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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예뻐보이고 싶다는 욕심 없어'…이정현, '꽃잎→반도' 이어진 장인의 뚝심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예뻐 보이고 싶다는 욕심은 전혀 없어요. 하하."

좀비 액션 영화 '반도'(연상호 감독, 영화사레드피터 제작)에서 폐허의 땅에서 들개가 된 생존자 민정을 연기한 배우 이정현(40). 그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반도'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반도'는 2016년 한국 영화 최초 좀비 장르에 도전,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폭발적인 호평을 받으며 전 세계 'K-좀비' 열풍의 서막을 연 '부산행'(연상호 감독)의 후속편이다. '부산행' 이후 4년 만에 관객을 찾은 '반도'는 '부산행'보다 더욱 확장된 세계관과 진화된 캐릭터로 전 세계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지난 15일, 올여름 텐트폴 첫 번째 영화로 출사표를 던진 '반도'는 코로나19 시국 속에서도 첫날 35만2926명을 동원, 흥행 1위에 오르며 동시에 올해 최고의 오프닝 신기록으로 흥행 서막을 열었다.

특히 '반도'에서 걸크러시 매력을 뽐낸 이정현은 생애 첫 액션 블록버스터에 도전하며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 관객의 뜨거운 호평을 얻었다. 폐허가 된 땅에서 딸 준(이레), 유진(이예원)과 함께 악착같이 살아남은 민정으로 변신한 이정현은 좀비와 631부대의 습격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엄마이자 여전사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봉쇄된 반도에 4년 만에 돌아온 처절한 생존자 정석 역의 강동원과 함께 거친 액션 연기는 물론 밀도 높은 모성애 연기까지 소화하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정현은 올해 최고 오프닝 신기록을 '반도'의 기록에 대해 "정말 너무 기뻤다. 이런 코로나19 시국에 관객이 '반도'를 많이 보러 와주셨다. 극장이 지금 너무 어려운 상황인데 '반도'가 조금이나마 활력의 중심이 돼 기뻤다. '반도' 개봉 전까지는 '그저 잘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만 했다.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관객이 극장을 많이 찾아줄까?' '개봉을 해도 될까?' 등 온통 그런 걱정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스코어를 받아 그저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전했다.

'반도' 속 민정에 대한 캐릭터 소개도 이어갔다. 이정현은 "'반도'에서 민정은 강인한 엄마이자 모성애가 강한 캐릭터다. 나 역시 그런 캐릭터에 납득이 많이 갔다. 더구나 시나리오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며 첫 액션 블록버스터를 도전한 것에 대해 "나는 액션이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반도' 촬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연상호 감독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액션 스쿨을 찾아가서 액션을 연습했다. 땅 구르기부터 온갖 액션을 다 연습했다. 그런데 실전에서는 단순한 액션을 연기하라고 했다. 막상 촬영해보니 오히려 그런 단순한 액션이 강하게 보이더라"고 웃었다.

이어 "'반도'는 정말 큰 어려움 없이 연기했다. 현장에서 연상호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어도 괜찮았다. 연상호 감독이 연기 재연을 많이 해줘서 장면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없었고 서로 수월하게 촬영했던 것 같다. 그동안 액션을 정말 해보고 싶었다. 다들 하고 싶어 하는 장르인데 이번에 할 수 있게 돼 정말 좋았다"고 덧붙였다.

함께 호흡을 맞춘 강동원에 대해 "나도 나지만 강동원은 정말 액션을 잘하더라. 강동원은 누가 봐도 첫인상부터 너무 멋있지 않나?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멋진 비율과 '이래서 강동원, 강동원 하는구나' 싶었다. 예의도 너무 바르고 정말 착하다. 또 영화밖에 생각을 안 하더라. 일만 생각해서 연애도 안 하는 거 같더라. 이래서 여성 팬이 좋아하나 싶었다. 강동원에 대한 단점을 못 봤다. 굳이 찾자면 너무 수줍어서 말을 못 하는 게 유일한 단점인 것 같다. 물론 짓궂은 모습도 있다. 톱스타란 의식도 없고 함께 호흡을 맞추기 너무 좋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2019년 4월 3살 연하 대학병원 전문의와 결혼하며 인생 2막을 연 이정현은 "결혼 후 확실히 마음이 편해지더라. 결혼하고 난 뒤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도 신작 '리미트'(이승준 감독)를 촬영하고 있는데 예전보다 더 촬영장에서 집중력이 생긴 것 같다"며 "아무래도 남편이 항상 집에 잘 있어 주고 그러니까 마음이 정말 편해서 집중도 잘 되는 것 같다. 든든한 인생의 동반자가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내가 잘될 때나 못 될 때나 내 편이 있다는 게 정말 좋다"고 애정을 전했다.

이어 '반도' 속 모성애에 대해 "조카들이 8명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조카들이 너무 예뻐했다. 물론 엄마보다 못하겠지만 내 자식처럼 조카들을 돌봐줬고 옆에서 예쁘게 크는 걸 봤다. '반도'에서 이레와 이예원을 보면서 조카들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현은 "20대에는 너무 일만 해서 힘들었다. '꽃잎'(96, 장선우 감독)으로 어렸을 때 데뷔했는데 그때 정신 나간 연기를 처음 해봤다. 연기를 아예 배운 적이 없는 상태에서 첫 촬영에 들어갔고 연기를 못 한다고 촬영을 접기도 했다. 장선우 감독에게 '누가 저런 배우를 뽑은 거냐'며 정말 많이 혼났다. 지금은 영화를 촬영하는 환경 자체가 정말 좋아졌고 연기를 잘하는 아역배우들도 정말 많다. 나는 지금이 너무 좋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안 돌아가고 싶다"고 고백했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시나리오만 좋으면 규모와 상관없이 작품을 선택하려고 한다. 또 감독의 전작들이 좋으면 선택하려고 한다. 아쉽게도 지금은 딱 마음에 드는 작품을 못 만나고 있지만 아직도 독립영화 시나리오를 계속 받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블록버스터 작품을 촬영해야 독립영화를 촬영할 때 도움이 된다. 상업 영화 배우가 들어가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블록버스터와 독립영화를 꾸준히 병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전작들 때문에 유독 고생하는 역할과 작품만 들어오는 것도 사실이다. 선택권이 없다. 당하고 처절한 역만 들어오는데 그럼에도 1순위는 좋은 감독과 좋은 시나리오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다"고 소신을 전했다.

매 작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정현은 "예뻐 보이고 싶다는 욕심은 전혀 없다. 내가 20대였다면 예뻐 보이고 싶을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작품 안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이 들지 않더라. 그저 캐릭터에 충실하고 싶을 뿐이다. '반도'도 시나리오에 나온 대로 분장할 수 있어서 너무 흥분됐다. 현재 촬영하고 있는 '리미트'도 경찰 아줌마 역인데 얼굴에 온통 주근깨에 점도 그리고 나온다. 하지만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캐릭터에 충실하고 싶고 그 모습이 그대로 표현이 됐을 때 만족감을 느낀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2020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김도윤, 이레, 이예원 등이 출연했고 '부산행' '염력'의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