프를 차리는 팀들도 있다.

이번 스프링캠프는 특이한 장면도 많이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하나가 캠프 기간 선수들의 출퇴근. 원정길에 오르는 SK 와이번스(제주도)와 KT 위즈(부산-울산)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은 홈구장 내지 2군 시설을 활용한다. 한화 이글스는 경남 거제로 원정길에 오르지만, 2주간 진행되는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부터는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와 서산 2군 구장에서 각각 2차 캠프 일정을 소화한다. 때문에 SK, KT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 선수들은 '출퇴근제 스프링캠프'라는 생소한 환경에서 시즌을 준비한다.

해외 전지훈련의 여건과 생활에는 차이가 있다. 따뜻한 날씨와 훌륭한 시설은 몸을 만들기에 제격이지만, 한 달 넘게 불편한 숙소 생활을 하는 것은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니다. 3~4일 훈련 뒤 하루 휴식으로 재충전 시간을 갖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편안한 여건에서 재충전 시간을 갖게 될 선수들에게 국내 훈련은 반길 만하다.

이런 익숙한 여건이 시즌 준비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해외 전지 훈련 기간에는 훈련을 전후한 시간 실내 훈련시설에서 부족한 훈련량을 채우거나 동료, 코치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집중력 있게 훈련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훈련외 시간을 오로지 선수 스스로 잘 관리해야 한다. 외부 환경과 접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우려를 키울 만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선수 스스로 컨디션 관리를 잘 하는 게 효율적인 훈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출퇴근제로 캠프 일정을 소화한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 역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이어져왔고, 선수들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황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훈련 집중도를 높일 수도 있다"고 했다.

2월 말부터 진행될 연습경기는 대부분 '당일치기 이동'이 될 전망이다. 해외 전훈 때도 각 팀은 연습경기를 치르기 위한 원정길을 대부분 버스 당일치기로 소화한 바 있다. 중부-남부 권역별로 훈련 지역이 나뉜 만큼, 자연스럽게 인접 팀과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짜일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