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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잘싸' 부산, 선두 울산의 진땀을 뺐던 1대2 패배

[부산=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 부산. 실속 챙긴 울산.'

선두 울산 현대가 부산 아이파크의 패기에 진땀을 흘리다가 선두 행진을 이어갔다.

울산은 2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14라운드 부산과의 원정경기서 주니오의 18호골에 힘입어 2대1로 신승했다.

전날 전북이 승점 동률로 바짝 추격한데 쫓겼던 울산은 11승2무1패(승점 35)로 다시 달아났다.

울산은 이날 대기 명단에 주니오, 불투이스, 김인성 신진호 박주호 등을 올렸다. 이것만 봐도 울산의 위력적인 스쿼드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공은 둥글었다. 경기 내용에서는 부산이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승부의 세계는 결과가 말해준다지만 이날 부산의 플레이는 올시즌 처음 입장한 500여 부산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만했다.

▶'큰 코' 다칠 뻔한 울산

방심했기 때문일까. 선두 울산은 전반에 큰 코 다칠 뻔했다. 뒤늦게 실속을 챙기기는 했지만 이날 부산전 전반만큼은 선두팀 강호답지 못한 게 사실이다. 울산은 경기 시작 전부터 상대적으로 위력적이었다. 7월 전승, FA컵 4강행, 부산 원정 7연승 도전. 겉으로 나타난 기록만 봐도 울산이 부산을 압도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스피드, 조직력, 열정 등 여러 면에서 부산이 앞섰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정협을 잃은 부산은 상대적 열세의 전력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경기 시작부터 강하게 밀어부쳤다. 전반 4분 호물로의 프리킥으로 울산 골문을 위협했던 부산은 내내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이동준이 오른 측면을 마구 흔드는 데도 울산은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 부산은 의욕이 너무 앞선 게 단점이었다. 27분 이동준이 역습 상황에서 결정적인 문전 찬스를 맞았지만 너무 힘이 실린 나머지 허공을 갈랐고, 30분에는 호물로가 혼자 해결하려고 욕심을 냈다가 상대 수비에 걸리고 말았다. 이 때까지 울산은 이렇다 할 공격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33분 홍 철이 이동준의 역습을 막기 위해 반칙을 범했는데 골에어리어 한발짝 앞이어서 페널티킥을 내주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울산은 선두팀의 저력을 잃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이 주어지자마자 아크 지점에서 롱볼 패스를 받은 비욘존슨이 쇄도하던 윤빛가람에게 슬쩍 빼줬고, 윤빛가람이 침착하게 골문 오른쪽 구석을 뚫었다. 변죽은 부산이 울렸지만 실속은 울산이 챙겼다.

▶부산 '얻어터져도 한 대는 때린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1-0 리드에도 전혀 만족할 수 없을 법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상헌 대신 김인성을 투입해 잠자던 측면을 깨우려고 했다. 그 덕분에 전반에 비해 한층 활력을 되찾으며 울산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완전한 국면 전환은 아니었다. 여전히 부산은 강하게 저항했고, 공격축구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울산의 공세에 밀리더라도 빠른 역습으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부산의 끈질김은 후반 33분 빛을 발했다. 빈치씽코의 역습 전개를 정승현이 경고 반칙으로 저지한 게 화근이 됐다. 빠르게 전개한 프리킥 공격에서 호물로의 절묘한 2대1 패스를 받은 교체 멤버 김 현이 대각선 슈팅을 성공시켰다. 그에겐 4년 만의 K리그 골이었다. 불의의 일격이 아니라 '올 것이 왔구나'같은 골이었다. 놀란 울산은 체력안배를 위해 아껴뒀던 주니오를 투입했고, 37분 곧바로 효과를 봤다. 코너킥 상황에서 비욘존슨의 헤더를 김문환이 막았지만 하필 주니오의 '백발백중' 발 앞으로 굴러갔다. 이번에도 흥미를 더한 쪽은 부산이었지만 실속은 또 울산의 몫이었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