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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만만'울산 이동경'파이널A, 못이겨본 팀 이길 기회가 생겼다'[ft.광주X전북]

"개인 목표는 없어요. 오직 울산의 우승만이 목표입니다."

'울산 영건' 이동경(23)의 대답도 다르지 않았다. 올 시즌 울산 현대 선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팀 목표만을 바라보고 있다. '득점왕' 주니오마저도 인터뷰 때면 언제나 "내 개인 타이틀은 중요치 않다. 울산의 우승만을 원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무성한 해외 이적설 속에 이동경은 울산 잔류를 선택했다. 도쿄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 해, 코로나19 팬데믹의 불확실성 속에 눈에 보이는 확실한 길을 선택했다. 울산에서 '월드클래스' 국대 선배들과 함께 뛰며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확고한 믿음이었다. 국대 선배 이청용과 한방을 쓰고, 득점왕 주니오와 함께 뛰고, 올림픽 대표팀 동료 원두재, 울산 유스 출신 이상헌, 박정인 등과 발을 맞추며 보낸 한 시즌이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굳은 각오로 울산 잔류를 결심했지만, 연령별 대표팀 에이스로 '벤투호'까지 승선한 이동경으로선 분명 시련의 시즌이기도 했다. 22세 이하 쿼터로 김도훈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던 지난해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 국대 선배, 외국인 공격수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 선발을 꿰차기는 쉽지 않았다. 날선 왼발, 시원한 돌파, 파워풀한 슈팅력을 갖춘 이동경은 주로 후반 조커로 나섰다. 14경기에서 12경기 교체로 나섰고,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이동경은 새로운 보직에 충실했다. 후반 '게임체인저' 이동경이 투입되면 공격라인에 활기가 살아났다. 7월 25일 상주 상무전(5대1승)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 골은 프로축구연맹이 매달 가장 역동적인 골을 넣은 선수에게 수상하는 '지모먼트어워드(G MOMENT AWARD)'에 뽑히며 인정받았다. 이동경은 "조커 역할이 쉽지 않지만 감독님이 주문하시는 공격적인 부분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파이널 라운드를 앞둔 마지막 22라운드 인천 원정, 이동경은 4라운드 이후 올 시즌 두 번째 선발로 나섰다. 현대고 후배 박정인(20)과 처음 선발로 발을 맞췄다. 전북 현대와 승점 2점차 1위,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승부처,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김 감독은 이동경 박정인 등 기회에 굶주린 '젊은 피'를 믿고 썼다. 주중 FA컵 포항 스틸러스와의 4강전을 앞두고 '베테랑' 이청용 고명진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이동경은 "오랜만에 선발이고 이겨야 하는 경기였지만 부담감은 딱히 없었다. 우리 팀엔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최선만 다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경기 전 (박)정인이와 '많이 뛰자' '편하게 하자'고 했다"고 했다. 체력, 기술, 패기를 앞세워 전방에서 강한 압박으로 몰아붙였다. 김 감독은 '영건'들의 활약에 흡족함을 표했다. "젊은 선수들이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줄 것이라 믿었다. 강한 압박을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정말 잘해줬다."

0-0으로 팽팽했던 전반 25분, 울산의 결승골은 이동경으로부터 빚어졌다. 문전에서 솟구쳐오르며 필사적인 헤더를 주니오를 향해 떨궜다. '골무원' 주니오가 원샷원킬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24호골로 골망을 흔들며 울산의 승리를 결정지었다. 왼발의 이동경이 헤더로 시즌 첫 도움을 기록했다. 간절함이 묻어난 장면에 대해 이동경은 "이날 경기장 잔디가 쉽지 않았다. 공을 잘 차기보다 상대보다 더 열심히 뛰고, 한발 더 뛴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임했다"고 털어놨다. "볼 경합 상황에서 결코 피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다부지게 하려 했던 부분이 통했다"고 돌아봤다.

경기 후 주니오가 언급한 "부상을 유발"하는 잔디 상태, 정승현이 언급한 "절반이 흙"이었던 그날의 잔디 상태에 대해서 이동경도 공감했다. "경기하기에 불편한 면이 있었고, 부상 위험도 있었다. 폭발적인 드리블도 제한적이었다. 이 부분을 신경쓰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팀이 잘하는 패스나 드리블보다 롱볼, 공중볼 위주의 경기가 된 것같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중요한 부분인데 좀 아쉽다."

현대 유스 출신 이동경은 누구보다 울산의 우승을 열망하고 있다. "우리가 올 시즌엔 오랜 시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경기에 집중해, 다가오는 매경기를 이긴다면 1위를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이다. 부담감은 없다. 우리가 앞서 있기 때문에 우리 경기에만 집중하고 우리 것만 잘하면 될 것같다"고 했다.

올 시즌 2무를 기록한 광주가 파이널A에 깜짝 합류한 데 대해서도 반색했다. "광주는 (엄)원상이도 있고, 펠리페, 윌리안이 아주 위협적인 팀이다. 누가 올라와도 상관 없지만 광주가 올라오면서 한번 이겨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승리 못해본 팀들을 상대로 승리한다면 더 기쁠 것같다"며 패기 넘치는 답변을 내놨다. "파이널A에서 누가 편하고, 유리하고 그런 건 없다. 5경기 모두 간절하다. 우리는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다 이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즌 첫 도움을 기록한 이날은 '패기만만' 이동경의 23번째 생일이었다. 주니오는 "오늘 (이)동경이의 생일인데 내가 오히려 큰 선물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동경은 "주니오가 골을 넣어준 덕분에 내가 1도움, 공격포인트를 선물받았다"며 활짝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