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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대세=잔잔 마라맛..'브람스'→'청춘기록'→'내가예', 드라마 속 소소한 자극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그 속에 분명한 매콤함이 있다.

일명 '잔잔 마라'로 불리고 있는 요즘 드라마계의 트렌드다. 'SKY캐슬' '부부의 세계' 등 빠른 속도감과 자극적인 맛이 한창 브라운관을 가득 채우기도 했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코로나블루에 빠진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잔잔한 맛이다.

tvN '청춘기록'(하명희 극본, 안길호 연출)부터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류보리 극본, 조영민 연출), MBC '내가 가장 예뻤을 때'(조현경 극본, 오경훈 연출)에 이르기까지 많은 드라마들이 '잔잔함'을 무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스물 아홉 그 나이대를 보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받고 있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잔잔 마라'의 시작과도 같은 작품이다. 박준영(김민재)과 채송아(박은빈)의 감정선을 차곡차곡 쌓는 것과 동시에 우정과 사랑 그 사이의 3각+3각 총 6각 러브라인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떨리게 하고 있다.

박준영과 채송아의 감정선은 촘촘하고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그들을 둘러싼 상황은 '마라맛'에 가까운 매콤함을 보여주는 중. 특히 박준영을 둘러싼 이정경(박지현)과 한현호(김성철)의 삼각관계는 역대급 마라맛 전개를 가능하게 했고, 특히 한현호와 헤어진 이정경의 행동들이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채송아를 둘러싼 윤동윤(이유진)과 강민성(배다빈)의 상황도 마찬가지. 윤동윤과 강민성이 채송아 몰래 밤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시청자들은 뒷목을 잡는 동시에 흥미진진한 전개에 눈을 떼지 못하게 됐던 것. 채송아와 박준영의 관계가 진전된 이후로도 6각 관계의 '끝'이 쉽게 맺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마라맛'을 본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은다.

박보검의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자 청춘을 그린 작품인 '청춘기록'은 자극적인 대결구도 등이 등장하지 않은 자품. 이 시대 평범한 청춘으로 그려지는 사혜준(박보검)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보여주는 당당한 태도 덕분. 집안에서도 무시 당하고, 전 에이전시에서도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이리 저리 치이는 처지이지만, 그가 답답한 '고구마'로 그려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의 참지 않는 성격 덕분. 부당한 일을 당하면 곧바로 쏘아대는 일명 '불주둥이' 덕분에 시청자들의 막힌 속은 뻥뻥 뚫리는 중이다. 비록 모든 이야기가 자극적으로 흘러가지 않고 잔잔함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속에서 사혜준의 당당함을 보다보면 '잔잔 마라'의 참맛을 보게 된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평.

위 두 드라마와는 결을 달리하지만, 마치 첫사랑 이야기처럼 흘러가던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도 매운 맛이 점차 찾아오는 중. 초반 형제가 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설정에서 시작한 '내가예'는 한적한 시골 동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들을 담으며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 했지만, 고등학생이던 서환(지수)의 성장 이후 흐르는 미묘한 기류가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형수였던 오예지(임수향)을 향해 돌진하고 심상찮은 기류를 흘리는 서환의 눈빛은 이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여기에 남편인 서진(하석진)은 휠체어를 타고 재등장하고, 서환은 형수인 오예지에게 고백을 터뜨리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초대해 후반부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잔잔한 드라마가 트렌드가 됐지만, 지루함을 이기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은 이어지는 중. 잔잔함 속 제작진이 숨겨둔 센스 넘치는 마라맛 덕분에 시청자들 역시 쉴 틈 없는 드라마 시청을 이어가는 중. 곳곳에 숨은 연출의 의미를 곱씹는 시청자들의 반응 덕분에 '청춘기록'과 '브람스', '내가예'는 높은 화제성을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드라마계에 이어지는 '잔잔 마라' 열풍은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