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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끊긴 목욕탕…환기시설 미비·옷 입을 때 '노마스크'

"탕은 이용할 수 있지만, 사우나는 못 들어갑니다. 괜찮으시겠어요?"
30일 오전 8시 30분께 서울 종로구의 한 목욕탕에 들어서니 마스크를 쓴 매표 직원이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안내문을 가리키며 이같이 물었다.
이미 2단계가 적용 중인 수도권에서는 다음 달 1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사각 시설에 추가 조치를 하는 `2단계+α'가 시행된다.
목욕업은 현행 2단계에선 이용 인원을 제한하고 음식 섭취를 금지하고 있으나 '2단계+α가 적용되면 사우나·한증막 시설(발한실)의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이날 찾은 목욕탕은 옷장이 400칸가량 설치된 곳이었지만 보이는 이용객은 고작 5∼6명에 불과했다.
추가 방역 조치가 시작되기 전임에도 사우나실은 문이 활짝 열린 채로 가동을 멈췄다. 냉장고 속 음료는 마실 수 있었지만, 달걀이나 컵라면 등 음식물은 판매하지 않았다.
다만 지하에 있는 목욕탕 특성상 환기가 쉽지 않아 보였고, 휴게실이나 샤워시설·온탕·냉탕에 거리두기 대책은 따로 없었다.
이용객들은 입구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옷을 벗거나 몸을 말린 뒤 다시 옷을 입을 때는 대체로 민얼굴이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전날 "사우나·찜질 시설 등은 환기가 어려운 밀폐된 공간에서 땀을 흘리고, 과호흡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으로서 호흡과 대화 등을 통한 감염 전파의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추가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아침에 목욕탕을 자주 찾는 편이라는 인근의 한 주민은 "불안해서인지 손님이 더 준 것 같다. 오늘은 거의 나 혼자 썼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리 잡혀야 할 텐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줌바·태보·스피닝·에어로빅·스텝·킥복싱 등 격렬한 `GX'(Group Exercise)류 시설을 닫아야 하는 헬스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직장인들이 출근 전후로 많이 찾는 종로구의 한 지하 헬스장은 운영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하고 주말에는 문을 닫는다는 공지를 입구 등 곳곳에 붙였다. 샤워실과 GX용 공간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수도권 곳곳에 지점 수십 곳을 낸 다른 헬스장도 샤워실이나 GX 이용을 막는다는 공지를 회원들에게 거듭 발송했다.
샤워실을 폐쇄하기는 했지만, 상당수 헬스장이 지하에 있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상 환기 등의 문제로 집단감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종로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31)씨는 "퇴근 후 운동하러 가는 것이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이달 들어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서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헬스장 관계자는 "1년 내내 제대로 운영을 못 하는 상황이 이어지니 답답하다"면서 "직원들끼리 아침에 만나면 '오늘은 확산세가 좀 꺾였나' 묻는 게 일상"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xi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