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KS]NC 창단 첫 우승의 순간, '헹가래 투수'는 원종현이었다

[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NC가 창단되지 않았다면 야구선수를 그만뒀을지도 모를 선수들이 있다."

창단 9년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앞두고, '생각나는 선수'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이동욱 감독의 답변이다.

NC 다이노스가 창단 9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마운드 위에서 포효한 선수는 다름아닌 원종현이었다. 시즌 내내 '뒷문이 약점'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동욱 감독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았다.

NC는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고 2020 KBO리그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원종현은 두고두고 KBO 역사에 남을 영광의 순간을 멋지게 장식했다.

앞서 NC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앞둔 10월말, 이동욱 감독은 '우승 확정을 앞두고 올릴 투수'를 묻는 질문에 "마음에 둔 선수는 있다. 밝히진 않겠다"고 답했다. 다만 "원종현 김진성 이상호는 첫 트라이아웃 캠프부터 우리 선수였다. 이후에도 창단 멤버로 계속 함께 해왔다. 아무래도 이 선수들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며 '창단 멤버'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 순간 마운드에 서는 '헹가래 투수'의 의미는 막중하다. 소속팀의 에이스 또는 레전드, 팀을 대표하는 투수의 증명이다. 마지막 투수가 선발투수일 경우 가능하다면 1아웃을 남기고 마운드에 올려서라도 영광의 순간을 맞게 해주는 게 관례다. 때론 경기가 너무 치열하거나, 뜻밖의 변수로 인해 계획이 꼬이기도 한다.

NC의 정규시즌 우승 경기가 바로 그랬다. NC가 우승을 확정지은 10월 24일 LG 트윈스 전은 12회말 혈전 끝에 3-3 무승부로 끝났다. 이날 NC는 후공이었고, 이날 경기는 NC 마지막 타자 양의지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어색하게 끝났다. NC 선수들은 앞선 12회초 수비를 무실점으로 마친 뒤 가볍게 환호했고,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소심한 세리머니를 펼치는데 그쳤다.

당시 NC의 마지막 투수는 문경찬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의 속내에는 마무리 투수이자 NC 창단 멤버였던 원종현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원종현은 9~10회, 문경찬은 11~12회를 소화했다. 올해 원종현이 아웃카운트 6개를 잡은 경기는 이날 포함 2번 뿐이다. 무승부 상황이 이어지면서 원종현이 내려간 시점에 마무리를 맡길 선수는 문경찬밖에 없었기 때문.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 마운드 위에 선 투수는 원종현이었다. 7회 김진성, 8회 송명기가 지킨 리드가 원종현의 손에 넘어왔고, 원종현은 3타자 모두 깔끔하게 범타 처리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마지막 타자 최주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원종현은 양팔을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지난 방출과 2015년 암투병의 아픔을 씻어낸 포효였다.

앞서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은 주로 오승환과 함께 했다. 오승환이 데뷔하기 전인 2002년 첫 우승 때는 마지막 6차전이 이승엽-마해영의 끝내기 백투백 홈런으로 끝났다. 당시 마지막 투수는 강영식이었다. 2005년 오승환의 데뷔 이후 삼성 우승의 순간은 점수차와 무관하게 오승환과 우승 포수의 포옹이었다. 예외적으로 오승환이 부상중이던 2014년에는 임창용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SK 와이번스의 우승을 대표하는 투수는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2010년과 2018년 우승의 순간 마운드에서 포효했다. 이에 앞서 2007년 첫 우승 때는 정대현, 2008년에는 채병용이 헹가래 투수였다.

KIA 타이거즈의 2009년 우승은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기억된다. 당시 마지막 투수는 유동훈이었다. 하지만 앞선 8회 자진등판한 아킬리노 로페즈와 끝내기 홈런의 임팩트에 묻혔다. 2017년에는 1점차로 앞선 9회말 양현종이 마무리 투수로 등판, 1사 만루의 위기를 막아낸 뒤 포효했다.

최근 5년간 3차례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는 헹가래 투수가 매년 달랐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그 해의 마무리투수였던 이현승과 이용찬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2019년에도 마무리는 이용찬이었지만, 돌발 변수가 있었다. 코칭스태프가 1경기 2회로 제한된 마운드 방문 횟수를 착각한 것. 때문에 이용찬은 10회말 2타자를 남기고 강제 교체됐고, 베테랑 배영수가 박병호와 제리 샌즈를 잡아내며 화려한 은퇴를 신고했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