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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실검·시청률 대폭발…TV서 다신 못볼 '가황의 콘서트'→'신비주의? 내 직업은 가수'[SC리뷰]

[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가수 나훈아가 실시간 검색어부터 시청률까지 모두 사로잡으며 '가황'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30일 방송된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는 가왕 나훈아가 세계 곳곳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관객들을 15년 만에 반갑게 맞이하며 콘서트를 진행했다.

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2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29.0%(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추석 연휴 첫날 지상파 3사(KBS, MBC, SBS) 프로그램 시청률 중 가장 높다. '가황' 나훈아의 저력을 또 한 번 입증한 셈이다.

이번 '나훈아쇼'는 1996년 '빅쇼' 이후 24년 만의 공연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공연으로 진행됐다. 국내와 덴마크, 사할린, 짐바브웨, 호주, 러시아, 태국, 일본 등 해외의 팬들이 안방극장 1열에 모여 나훈아의 노래를 떼창하고 공연을 즐겼다.

나훈아는 "저는 오늘 같은 공연을 태어나서 처음 해본다. 처음 공연을 기획할 때는 홀이 아닌 밖이었다. 많은 분들을 모셔놓고 공연을 아주 매머드하게 하려고 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안 됐다. 우리는 지금 별의별 꼴을 다 보고 살고 있다. '오랜만입니다'하면서 손도 잡아보고 뭐가 좀 보여야 뭘 하지 눈빛도 잘 보이지도 않고 어쩌면 좋겠나. 할 거는 천지빼까리니까 밤새도록 할 수도 있다. 기타랑 피아노 하나만 올려주면 혼자 하겠다, 죽어도 한다"며 특유의 유머감각을 뽐냈다. 나훈아를 본 관객들은 연신 '나훈아!'를 소리쳤고 나훈아는 "고맙습니다"라며 여유있는 미소를 지었다.

나훈아는 녹슬지 않은 무대 장악력으로 가창력을 뽐냈다. 나훈아는 웅장한 배와 바다 스크린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첫 곡은 '고향으로 가는 배'였다. 나훈아는 합창단, 오케스트라와 함께 첫 무대부터 가창력으로 압도했다. 나훈아는 오송즈 합창단과 함께 '머나먼 고향' 무대로 흥이 가득한 무대를 꾸몄다. 언택트로 이루어지는 공연,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나훈아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감상했다.

나훈아는 현음 어린이 합창단과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 중간에 마이크를 넘기는 나훈아에게 팬들은 떼창으로 감동을 안겼다.

또한 이번 공연에는 김동건 아나운서가 특별 출연했다. 김동건 아나운서는 "제가 신곡 아홉 곡을 받았다. 그 중에 '명자!'라는 노래가 마음에 와닿았다. 나훈아 씨의 신곡 설명을 들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울음을 참는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80이 넘었지만, 제가 세 살 때 친어머니가 황해도 사리원에 계실 때 돌아가셨다. 제가 우리 어머니, 아버지 묘를 가보지 못하고 있다. 제 마음 같은 사람이 하나 둘이겠냐. 이산가족 모두가 이런 마음일 것이다"며 나훈아의 신곡 '명자'를 소개했다.

가수 하림이 하모니카를 불며 등장하기도 했다. '명자'는 6.25 70주년을 기념해 만든곡이다. 나훈아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피난민들의 애잔한 마음을 담아 구슬프게 노래를 불렀다.

나훈아는 '고향으로 가는 배', '고향역', '모란 동백', '물레방아 도는데', '머나먼 고향', '너와 나의 고향', '홍시'를 부르며 1부 '고향' 테마를 장식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힘든 의료진을 응원하기도 했다. 나훈아는 "우리에게는 영웅들이 있다.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난리를 칠 때, 우리 의사, 간호사 여러분, 그 외 관계자 의료진 여러분들이 우리의 영웅이다"라며 독려했다.

나훈아는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여줘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는 '사랑', '무시로'에 이어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노래를 부르기 직전에는 무대 위에서 가림막 하나만 놓고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보는 익살스런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사랑' 테마에서는 하프 연주, 각설이 등장, 디스코 댄스 등 뮤지컬 같은 종합 예술이 펼쳐져 나훈아의 남다른 무대 구성에 감탄하게 했다.

김동건 아나운서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공연 중 가장 힘든 공연 준비였다고 했다"고 질문했고, 나훈아는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안 돼서 애먹었다. 기타하고 피아노만 줘도 내가 하려고 했다. 그만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훈장을 사양하겠다고 하더라"고 묻자 나훈아는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가 엄청난데, 훈장을 목에 걸면 그 무게를 어떻게 견디겠나"라면서 "노래하는 사람들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나훈아는 "훈장을 받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술도 한 잔 마시고 실없는 소리도 하고 친구들과 쓸데없는 소리도 하고 술주정도 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걸 받으면 그 값을 해야하므로 무게를 못 견딘다"라고 겸손한 면모를 드러냈다.

또한 노래는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묻자 나훈아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내려올 자리나 시간을 찾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언제 내려와야 할지 마이크를 놓아야 할지 그 시간을 찾고 있다"면서 "이제는 내려올 시간이라 생각하고, 길지는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놔 눈길을 모았다. 이에 김동건 전 아나운서는 "그래도 노래를 100살까지는 해야할 것 같다"라며 응원했다.

나훈아는 기타를 들고 무대에 앉아 '신비주의', '잠적'이라는 말에 대해 "가당치도 않다"며 "가수는 꿈을 파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꿈이 가슴에 고갈이 된 것 같아서 11년 동안 여러분 곁을 떠나서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랬더니 '잠적했다'고 하고, '은둔생활 한다'고 하고 별의별 소리를 하더라"라고 말했다.

또 "이제는 뇌경색에 말도 어눌하게 하고 걸음도 잘 못 걷는다고 하니까, 내가 똑바로 걸어 다니는 게 미안해 죽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신곡이 나오는데 얼마나 걸리냐면 적어도 6개월이다. 근데 제가 1년 동안 안 보이면 난리를 친다"고 덧붙였다.

나훈아는 "저는 부산시 동구 초량 2동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직업은 가수 하나였다. 그래서 저는 노래를 하고 있다"며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통기타 연주를 시작했다.

이후 무대에서 황금용이 CG로 무대와 객석을 가로지르며 등장한 나훈아는 국악단의 연주 속에 관객들과 '대한민국' 응원을 주고받으며 소통했다.

나훈아는 '테스형' '공' 등 환상적인 무대를 연달아 이어나갔다. 팬들은 플래카드 등으로 나훈아를 응원했다. 일렉기타 연주 속 신곡 '테스 형'은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인생의 의미를 묻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나훈아는 "가사를 쓰기 위해서는 가슴에 꿈이 많아야하고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게 저는 곡도 쓰고 가삿말도 쓴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 때문에 사람들이 힘들어한다. 주름이 생기는 원인이 스트레스다. 아까 부른 신곡 중에 테스 형에게 제가 물어봤다. '테스 형 세상이 왜이래. 아니, 세월은 또 왜저래' 물어봤더니 테스형도 잘 모른다더라"라며 "세월은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어쩔 수 없나 보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제가 잘 모르긴 해도 살다 보니까 세월은 누가 뭐라 해도 가게 되어있으니까 이왕에 세월이 가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 된다. 우리가 세월의 모가지를 딱 비틀어서 끌고 가야 하는데 이렇게 끌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며 "여러분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면 세월한테 끌려가는 거고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해보고 안 가본 데도 한 번 가봐야 한다. 저는 죄는 안짓지만 파출에 한 번 가서 캔커피 사드리고 '수고하십니다' 하고 들어가서 파출소 구경하러 한 번 해봐라. 안하던 일을 해야 세월이 늦게 간다. 지금부터 저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거다 여러분도 저와 같은 마음이 되어주셔야 한다"고 관객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나훈아는 겉옷을 벗고 찢어진 청바지에 민소매 셔츠만 입은 채 '청춘을 돌려다오'를 열창한 뒤 "저와 같은 마음으로 '청춘을 돌려다오'를 부르시고 저와 같은 마음이 되신 분들 오늘 밤에 자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한 번 보셔라. 틀림없이 한 5년은 젊어져 있을 거다"라고 호언 장담했다. '고장 난 벽시계'를 부른 나훈아는 관객들의 쏟아지는 호응에 "오늘 밤새도록 합니까?"라며 재치를 뽐내기도 했다.

이어 그는 "다음 노래는 제가 만든 노래 중에서 남자들을 위해 쓴 곡이 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여자분들"이라면서 "전국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 여러분들 살짝만 카메라 앞에 오셔라. 요즘 남자부들이 기가 죽어 살고 그래서 제가 이 노래로 우리 아버지들 기를 살리겠다. 남자붙들 제가 '아자'하면 '아자' 삼창을 해주셔러. 주먹을 쥐시고 어머니 눈치 보지 마시고 갑시다"라고 '아자!' 힘차게 외쳤다.

나훈아는 다음 노래를 하기 전 "우리는 많이 힘들다. 우리는 많이 지쳐있다. 저는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나라를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 생각해보셔라.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의사 이런 분들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다. IMF때도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냐 집에 있는 금붙이 다 꺼내 팔고, 나를 위해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세계에서 제일 1등 국민이다"며 "코로나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말을 잘 듣는지, 미국이나 유럽 봐라, 왜 저렇게 말겠냐. 다 말을 안들어서 그런 거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나훈아는 "여러분 긍지를 가지셔도 된다. 분명히 이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 그래서 제가 제목을 '대한민국 어게인'이라고 지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나훈아의 말에 관객들은 '대한국민'을 외쳤다.

한편 KBS는 오는 3일 오후 10시 30분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의 비하인드를 담은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만의 외출'을 방송한다.

shy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