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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운명같이 만난 캐릭터'…'콜' 전종서, '괴물 신예'가 만든 희대의 여성빌런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희대의 여성 빌런 '영숙'은 오롯이 전종서(26)로부터 탄생했다.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콜'(이충현 감독, 용필름 제작). 극중 미래를 바꾸려는 여자 영숙 역의 전종서가 30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데뷔, 단숨에 스크린 기대주로 자리매김했던 전종서. 청룡영화상, 대종상 영화제, 백상예술대상 등 주요 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충무로가 주목하는 대세 배우임을 증명한데 이어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모나 리자 앤드 더 블러드문'의 주인공으로 발탁, 할리우드 진출을 확정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괴물 신인' 전종서가 다시 한번 모두를 놀라게 한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영숙은 우연히 전화 한 통으로 20년 후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서연(박신혜)과 연결되면서 예견된 자신의 미래를 바꾸려는 인물. 서연과 정서적 공감대를 쌓으면서 보여주는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어느 순간 돌변해 무시무시한 여성 살인마로 변모하는 모습을 그야말로 소름끼치게 연기하며 극중 압도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단언컨대 지금껏 한국 영화에서 단 한번도 본적 없던 가장 강렬하고 소름끼치는 여성 빌런의 탄생이다.이날 전종서는 '콜'의 넷플릭스 공개에 대해 반기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영화 촬영이 몇년전에 끝내고 개봉을 계속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 와중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저 역시도 넷플릭스를 너무 사랑하고 넷플릭스 안에 존재하는 모든 컨텐츠를 안 본게 없을 정도로 봐왔다. 그래서 '콜'이 넷플릭스 안에서 개봉을 한다고 해서, 더 많은 분들이 가깝고 편하게 '콜'을 접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뻤다"고 전했다.

공개 이후 본적 없는 강렬한 캐릭터를 탄생시킨 전종서를 향해 쏟아지는 극찬들. 전종서는 이러한 반응을 접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까지 공개와 동시에 재미있게 봐주실거라 예상을 하지는 못했다"며 쑥쓰러워 했다. 그러면서 "'콜'이 공개되고 주말동안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있어서는 배우분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주신 분들이 생각이났다. 예를 들면 촬영감독님과 다른 스태프들과 의상팀, 분장팀, 제작사, 피디님, 감독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영숙이를 만들어주셨다. 사소한 것부터 신경을 써주셨기 때문에 '콜'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누구하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었고 모두 마음이 하나처럼 맞았고 모두가 에너제틱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셨다"며 함께 해준 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콜'을 택한 이유를 묻자 전종서는 "시나리오가 정말 잘 쓰여있었고 설계가 잘 돼 있었다. 시간 간극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이 되는데, 과거와 현재 시점을 왔다갔다 하는 격차가 속도감 있게 진행이 되고 저에게도 그 속도감이 잘 전달이 됐다"고 답했다. 이어 "그리고 영숙이라는 역할이 제가 연기를 하면서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역할이다. 그런 캐릭터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영숙 같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전종서는 "저는 영숙이 악역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아이콘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영숙이 충분히 아이콘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역할이 착한 역, 나쁜 역으로 나뉘기 쉬운데, 저는 이 인물이 왜 이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걸 인식하고 싶었다. 그렇게 보신다면 속도감 있게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런 면을 관객들에게 설득해 보이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극중 영숙이라는 인물에 대해 "영숙이에 대해서 아직은 어떻다고 말씀을 드리긴 어렵다. 영숙에게 싸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연쇄살인마 등의 수식어가 붙는 것 같다. 그런데 저는 영숙이라는 캐릭터를 딱 무엇이다라고 정의를 해두진 않았다. 영숙은 영숙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저는 영숙을 인간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연기를 하려면 영숙을 이해해야 했다. 영숙이 말이 안되는 행동을 하는게 비상식적이긴 하지만, 연기하는 저는 그렇게만 볼 수는 없었다. 스스로 영숙이 하는 행동에 대해 타당성을 찾으려고 했다. 그래야 보시는 분들도 설득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전종서는 영숙이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특정 작품이나 영화 속 캐릭터를 참고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에 굉장히 히트하고 있었던 빌리 아이리쉬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참조를 많이 했다. 그리고 시나리오에서도 나오지만 서태지의 노래나 그분의 영상을 유튜브로 접하고 많이 생각하려 했다"고 전했다.

영화 속에서 영숙의 캐릭터를 자극시키거나 흥분시키는데 사용되는 서태지의 음악. 전종서는 "제가 세대가 다르기 때문에 서태지의 열풍에 대해서는 몸으로 체험하진 못했다. 유튜브로 접했다. 그런데 유튜브로 접했는데도 힘이 느껴지는게 크더라.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태지에 미쳐있었는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며 "서태지의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들었다. 서태지의 노래는 모든 가사에 스토리가 있더라. 요즘에 나온 음악은 스토리가 그렇게 들어가 있는게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서태지의 음악에는 스토리와 감동이 있는 것 같더라. 그런 면에서 영숙의 캐릭터의 영향을 받았다. 서태지의 노래를 들으면 심장이 쿵쾅 거리고,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울 수 있고 깨어 있는 사람을 재울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빌리 아이리쉬와 서태지의 영향. 하지만 영숙 캐릭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극중 영숙과 대립각을 세우는 캐릭터 서연(박신혜)이었다. 서연이의 말이나 상황에서 많은 해답을 찾으려고 했다는 전종서는 "영숙과 서연은 절대 만날 수 없는 선상에 놓여 있지만 평행으로 함께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숙이 90년대에서 무엇인가를 하면 서연도 2000년대에서 또 무엇인가를 하지 않나. 그럴때 영숙과 서연의 에너지가 같아야 했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 많았다. 연기는 정 반대로 보일 수 있지만, 영숙이 뭔가를 할 때 거울처럼 존재하는게 서연이고, 서연이 뭔가를 할 때 영숙 또한 거울처럼 존재를 했기 때문에 저에게 해답은 바로 서연이었다"며 "제가 과열이 돼 있을 때, 서연이 그 정도로 많이 무너져 줘야 했다. 제가 가까이 다가가면 딱 그만큼 서연은 멀어져야 했다. 그런 것들이 비례돼야 했다. 제가 먼저 촬영을 하고 그 이후 신혜 선배님이 촬영을 하셨는데, 신혜 선배님이 제가 연기한 걸 모니터링을 하시고 거기에 맞춰 에너지를 가져가셨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전종서는 자신의 에너지에 맞춰 연기를 해준 서연 역의 박신혜에게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제가 '콜'이 두번째 영화인데, 함께 기를 해본 첫 여배우가 신혜 선배님이다. 그런데 서로 촬영장에서 만나는 신도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입을 열었다. "제 캐릭터 영숙은 수비 보다는 공격을 위주로 하고, 서연은 방어와 수비를 많이 해야 했다. 일종의 공을 가지고 피구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제가 공격을 놓을 수 있는 모든 곳에는 서연이 방어를 해주는 에너지가 같아야 했는데, 그 합을 맞추는데 있어서 선배님이 저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써주셨다. 그걸 거울 삼아서 연기를 했다. 그래서 신혜 선배님께는 감사함이 더 컸다"고 전했다.또한 "저는 아직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신혜 선배님이 가지고 있는 안정감과 무게감을 흉내도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선배님이 가지고 계신 안정감이 우리 영화에 없었다면 우리 영화가 매우 가벼워졌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영숙이 정말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하기 때문에 신혜 선배님도 정신적으로 힘드셨을 거다. 그런데 그게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같은 무게로 중심을 잡아주셨다. 영숙과 서연은 하나였기 때문에 누구 하나 힘이 빠지거나 오버하면 영화의 밸런스가 깨졌을 것 같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에 정말 많이 배웠다. 신혜 선배님같은 무게감을 배우고 싶다"며 웃었다.

데뷔작인 '버닝'부터 대중의 큰 관심을 받은 전종서. 그는 '버닝' 이후 '콜' 공개까지 부담감은 없었냐는 질문에 부담을 느끼기 보다는 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위해 노력하는 게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버닝'을 마치고 나서 개봉을 늦어졌긴 했지만, '버닝'을 끝나고 바로 '콜'을 촬영했다. '버닝'의 객관적으로 모니터링을 되게 늦게 하게 됐는데, 모니터링을 하며 많은 분들이 '버닝'에 주신 충고나 코멘트를 섭렵을 하고 발전하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 것들을 충분히 보안하려고 했다. 좀더 성숙한 모습으로 '콜'에 다가가고 싶었다"고 전했다.

'버닝'과 비교해 '콜'을 촬영하면서 연기를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긴 부분이 있냐는 물음에는 "'버닝'을 촬영할 때와 '콜'을 촬영할 때의 마음가짐은 전혀 다르지 않는다. 여전히 연기가 너무 재미있고, 연기를 사랑하고 영화를 사랑한다. 앞으로도 마음가짐이나 태도는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버닝' 혜미에 이어 '콜' 영숙까지, 두 작품 모두 강렬한 캐릭터로 주목을 받은 전종서는 "전 항상 에너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에너지가 저의 전부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항상 스스로를 에너제틱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뭐가 있을지 생각한다. 그게 영화를 보는 것 일수도 있고 음악을 듣는 일 일수도 있고 옷을 사는 일 일수도 있다. 저는 저를 에너제틱하게 최적화인 상태로 만들기 위해 늘 물을 주려고 한다"며 "보시는 분들이 '버닝'도 '콜'도 너무 에너지를 많이 쓰고 캐릭터가 세다고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더 보여드리고 싶고 더 도전하고 싶다. 에너지를 충전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보여드리고 싶다"며 포부를 전했다.

한편, 영화 '콜'은 제11회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 단편상, 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단편의 얼굴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었던 단편 영화 '몸값'을 연출한 이충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박신혜, 전종서, 김성령, 이엘 등이 출연한다. 지난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