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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격 사표 제출' 이천수 전력강화실장, 인천 떠난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이 전격적으로 인천을 떠난다.

인천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9일 "이 실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구단주인 박남춘 인천시장과도 대화를 나눴다. 사표도 이미 수리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로써 지난해 1월 인천 전력강화실장으로 부임하며 행정가로 변신한 이 실장의 도전은 1년 7개월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이 실장은 최근 힘든 시기를 보냈다. 윗선과 갈등으로 힘들어 했다. 지난 겨울부터 이어진 갈등은 이번 여름 폭발했다. 개인적으로 10억원을 후원해 오는 등 여름이적시장 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원한만큼의 영입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지친다, 꼭두각시'라는 포스팅을 남기며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임생 감독 불발건을 통해 내부 갈등은 세상에 공개됐다. 전달수 대표이사는 독단적으로 이임생 감독 선임을 결정했고, 이 실장은 배제됐다. 결국 석연찮은 결정은 비상식적인 일처리로 이어졌다. 제대로 이 감독과 협상을 완료하지 않은 채, 마무리 단계인 이사회부터 개최하는 촌극이 펼쳐졌다. 결국 세부조항에서 이견을 보인 끝에 이 감독의 인천행은 전면 백지화가 됐다.

이 실장은 곧바로 감독 선임에 나섰다. 5일 이 감독 불발 해프닝 후 단 이틀 만인 7일 조성환 감독 선임을 확정했다. 결정 시간은 짧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부실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정상'적인 길을 걸었다. 조 감독은 당초 인천의 주요 후보군 중 하나였다. 이 실장은 주변 관계자들에게 평판을 묻고, 그가 이끌었던 제주 경기들을 분석하며 조 감독에 대한 파악을 일찌감치 마쳤다. 코치진에 김재성, 김이섭, 선수단에 오반석 김호남 양준아 김성주, 아길라르 등 조 감독과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많다는 점도 이점이었다.

남은 것은 서로에 대한 철학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일이었다. 이 실장은 이 감독의 인천행이 불발된 밤, 조 감독과 접촉했다. 6일 새벽 1시 만나 3시간 가까이 의견을 나눴다. 이 실장도, 조 감독도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큰 틀에서 합의까지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견이 있었다. 코칭스태프 승계 문제였다.

조 감독은 본인이 원하는 코치의 동행을 강력히 요구했다. 사실상 조 감독의 유일한 요청이었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예산 대부분을 소진한 인천 입장에서 새 코치의 선임은 분명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양 측의 조율이 필요했다. 이 실장이 결단을 내렸다. 조 감독의 뜻을 수용하기로 하고, 수뇌부를 설득했다. 결국 임중용 수석코치가 일선에서 물러나 기술이사로 보직을 바꿨고, 조 감독과 인연이 있는 최영근 코치가 부임했다.

감독 선임을 마무리한 이 실장은 쉬고 싶다는 뜻을 주변에 전했다. 계속된 갈등에 지쳤지만, 이 실장은 감독 선임이라는 급한 불을 끄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감독 선임 후 이 실장은 시장과 대표이사에 사퇴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대표 이사와의 동반 사퇴가 유력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단 이 실장만 떠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 실장은 부임 후 특유의 악바리 근성으로 팀 잔류라는 목표를 달성하며, 행정가로서 성공적인 첫 발을 뗐다. 하지만 끝내 갈등을 극복하지 못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