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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개표방송 악몽' 반복할라…미 방송사들 대선 준비 진땀

미국의 11·3 대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29일(현지시간) 개표 방송을 준비하는 방송사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사전투표가 급증하고 개표 완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전망 탓에 이전 대선과는 다른 양상으로 개표 방송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선거방송 기획자들이 사전투표의 급증과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불안감, 대선 결과를 둘러싼 이의제기 가능성에 맞서 신중한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개표소의 개표 결과를 순차적으로 전달하면 됐지만 올해는 사전투표 급증이 개표 방송을 교란할 큰 변수가 됐다.
민주당 지지층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사전투표에 대거 참여하고, 공화당 지지층은 대선 당일 현장투표를 선호한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사전투표는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당일 현장투표에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문제는 주별로 사전투표와 현장투표 개표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경합주 중에서도 플로리다주는 사전투표 결과가 먼저 공개되지만 미시간주의 경우 현장투표 개표가 더 빠르다.
다시 말해 플로리다는 바이든 후보가 초기에 앞서다가 현장투표가 개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맹추격하는 반면, 미시간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될 수 있다.
개표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해야 하는 방송사로선 난감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CNN방송의 샘 파이스트는 AP통신에 "우리는 다른 종류의 선거일 밤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계속 사용하는 단어는 인내"라고 말했다.
MSNBC방송의 선거방송 전문가인 스티브 코르나키는 첫 개표 상황 때 방송 화면에 나오는 숫자가 기만적인 것일 수 있다며 이 특이사항을 알아내고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ABC방송의 마크 버스타인 수석 프로듀서는 개표 상황을 그대로 올리는 대신 시청자들에게 예상 득표율을 보여줄 것이라며 투명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그 이유를 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선거일 밤 개표 결과를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개표방송 시청자가 역대 최고였던 2008년 대선의 7천15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특히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마트폰 등 TV가 아닌 기구로 개표 결과를 보는 이들도 많아졌다.

방송사 입장에선 개표 방송을 잘못 진행하거나 틀린 예측치를 전달할 경우 후폭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맞붙은 2000년 대선의 개표 방송 전철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우려도 강하다.
당시 방송사들은 초기 개표 방송 때 초경합주이던 플로리다에서 고어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다가 이후 경합지역으로 전환하고 결국 부시 후보의 승리로 바꾼 쓰라린 경험이 있다.
CNN은 방송사들이 당시 왜 틀린 개표방송을 했는지에 관해 의회에 증언한 자료를 방송진행 요원들이 미리 숙지할 수 있도록 배포키로 했다.
우편투표의 경우 개표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방송사들로선 부담이다.
과거 대선은 선거 당일 밤늦게나 이튿날 이른 새벽에 당선인 확정 선언이 이뤄졌지만, 올해는 이튿날 아침, 혹은 그 이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NBC방송은 필요하다면 며칠 동안 생방송을 할 계획까지 세워뒀다.
2016년 대선 때는 AP통신이 선거 이튿날 오전 2시 29분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인으로 확정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CBS 뉴스 보도를 제작하는 데이비드 보어먼은 "이번 대선은 내가 기억하는 다른 어떤 선거보다 기대와 불확실성의 기이한 조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bryo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