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투아웃, 두산 타자 최주환이 NC 마무리 원종현의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NC 다이노스 창단 9년 만의 첫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청부사' 양의지가 펄쩍 펄쩍 뛰며 마운드로 달려갔다. 감격의 순간을 TV 화면으로 물끄러미 지켜보던 한 사람, NC 창단 사령탑이었던 대표팀 김경문 감독이었다.
우승 확정 직후인 24일 늦은 밤, 전화로 연결된 김 감독의 첫마디.
"창단 감독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생하고 애쓴 선수들, 이동욱 감독과 스태프들, 구단 직원들 모두 잘 했다는 칭찬 밖에 없습니다. 정말 너무 너무 잘 했어요."
다이노스의 찬란한 오늘. 거친 황무지 시절, 카오스로 부터 NC야구의 정체성을 완성한 김경문 감독이 하나둘씩 뿌린 씨앗의 결실이다. '열정의 승부사' 김 감독의 땀과 열정으로 다진 기초가 오늘날의 찬란한 꽃을 피웠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손사래를 친다.
"내가 한 건 없어요. 팀을 맡다가 나온 뒤 망가지는 팀이 아닌 최고의 팀이 됐다는 사실이 뿌듯할 따름이죠. 제가 무언가 해놓은 게 있다고 하면 감사할 뿐입니다."
김경문 감독은 후임자 이동욱 감독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이 감독께서 올 시즌 초부터 너무 고생을 많이 했지요. 선수들, 스태프들이 좋은 호흡으로 1등을 빼앗기지 않았죠. 1등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실천 속에 전체적으로 좋은 하모니가 끝까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일년 내내 고생한 선수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NC가 역사적인 첫 우승을 달성한 날.
김경문 감독의 뇌리에는 9년 전 기억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갔다. 벅찬 감정이 명장의 잠을 설치게 한 밤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