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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제작비 절반 이상'..부동산 맞먹는 배우 몸값, 드라마 업계 곡소리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아침에 일어나니 다르고 오후에 또 다르게 올라 있는 부동산 가격처럼, 배우들의 몸값 역시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신인 배우들이 회당 5000만원을 부르고 나서는 일 역시 예삿일이 됐고, 주연급으로 올라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지상파 주인공 자리를 꿰찬 배우도 회당 8000만원을 요구했다는 '설'이 돌며 방송가가 들썩이기도 했다. 출연료는 하늘을 모르게 치솟고, 시청률은 점점 바닥을 치는 가운데 드라마 제작 업계의 곡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방송가의 젊은 남자 배우들 사이 출연료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제작 관계자들 모두 "제작비 대비 남자 배우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이에 동참하는 이들만 점점 더 늘어날 뿐, 중심을 잡는 이 하나 없다.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 한류 스타들이야 판권 계약에 유리한 점이 있다지만,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급 남배우들까지 몸값 올리기에 열중하며 인건비 상승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힘들다"는 목소리를 내던 드라마 제작사들이 이제는 "죽겠다"는 한숨을 내쉬는 중이다.

OTT(Over The Top) 서비스는 이제 드라마 업계와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국내에서만 드라마를 방영해서는 마이너스를 벗어날 수 없고, 그렇기에 해외에 수출하거나 OTT 서비스를 통해 수출을 해야만 하는 상황. 현재는 넷플릭스와 웨이브 등과의 협업을 꼭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고, 이젠 배우들 입장에서도 "OTT를 끼고 오라"며 제작사에 요구하는 상황이 됐으니, 제작비를 둘러싼 현실의 벽은 높다.

이러니 OTT를 통해 '전세계로 방영한다'는 한 문장이 대대적인 홍보의 문구가 됐고, 이 붐을 타고 큰 작품에 함께했던 신인급 배우들이 몸값을 곧바로 높여나가며 시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제 막 인지도를 알린 배우가 1억원에 달하는 출연료를 요구한지도 오래됐고, 최근에는 상한가로 생각됐던 2억원의 선도 무너졌다. OTT드라마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한 톱 남배우는 최근 새 드라마 계약에 2억5000만원을 요구했었다는 사실이 암암리에 퍼져 드라마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한류 붐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여보려 애쓰다가도,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손꼽히던 JTBC '부부의 세계'의 타이틀롤이었던 김희애가 회당 7000만원 정도를 받았던 점을 떠올리면 터무니없는 가격임에 틀림없다.

드라마 업계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한 회 틀 때마다 1억원 마이너스"라는 얘기도 돌 정도로 방송 사정이 좋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배우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2008년도 지상파 3사 드라마 국장들이 스타들의 몸값 규제에 동의하며 잠시 몸값이 잡히기도 했지만, 그 후에는 상한선이 깨졌고 출연료는 점점 더 치솟는 중이다. 현재 드라마 제작비가 회당 4억원부터 6억원 사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남자 배우 한 명에게 제작비의 절반 가량이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이를 차지하는 연출료나 작가들의 원고료는 배우들의 출연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신인급 작가들은 입봉 후 회당 200여만원 정도의 원고료를 받고, 이후 1년에서 2년의 기다림 끝에 다음 작품을 선보이게 되는데 전작대비 큰폭의 상승률은 기대할 수도 없다. 스타작가로 올라선다고 하더라도 오를 수 있는 상한선은 1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 드라마 시장을 차지하는 큰 아이러니. 한 신인급 작가는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작가는 1년에 한 작품을 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작품의 설계 등을 담당하는 사람인데, 배우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원고료는 올려줄 수 없다는 방송사와 제작사의 행보가 아쉽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드라마업계의 불균형에 대한 불만 역시 커지는 중이다.

여기에 배우들은 출연료에 더해 판권의 수익까지 가져가고 싶다고 나서기도 했지만, 톱스타를 섭외하려 했던 제작사가 무리한 요구에도 합의를 하며 이 역시 또 다른 '관행'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에 방송사와 제작사는 또 다시 '마이너스' 길을 걷게 됐으니, 부동산급으로 올라서는 몸값이 잡히지 않는 이상 이같은 악순환은 계속될 전망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