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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포커스]1회 흔들린 켈리 vs 3회 무너진 김기훈...추위와 부담감의 롤러코스터

[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야구가 재미있는 이유. 의외성 때문이다.

예측은 예측일 뿐. 결과를 좌우하는 건 멘탈이다. 여기에 추위와 바람 등 날씨 변수가 불을 지른다.

부담감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KIA-LG가 맞붙은 광주 경기가 꼭 그랬다.

켈리 vs 김기훈의 선발 맞대결.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방불케 했다.

선발 양 투수의 모든 지표가 LG 절대우세를 예고하고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4승6패를 기록중이던 켈리는 'KIA 킬러'였다. 지난해 데뷔 후 LG전 6전 전승, 평균자책점 1.42. 올시즌은 3전 전승 0.95로 더 강력해졌다.

최근 흐름도 쾌청했다. 지난 8월30일 두산전 이후 파죽의 7연승 행진. 최근 8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최근 2경기는 실점도 없었다.

KIA 좌완 김기훈은 정반대였다. 올 시즌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5.63. 지난해 9월7일 광주 키움 전 이후 1년 넘도록 승리가 없었다.

LG전에서도 약했다. 통산 1승1패 8.56의 평균자책점. 올 시즌 LG와는 한번 만나 3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바 있다.

누가 봐도 LG 절대 우세가 점쳐지는 상황.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변수가 있었다. 부담감 차이였다. 1경기만 지면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되는 KIA는 사실상 내년 시즌 대비 모드에 들어간 상황. 큰 부담이 없었다.

반면, 반드시 이겨야 하는 LG는 부담백배였다.

23일 광주 KIA전과 24일 창원 NC전, 2연승을 통해 플레이오프 직행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 하겠다는 의지가 강렬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도 부담감이 큰 LG 선수단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KIA 윌리엄스 감독은 브리핑에서 취재진을 향해 "오늘 눈이 오느냐"며 부쩍 쌀쌀해진 날씨를 빗대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경기 시작 무렵 챔피언스필드 날씨는 11도. 하지만 바람이 불어 체감 온도는 훨씬 낮았다.

따뜻한 미국 플로리다 주 출신 켈리로선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 1회 투구밸런스 잡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공이 가운데로 몰리며 집중타를 허용했다. 켈리는 경기 후 "추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전에도 지금쯤 되면 늘 추웠던 것 같다"며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 했지만 "더 추워질 것 같은데 영향받지 않도록 준비 잘 하겠다"는 말 속에 살짝 진심을 녹였다.

0-0이던 1회말 1사 후 4연속 안타. 최형우의 3점 홈런이 터져 0-3 리드를 내줬다. 켈리는 몸이 풀린 2회부터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지만 1회 3실점이 아쉬웠다.

반면, 잃을 게 없었던 '다윗' 김기훈은 1회부터 씩씩했다.

켈리를 맞아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빠른 승부를 펼쳤다. 1,2회를 각각 11구씩 만에 삼자범퇴로 마쳤다. 올 시즌 가장 좋은 페이스로 출발했다. 하지만 3-0으로 앞선 3회초가 김기훈에게는 '마의 이닝'이었다.

끝까지 '다윗'이 되는 데는 실패했다. 의외의 전개 속에 잘 던져보려는 욕심이 발목을 잡았다.

선두 양석환과 11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면서 흔들렸다.

연속 볼넷에 이어 번트 수비를 하다 실책까지 범해 무사 만루. 부담감을 못이긴 김기훈은 밀어내기 볼넷과 땅볼, 희생플라이로 3실점 했다. 피안타 없이 3-3 동점을 내준 셈. 이어진 2사 1루에서 김현수에게 역전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이날 김기훈이 내준 첫안타. 서재응 코치가 공을 쥐고 마운드에 올랐다. 두고두고 아쉬울 법한 경기였다.

부담감의 차이가 큰 결과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야구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