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2년 전 수준의 타고투저 현상. 공인구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 빡빡한 스케줄에 지친 투수들 탓을 해야 할까.
물론 그렇다. 여기에 타자들의 대처능력 향상도 빼놓을 수 없다. LG 트윈스 김현수는 KBO가 공인구 반발계수를 줄인 지난해 11홈런을 치는데 그쳤다. 두산 베어스 시절인 2012년 7홈런 이후 자신의 한 시즌 최소 홈런기록이었다. 여러가지 원인이 꼽혔지만, 공인구 때문이었다고 본인은 생각했다.
이 때문에 지난 겨울 타격폼 수정에 나섰다. 크게 바꾸는 게 아니라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이동시키는 일이었다. 지난해 11월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만난 NC 다이노스 양의지의 조언도 "히팅 포인트를 조금 앞에 두고 치는 것"이었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실시한 자체 청백전이 한창이던 지난 4월 중순 김현수는 "다른 팀과 경기를 해봐야 히팅 포인트가 앞으로 왔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청백전의 경우 같은 팀 선수들과 붙으니 서로 잘 알고, 투수들도 연습으로 생각하고 전력으로 던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청백전이 기준점이 되기는 힘들다"고 했다. 타격폼 수정 효과를 얼른 확인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시즌 개막 후 3개월이 지났다. 페넌트레이스의 절반을 넘긴 시점, 김현수는 마침내 타점 1위에 올랐다. 히팅포인트를 바꾼 효과를 누리고 있다. 4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김현수는 홈런 2개를 포함해 5타점을 올리며 15대5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현재 타율 3할4푼8리, 16홈런, 68타점, OPS 0.992를 마크했다.
어느새 타점 부문서 타이틀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물오른 클러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2회 선두타자로 솔로홈런을 친 김현수는 2-3으로 뒤진 5회 2사 만루서 KIA 선발 이민우의 몸쪽 139㎞ 직구를 잡아당겨 우월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김현수가 한 경기 2홈런을 친 것은 지난 7월 8일 두산 베어스전에 이어 올시즌 두 번째이고, 만루홈런도 7월 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이어 시즌 2호다.
7월 이후에만 26경기에서 11홈런, 36타점을 쓸어담았다. 4번 타자로 나선 지난달 28일 SK 와이번스전 이후 6경기에서는 3홈런, 9타점을 올렸다. 이날 현재 홈런 9위고, 타점은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와 공동 1위. 이 정도면 2015년 올린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28개)과 최다 타점(121개) 기록 경신도 노려볼 만하다.
히팅 포인트 조절을 통해 공인구 적응을 완벽하게 마친 만큼 김현수는 시즌 마지막까지 버틸 체력만 확보된다면 '커리어 하이'는 문제없어 보인다. 시즌 중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게을리 하지 않는 김현수는 체력은 언제나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채은성 이형종 등 후배들도 그의 웨이트 트레이닝 제일주의에 동참할 정도로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4일 경기후 김현수는 "잘 되다 또 슬럼프에 빠질 때가 올 것이기 때문에 계속 집중하겠다"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