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점차 승부. 승리에 쐐기를 박기 위한 스퀴즈가 하마터면 경기를 망칠 뻔했다.
키움은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9차전에서 6대3으로 승리했다. 제이크 브리검은 6이닝 1실점으로 부활투를 선보이며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3자책점 이하)로 2승째를 거뒀다. 안우진은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8회 키움에게 찾아온 찬스는 분위기 역반전의 위기로 돌변할 뻔했다. 키움은 4-3으로 앞선 8회말, 에디슨 러셀의 중전안타와 김웅빈의 번트, 허정협의 내야 안타와 도루를 묶어 1사 2, 3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이날 2안타를 기록한 이지영이 들어섰다.
이지영은 깜짝 번트를 댔다. 이지영과 3루 주자 러셀의 걸음, 1점차의 살얼음 리드를 감안하면 정황상 벤치에서 스퀴즈 사인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러셀은 이지영이 번트를 대는 그 순간까지 3루에서 스타트를 끊지 않았다. 이지영의 번트가 땅에 떨어진 뒤에야 뒤늦게 출발했다. 차라리 스타트하지 않은 것만 못했다. 러셀은 허무하게 홈에서 아웃됐고, 1사 1, 3루는 삽시간에 2사 1, 2루로 돌변했다. 타오르던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진 셈. 한화의 신예 투수 김진욱의 침착한 홈 토스도 돋보였다.
이날 키움은 마무리 조상우를 낼 수 없는 상황. 앞선 2경기에서 연투한 조상우는 경기 전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말 3연전이 열리는 부산으로 일찌감치 이동한 상태였다. 1점차 리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또 한번의 반전이 있었다. 다음 타자 김헤성이 중견수 뒤쪽 담장을 직격하는 장타를 때려낸 것. 허정협과 이지영은 여유있게 홈을 밟았고, 김혜성은 단숨에 3루까지 내달렸다.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타였다.
이때 김하성이 더그아웃에서 러셀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에 대해 김하성은 경기 후 "러셀이 홈에 들어오려다 포수와 충돌이 있었다. 혹시 다친데는 없는지 컨디션을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투런포에 대해 "타격감이 좋지 않아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실투성 볼이 들어와 자신있게 휘둘렀다"면서 "요즘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느낀다. 더 집중하려고 노력중"이라는 소감도 전했다.
결국 키움은 9회 등판한 안우진이 승부에 마침표를 찍으며 2차례나 연장을 치른 힘겨웠던 3연전을 위닝으로 마무리했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