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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숙현 사건 청문회장'의 두 체육인,이 용-임오경 의원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 현장엔 이 용(미래통합당), 임오경(더불어민주당) 2명의 체육인 출신 국회의원이 있었다.

평창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 이 용 의원은 지난달 26일 고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을 가장 먼저 세상에 알렸다. '우생순 신화' 핸드볼 스타 출신 임오경 의원 역시 체육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가운데 또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료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 공고한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경주시청 선수들이 용기를 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큰 이유는 믿고 의지할 체육인 선배 의원이 국회에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 잔혹하지만 눈감을 수 없는 진실은 그렇게 하나둘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19대 국회 '사라예보 탁구 레전드' 이에리사 의원 이후 체육인 국회의원은 전무했다.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이슈가 된 안타까운 죽음, 체육인은 자정 능력을 잃었고, 스스로 혁신할 수 없다는 싸늘한 여론 속에서도 현장을 아는, 용기 있는 체육인 의원들의 존재는 여전히 희망이다. 억울한 후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첫 청문회에서 이들은 초선의 패기, 집요하고 치열한 체육인의 정신으로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이 용 의원의 질의에 체육계 후배들은 가감없는 속내를 드러냈다.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선배' 이 의원을 향한 믿음이었다. 피해선수 부모들은 이 용 의원실에서 청문회를 지켜봤다. 아버지 최영희씨는 딸 최숙현의 일기장을 직접 건넸다.

이날 이 의원이 공개한 'Q&A' 일기장,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고 최숙현은 '김규봉 감독, 안주현 운동처방사, 김도환의 개명전 이름, 선배 장 모 선수' 등의 이름을 써넣었다. 지난 6일 국회 질의 응답에서

폭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던 김도환도 이날 이 용 의원 앞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오래 알고 지낸 감독님의 잘못을 들추기 싫었다. 두려움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폭행, 폭언이 난무하는 '이상한 나라'에서 일주일에 한 번 맞고, 서로가 서로를 때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던 후배들에게 화해와 사과를 요청했다. 선배 장 모 선수의 지시로 정 모 선수를 각목으로 때렸다는 남자선수가 이 의원앞에서 혐의를 인정한 후 사과했다. "장 모 선수가 시켜서 각목으로 정 모 선수를 때렸다. 만약 때리지 않았다면 저 또한 왕따, 폭언에 시달렸을 것이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죄한다"며 고개숙였다.

이 의원은 또 지난 2월 고 최숙현 측의 첫 진정을 접수받았던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위원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특히 지난해 7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실업팀 선수 1251명의 인권실태를 조사한 국가인권위를 향해 이 의원은 "당시 조사에서 424명이 폭언, 326명이 폭행, 66명이 성희롱을 당했고, 3명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그럼 이 선수들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지금도 어디선가 폭행 당하고 있다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조사 이후 수사의뢰, 고발 등 후속조치가 없었다는 사실에 격분했다.

추가 1분씩 3번을 더 쓰고도 이 의원의 질의 시간은 부족했다. 도종환 문체위원장이 "시간을 다 쓰셨다. 가장 많은 시간을 드렸다"며 수차례 만류하자, 이 의원은 "위원장님, 저는 정말 진실을 규명하고 싶습니다"라는 간곡한 목소리로 열정을 드러냈다.

'우생순 신화' 핸드볼 스타 출신 임오경 의원 역시 스포츠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열었다. 폭행 혐의를 인정한 김도환 역시 여섯 살 때부터 아버지처럼 모시던 감독으로부터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맞아온 '피해자'라는 사실, 선수들이 감독 등의 강요에 의해 "폭행이 없었다"는 가짜 진술서를 작성해 경찰에 제출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임 의원은 강요에 의한 진술서를 토대로 수사한 경주경찰서를 향해 "가해자인 감독이 불러주는 대로 쓴 진술서를 받는 것은 무슨 엉터리같은 수사기법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산 A내과에서 일하던 자칭 '경주시청 팀닥터'의 존재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추궁하며 무자격 의료진이 실업팀, 대표팀에서 버젓이 활동한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을 강하게 질타했다.

무엇보다 임 의원은 체육인들의 자발적 변화를 촉구했다.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스포츠계는 아직 과거에 멈춰 있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후 "동료와 함께 나아가는 것이 스포츠 정신이다. 사람이 우선이어야지 성적이 우선이어서 안된다. 체육인들이 가장 투명하고 모든 이들의 롤모델이 되는 집단이 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