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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두산 타순 배치 최대 고민…영양가 없는 페르난데스

[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앞선 시리즈에서 타순 변화 없이 '필승 멤버'를 밀어부쳤던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는 거의 매일 라인업을 조금씩 조정하고 있다.

선발 출장 멤버는 거의 같다. 타격감이 뚝 떨어져있는 박건우 대신 4차전에 조수행이 먼저 투입된 정도다. 하지만 계속되는 타순 조정에도 근본적인 고민은 해갈되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해부터 정규 시즌에서는 거의 2번타자로 출전했다. 상위 타순에서 많은 안타와 출루 기회를 만들어 중심 타자들에게 찬스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실제로 두산은 페르난데스 효과를 많이 봤다. 그가 200개에 가까운 안타를 치기 때문이다. 중심 타자들이 타점 기회가 많은 것만 봐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효과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단기전에서 페르난데스를 2번타자로 기용하지 않고 있다. 3번 혹은 5번에 주로 배치된다. 그의 지나치게 공격적인 성향이 단기전 '테이블 세터'에는 걸맞지 않다고 판단을 내린듯 하다. 실제로 페르난데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 평소보다 더욱 공격적인 배팅을 하고 있다. 기다리던 볼, 비슷한 볼이 오면 여지없이 배트를 휘두른다. 잘 맞으면 홈런도 터지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빠른 카운트에서 섣불리 덤볐다가 공격 흐름을 끊는 경우가 잦다. 특히 한국시리즈에 들어와서 더 선명하게 두드러진다.

1차전에서 페르난데스는 안타 1개를 기록했지만 주자 없는 상황에서 터진 산발 안타였다. 주자가 있을 때는 병살타 2개로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2차전에서 9회초 마지막 쐐기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살아나는듯 했던 그는 3차전에서도 첫 타석 홈런으로 팀의 1-1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3회 무사 2,3루에서 헛스윙 삼진 아웃, 5회에는 2사 3루에서 내야 땅볼을 쳤지만 상대 실책으로 구사일생 했고, 7회 무사 1,2루에서는 허무한 내야 플라이로 물러났다. 4차전에는 팀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막혀있는 가운데 5번 타자로 나선 페르난데스조차 별다른 반등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다.

사실 페르난데스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4경기에서 타율 7푼7리(13타수 1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부진했었다. 2년 연속 단기전에서 약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찬스 상황에서 상대 배터리의 승부에 전혀 대처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 입장에서도 큰 고민이다. 페넌트레이스처럼 호흡이 길 때에는 페르난데스를 1,2번에 배치해 여유를 줄 수 있지만, 단기전에서는 외국인 타자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 페르난데스가 중심 타순에서 흐름을 끊으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공격력이 더욱 저하되고 있다. 남은 경기에서 김태형 감독이 페르난데스를 어떻게 기용할지가 중요하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