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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사상 첫 한 시즌 외인 감독 2명, 윌리엄스 KIA 감독이 바꿔놓은 KBO리그 사령탑 지형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KBO리그 사령탑의 지형이 바뀌었다.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에 두 명의 외국인 사령탑이 팀을 지휘하는 모습을 연출하게 됐다.

한화는 지난 27일(한국시각) 미국 현지에서 카를로스 수베로 베네수엘라대표팀 감독과 계약했다. 이 자리에서 수베로 감독은 "구단의 방향성에 맞춰 팀을 성장시키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젊고 역동적인 팀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구단의 의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도 전했다.

사실 한화의 첫 번째 타깃은 수베로 감독이 아니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재빠르게 다른 감독을 접촉했었다. KIA 타이거즈도 지난해 접촉했다 개인사 때문에 데려오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역시 한화도 후보의 개인사를 극복하지 못하고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이번 시즌 초반 조계현 KIA 단장에게 외국인 감독 선임의 장단점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정 단장은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의 선수 관리부터 위기 극복 등 메이저리그 슈퍼스타가 KBO리그에 데뷔해 지도자로서 역경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먼 발치에서 지켜봤다. 윌리엄스 감독은 올 시즌 한 번도 완전체로 상대와 맞서 싸워본 적이 없다. 특히 빈약한 타선에도 9월까지 치열한 5강 싸움을 했다. 시즌 막판 마운드까지 무너지면서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지만,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부임 이후 사실상 팀을 새로 만들었다. '제로 베이스' 속에서도 주전 선수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켰지만, 이전 사령탑들에게 중용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적극 기회를 부여해 팀 전력을 끌어올렸다. 베테랑 나주환과 나지완이 그렇다. 나주환은 SK 와이번스에서 방출된 뒤 KIA가 영입해 시즌 초중반 부상을 하기 전까지 '핫 코너' 3루수로 잘 활용했다. 그 동안 대타로 전략했던 나지완은 윌리엄스 감독 체제에서 중심타자로 부활했다. 특히 '반쪽짜리 선수'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났다. 지명타자를 최형우에게 넘겨주고 좌익수 수비까지 전담하면서 서서히 안정감을 가져다줬다.

윌리엄스 감독은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춘 지도자다. 경기장 밖에선 한 없이 부드러운 아버지였다. 자신이 활용해야 할 선수들에게는 항상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 중에는 카리스마와 승부욕이 넘쳤다. 표정은 좀처럼 변화가 없고, 잘못됐다고 생각한 심판 판정에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그 속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와 다른 한국 야구의 불문율을 공부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의 선진야구에 대한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윌리엄스 감독 때문에 한화가 외인 감독을 선임했다고 볼 수 없다. 정 단장과 함께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기에 여러 후보 가운데 외인 카드를 꺼내들 수 있었다. 그러나 윌리엄스 감독의 사례가 아예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다. 윌리엄스 감독은 분명 타팀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분명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