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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체육특기자 전형, 학생선수도 대학도 불안한 '깜깜이'대란

코로나19로 세상의 모든 스포츠가 멈춰선 시간, '내년 체육특기자들을 어떻게 선발하느냐'는 질문에 대학 감독들은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옥렬 경희대 체조부 감독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올해 체조는 고등부 대회를 하나도 못했다. 4월부터 계속 연기, 취소하다가 코로나 위기단계가 격상되면서 결국 못하게 됐다. 개인종목 특기생은 오직 메달, 성적으로 선발한다. 고등학생들은 한해가 다르게 몸도 기량도 달라지는데 올해는 어떻게 뽑아야 할지 다들 난감해 한다."

애제자들을 대학에 진학시켜야 하는 '여자평영 국가대표' 출신 현장 지도자, 박성원 CRS수영클럽 감독 역시 "답이 없다"고 했다. "고3들 대학을 보내긴 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대회를 수십 번은 취소한 것 같다. 학부모, 선수들에게 내가 '양치기 소년'이 된 기분이다. 올해 기록이 없기 때문에 실업팀에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들의 진로가 정말 걱정이다."

'코로나 시대, 체대 입시 대란' 우려는 현실이었다. '레전드 국가대표' 출신 스승들은 '청출어람' 후배, 제자를 뽑기 힘든 현실에 이구동성 안타까움을 표했다. 선수를 직접 보지 못한다면, 실적 데이터라도 풍부해야 하는데, 국내대회는 축소되고, 국제대회는 전무한 상황에서 옥석을 가리기란 쉽지 않다. 1~2학년 실적 중심으로 체육특기자 입시전형을 준비중인 대학도, 학생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깜깜이' '로또 전형'이라는 푸념이 쏟아진다. 국내 체육관련학과가 있는 4년제 대학은 170여 개, 신입생은 8000여 명이다. 이중 수시전형으로만 진행되는 '체육특기자 전형'은 125개 대학, 73개 종목, 2500명 내외, '경기실적'이 당락을 좌우하는데 그 '경기실적'이 애매하다.

▶농구, 체조 등 대회 전무, 체육특기자 변별력 확보가 문제

그나마 8월 15일 전후 코로나 위기단계가 '2.5'로 격상되기 전 신속하게 고등부 대회를 치른 축구, 육상, 골프, 펜싱 등 일부 종목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8월 26일 기준 올해 고등부 대회를 한 번도 열지 못한 종목은 농구, 수영, 체조, 유도, 승마, 씨름, 사격 등 무려 22개 종목이다. 해당 종목 고3 선수들은 1500여 명에 달한다.

23~28일로 닥친 대학 수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올해 실적이 전무한 학생선수들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일부 종목은 급히 고등부 대회 강행을 결정했다. 대한수영연맹은 16일, 24~27일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전국수영대회 고등부 경기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대한사격연맹도 15일, 19~22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고등부 선수들만 대상으로 한 문체부 장관기 전국학생사격대회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대회를 치르게 돼 다행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수시 원서접수 일주일 전 급하게 결정된 대회 일정이 선수, 지도자 입장에선 당혹스럽다. 수영의 경우, 경기일에 기량을 100% 발휘하려면 지구력, 스피드 훈련, 조정 훈련 등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일주일만에 해치우듯 치러지는 '원샷원킬' 대회에서 진학을 결정할 기록, 순위 모든 것이 예측불허 '로또'라는 점이 문제다. 수영의 경우 잠실학생체육관, 서울체고 수영장 등 제한된 50m풀 레인을 둘러싸고 클럽간 전쟁이 펼쳐졌고, 코로나 2.5단계 이후엔 수영장이 문을 닫으면서 수도권 선수들은 훈련도 제대로 못했다. 대회 결과에 따라 입시의 희비가 엇갈릴 경우, 선수, 학부모들의 민원 소지도 다분하다.

아예 대회를 치르지 못한 종목도 문제지만 급조되거나, 1~2개 대회에 그친 종목(18개 종목)들의 입시 변별력도 문제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 치러진 제한된 경기에서 이변이 속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훈련장을 잃은 학생선수들의 훈련 환경, 컨디션 조절이 제각각이었던 만큼, 경기력도 들쭉날쭉했다. 각자의 이해에 따라 입장도 제각각이다. 서울체고에서 컬링 감독을 맡고 있는 이정미 교사는 "1~2학년 실적이 좋은 선수들은 차라리 고3 대회를 하지 않기 원한다. 하지만 2~3학년 때 기량이 급성장한 선수나, 단체종목에서 3학년 위주 출전으로 작년 실적이 없는 선수들 입장에선 억울하다. 올해 대회가 없어 못 뛴 종목의 경우 입시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체고의 경우 일반학교에 비해 훈련환경이 좋아 올해도 깜짝우승 등 성적이 잘 나온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대학마다 들쭉날쭉 기준, 학생선수도 대학도 불안한 '깜깜이' 전형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각 대학에 입시 1년10개월 전 전형계획 발표를 규정하고 변경을 금지하고 있지만, 코로나 위기 속에 예외를 허용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상황속에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지원자격, 전형요소 등 일부 입시요강 변화를 허용했다. 6월 18일, 8월 12일, 8월 31일, 3차례에 걸쳐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일례로 대한배드민턴협회는 '2학년 대회 성적 비율을 올려줄 것, 상위 입상자 기준은 단체전 8강, 개인전 16강으로 완화해줄 것, (코로나 완화시 1개 대회라도 더 치를 수 있도록)수시전형 일정을 연기해 줄 것' 등을 제안했다. 전국대회를 한번도 치르지 못한 농구의 경우 특기자 지원조건을 '1개 학년 출전경기 시간 40% 이상'에서 '30% 이상 출전'으로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8월 31일 대교협이 코로나19 재확산 관련 '2021학년도 수시모집 요강' 변경을 승인했고, KUSF는 체육특기자대입포털을 통해 9월 2일 44개대, 9일 9개대가 업데이트된 대입전형정보를 제시했다. 9월 들어 53개대의 입시요강이 변경됐다. 농구 특기자 전형의 경우 고려대는 '출전시간 30% 이상' 기준을 받아들였고, 건국대는 대한농구협회(한국중고농구연맹)가 주최하는 전국 규모 대회 개인상 수상자까지 지원자격을 확대했다. 단국대, 동국대 등 일부 대학은 경기실적 제출, 인정기한을 기존 원서접수 마감일 대신 10월~11월까지 연장해 추가 대회 실적을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대학이 특기생 지원자격 완화, 전형요소 변경, 실적 제출기한 연장 등을 도입했지만,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소위 '코로나 변수'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는 교육부, 문체부가 대학 자율권에 기댈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대학의 한 관계자는 "대교협이 현장 의견을 수렴하되, 급작스러운 혼란을 주거나, 형평성에 어긋나는 변경은 안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세웠고, 그러다보니 보수적인 대학 입장에서도 큰 변화를 주기는 부담이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학 입장에선 1년 내내 경기도 제대로 안한 상태에서 '특기자 전형'을 통해 가장 우수한 선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KUSF의 관계자는 "대교협과 대학 사이에서 각 종목 단체 의견을 수렴해 전달하는 역할을 했지만, 결국 반영 여부는 각 대학에 달려 있다. 코로나 이후 첫 입시인 만큼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문제점을 앞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