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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 다시 지핀 강등전쟁, 끝나기 전까지 끝난게 아니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제 결말만 남았다.

23~24일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26라운드는 역대급이라는 올 시즌 강등전쟁의 '클라이맥스'였다. 시작은 23일이었다. 6연패의 위기에 빠졌던 성남FC가 극적으로 수원 삼성을 잡으며 강등싸움에 균열을 가져왔다. 김남일 감독이 퇴장 여파로 스탠드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가운데, 당초만 하더라도 수원에 유리한 경기라는 분석이 많았다. 성남은 공수가 흔들리며 최악의 위기를 맞았고, 수원은 박건하 감독 부임 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성남의 집중력이 빛났다. 김건희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나상호, 토미의 연속골로 2대1 역전승을 챙겼다. 승점 3점을 더한 성남은 승점 25로 최하위 인천(당시 승점 21)과의 격차를 4점으로 벌렸다.

이 경기 결과로, 이제 관심은 24일 펼쳐지는 인천 유나이티드-부산 아이파크와의 맞대결에 쏠렸다. 정확히는 인천쪽에 이목이 집중됐다. 성남의 승리로, 인천은 이날 패할 경우, 강등이 확정됐다. '잔류왕'으로 불린 인천의 첫 강등이 정말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성남 결과를 보고 나니 걱정이 밀려왔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너무 억울했다. 밤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인천 관계자 역시 "수원이 성남을 잡아주는 것만 생각했다. 부산을 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남이 이겼다. 부산전이 시작도 안됐는데 다들 멘붕 상태였다"고 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인천은 부산의 탄탄한 수비 블록 앞에 고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전반 43분 이동준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경기 내용과 이기형 감독 대행 부임 후 달라진 부산의 수비 조직력을 감안하면, 역전까지는 쉽지 않아 보였다. 몇몇 인천 관계자는 아예 후반 관람을 포기하고 기도에 나섰다. 인천 관계자는 "도저히 불안해서 경기를 볼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조 감독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상대 수비를 흔들기 위해서는 높이가 필요하다고 판단, 김대중 카드를 꺼냈다. 수비수 김대중을 최전방에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송시우를 넣어 속도까지 더했다. 조 감독의 노림수는 멋지게 적중했다. 송시우의 돌파로 분위기를 띄운 인천은 후반 29분 무고사의 크로스를 김대중이 멋진 헤더로 마무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1분 뒤 정동윤이 왼쪽을 돌파하며 때린 볼이 상대 수비를 맞고 그대로 부산 골망으로 빨려 들어갔다.

코로나19로 육성 응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미 경기장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이 기운이 그대로 인천 선수들에게 모아졌다. 인천 선수들의 투혼은 감동적일 정도였다. 전반 초반보다 움직임이 더 좋았다. 하이라이트는 후반 43분이었다. 김 현의 헤더를 이태희가 세이브한데 이어, 이어진 강민수와 이정협의 슈팅을 마하지가 그야말로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냈다. 결국 승부는 인천의 2대1 승리로 마무리됐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이번 주를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역전골이 터진 순간 그때가 생각났다. 마음이 울컥했다. 지도자의 보람이 아닌가 싶다"고 웃었다. 반면 비기기만 해도 잔류를 확정지을 수 있었던 부산은 입맛을 다셔야 했다. 이 대행은 "비기기만 한면 된다는 생각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고 아쉬워 했다.

결국 강등 전쟁은 마지막까지 왔다. 부산(24골), 성남(22골·이상 승점 25), 인천(승점 24·24골)이 사실상 어깨를 나란히 한채 파이널 라운드만을 남겨두고 있다. 성남-부산은 맞대결을 펼치고, 인천은 FC서울과 격돌한다. 클라이맥스를 지난 강등전쟁의 엔딩은 어떻게 마무리 될까. 결과는 '축구의 신'만이 알고 있다. 강등전쟁은 인천축구전용구장에 걸린 걸게처럼 '끝나기 전까지 끝난게 아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