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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뿌듯하지만 아쉬운 1년' 김민우는 아직도 목마르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김민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될 선수다. 다섯 손가락에 들만한 재능이 있다."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 워윅 서폴드의 평이다. 2015년 한화에 입단한 이래 프로 6년차, 짧지 않은 기다림 끝에 드디어 김민우가 꽃을 피웠다.

김민우는 2020년 한화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 맹활약했다. 올시즌 5승10패, 132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4.34. 시즌 내내 최하위에 머문 한화의 전력을 감안하면 좀더 높게 평가받을만하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스포츠투아이 기준) 1.80으로 투수 부문 3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서폴드 뿐 아니라 채드벨도 '구속이나 구위, 인성 등 종합적으로 발전가능성이 큰 투수'라고 입을 모았다.

김민우의 올 시즌은 지난 14일 두산 베어스 전 7이닝 2실점 호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규정이닝(144이닝) 직전에 멈췄다. 김민우는 "최대한 던져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구단과 코치진의 배려에도 감사드린다"며 웃었다. 시즌 전부터 말해온 목표인 만큼, 김민우의 목소리에는 아직 진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5년간 잘 못했는데, 올해는 선발투수로서의 역할을 조금 한 것 같아 뿌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볼넷과 투구수가 너무 많았다. 결국 규정이닝을 못 채운 것도 그래서다. 퀵모션이 느려서 도루도 많이 줬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김민우에게 시즌 종료를 설득하는데 2주 걸렸다'고 말한 바 있다. 순위 싸움을 하는 상황도 아니고, 지난해(68이닝)보다 두 배 가까운 이닝을 빡빡하게 소화했으니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 두산 전에서 잘 던진 만큼, 좋은 이미지를 유지한 채 '올해보다 더 중요한 내년'을 준비하라는 배려다.

김민우는 그간 자타공인 한화의 톱 유망주였다. 하지만 데뷔 시즌 이후 입은 어깨 부상으로 정체기를 겪었다. 한용덕 전 감독은 김민우에게 2018~2019년 32차례 선발 기회를 부여했지만, 7승16패 평균자책점 6.81에 그쳤다. 최원호 감독대행 역시 김민우를 '한화 선발진의 중심'이라고 강조하며 로테이션 한 자리를 맡겼다. 김민우는 그 기대에 보답했다.

볼넷 6위(72개), 삼진 12위(124개). 올해도 김민우의 장단점은 명확했다. 구위는 좋지만 제구력이 약점이다보니 투구수가 많아진다. 25번의 선발 등판에서 6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가 6번 뿐이다. 반면 5이닝 동안 95구 이상을 던진 경기가 7번이나 된다. 잘 던져도 체력적 부담을 고려해 투수를 바꿀 수 밖에 없었다. 김민우는 "서폴드가 '선발은 이닝이 가장 중요하다. 피하지 말고 덤벼라'는 조언을 자주 해줬다. 난 승부했는데 존에 들어가지 않았을 뿐"이라며 웃픈(웃지만 아픈) 속내도 드러냈다.

올해 김민우가 한계단 올라선 비결은 '포크볼'이다. 최고 구속 150㎞의 직구 구위만큼은 인정받던 선수인 만큼, 포크볼과의 '터널링'이 곁들여지면서 타자들의 눈을 흔들어 놓은 것. 지난 겨울 가장 집중해서 연습한 부분이다.

"포크볼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어려운 카운트나 위기 상황에서도 승부하는 법을 배웠다. 개인적으로 올해 야구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 그 덕을 조금 본 것 같다."

올해 한화는 선발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채드벨이 거듭된 부상으로 부진한 끝에 방출됐고, 김범수와 김진욱 등 좋은 모습을 보이던 젊은 투수들도 잇달아 이탈했다.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서폴드 한 명. 그래도 장시환과 김민우가 풀시즌을 소화한 덕분에 이번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김민우는 동갑내기이자 입단 동기인 김범수와 절친이다. 장시환은 올해 옆 라커를 쓰면서 가장 친한 선배가 됐다. 김민우는 "올해 (장)시환이형한테 많이 배웠다. 내년엔 (김)범수까지 셋이서 같이 잘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했다. 상대하기 힘들었던 타자로는 자신에게 홈런 3개를 때린 한동민(SK 와이번스). 팀은 '너무 잘 친다'며 1위팀 NC 다이노스를 꼽았다.

김민우는 '시즌 끝나고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생각도 안 해봤다. 내년 준비?"라며 웃었다.

"전보다 좋은 성과를 내긴 했지만, 객관적으로 별볼일 없는 성적이다. 투수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도 아니고, 모든 선수를 통틀어서 경합할만한 성적을 낸 것도 아니다. 내년에는 기록을 떠나 '정말 잘 던지는 투수'라는 말을 듣고 싶다. 1차 목표는 내년에도 규정이닝 채우기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