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흑우'는 일본 소?…82년 만에 완벽히 되찾은 '제주흑우'

'일본 소는 흑색, 한국 소는 적갈색(황색)을 표준으로 한다'
일제강점기인 1938년 일본이 제정한 한우표준법의 털색(모색) 통일 심사 규정의 내용이다.
나라의 주요 제사 때 제향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던 제주흑우가 일본의 수탈과 한국 민족 말살 정책으로 본의 아니게 '일본 소'가 된 사정이다.



농식품기술융합창의인재양성사업 축산물 고품질 생산관리 기술개발 연구센터의 '제주흑우 대량 증식 및 산업화' 과제 연구책임자인 제주대학교 박세필 교수는 28일 제주대 공동실험실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제주흑우 진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지난 9월부터 '소도체 등급판정결과'에 '제주흑우'를 표기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생산자와 유통업자는 전산화된 거래증명종합포털을 통해 '제주흑우'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 역시 제주흑우를 구매할 때 제주흑우 품종과 등급판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판매자와 소비자간 발생했던 진짜 제주흑우 논란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제주흑우는 도축했을 때 도축 증명서에만 제주흑우로 표기됐고, 유통·소비 단계에서 중요한 등급판정 결과에는 단순히 '한우 또는 육우'로 표기됐다.
박 교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지원으로 제주대 제주흑우연구센터가 출범한 이후 제주흑우 표기의 일관성이 관련 산업 발전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유전자와 육질 분석 등 연구를 진행했고,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소비·유통 단계에 흑우 품종으로 표기되도록 개선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흑우가 일제강점기 흑우에서 제외된 지 82년 만에 그 가치를 최종적으로 완벽하게 인정받았다"며 "제주흑우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져 소비가 촉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주흑우는 고려와 조선 시대 삼명일(임금 생일, 정월 초하루, 동지)에 정규 진상품이었으며, 나라의 주요 제사 때 제향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한우에서 제외됐고, 1980년에는 육량 위주의 소 산업 정책으로 몸집이 작고 육량이 적은 제주흑우는 도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2004년 국제식량농업기구(FAO) 한우 품종의 계통으로 한우, 칡소, 내륙 흑우, 백우와 함께 공식 등록돼 명맥을 유지하게 됐으며 2013년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됐다.
박 교수를 주축으로 한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는 2008년부터 체세포 복제와 수정란 이식 기술 등을 통해 제주흑우 대량 증식 기반을 다졌으며, 생산에서 유통까지의 산업 전주기적 융·복합 기술을 개발해 관광산업과 어우러진 6차 산업화에 힘써왔다.
dragon.m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