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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갖지 마' 기술 아닌 멘털 문제, 플렉센이 찾은 정답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크리스 플렉센이 스프링캠프에 처음 합류했을 때. 팀 동료들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까지 깜짝 놀랄 정도로 좋은 공을 뿌렸다.

뉴욕 메츠에서도 쉽게 내주지 않던 유망주 투수. 최근 구속까지 상승하면서, 플렉센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커져만 갔다. 두산 베어스가 현실적으로 생각했던 플렉센의 역할은 조쉬 린드블럼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 것. 물론 린드블럼만큼의 승수는 아니더라도 1선발로 로테이션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기대했다.

솔직히 시즌 전 기대치와 비교했을 때 플렉센의 현재 성적이 조금 못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11경기에서 4승3패 평균자책점 3.86. 퀄리티스타트는 7회. 개인 성적만 놓고 보면 팀 동료인 라울 알칸타라가 조금 더 앞서 있다.

누구보다 조급했던 사람은 플렉센 자신이었다. 사실 두산은 이용찬도 팔꿈치 수술로 전력에서 빠지고, 마운드에 기복이 있는 상황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플렉센은 승운까지 안따르는 상황에서 6월초 허벅지 부상으로 한차례 등판을 거르면서 페이스가 더욱 꺾였다. 특히 지난 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4이닝 9안타 2볼넷 1탈삼진 6실점으로 개막 후 가장 좋지 않은 내용을 보였다.

김태형 감독은 "최근 공 자체도 그렇고 제구력도 좋지 않다. 시즌 초반보다는 수치들이 전체적으로 떨어져있다. 조금 더 잘하려다 보니 급해지는 것 같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본인 공을 못던지고 있다. 멘털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켜보겠다고 이야기 했다.

김원형 투수코치의 의견도 비슷했다. 김 코치는 "가지고 있는 공이 워낙 좋은 투수인데, 기술적인 문제 보다는 멘털적으로 흔들리는 게 있는 것 같다. 부상으로 한 턴 쉬면서 빨리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급한 마음도 보인다.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편하게 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계기가 생겨서 자신감만 찾으면 아마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런 면에서 플렉센에게는 10일 롯데전 등판이 좋은 계기가 됐을 수 있다. 플렉센은 이날 7이닝동안 3안타 6탈삼진 1볼넷 1실점으로 완벽한 호투를 펼쳤다. 팀 동료들이 플렉센을 도왔다. 두산 타자들은 1회 3점, 2회 4점으로 초반부터 7-0의 리드를 플렉센에게 안겨줬다. 한결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황에서 타자들을 상대한 플렉센은 컨트롤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7이닝까지 93개의 투구수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승리 투수도 됐다.

팀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지만, 사실 플렉센은 이제 KBO리그에서의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만 26세의 젊은 투수다. 아직 '완성형'을 향해 가는 여정의 중간에 서 있다. 이번 승리를 계기로 자신감을 회복해 다음 등판에서도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는 게 당장의 목표다. 플렉센이 과연 정답을 찾은 것일지 기대를 모은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