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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핫포커스]'2실책+주루사+폭투' 스스로 무너진 한화, 멀어진 탈꼴찌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화 이글스의 2연승이 이렇게 어렵다. 탈꼴찌의 꿈과도 조금 멀어졌다.

KBO리그는 장기 리그전이다. 매 경기가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놓쳐서는 안되는 경기가 있다. 상대가 승부처에서 큰 실수를 범하는 경기다.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의 주말 3연전은 '그들만의 한국시리즈'로 불릴 만큼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 리그 9위 SK와 8위 롯데 자이언츠의 차이는 10경기, 반면 SK와 최하위 한화는 고작 2경기 차이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꼴찌는 피하고 싶은게 양팀의 속내다.

지나친 긴장을 한 걸까. 보기드문 실수가 속출했다. 마치 데칼코마니를 보듯, 양팀은 도루 실패와 폭투, 주루사를 사이좋게 주고 받았다. 승부는 실책과 홈런에서 갈렸다.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은 대 한화전 12연승을 기록중이던 SK 박종훈을 공략하기 위한 첨병으로 정진호를 기용했다. 타격 상성도 좋고, 박종훈의 느린 슬라이드스텝을 공략하는 준족도 지닌 선수다. 정진호는 데이터에 걸맞게 5타석 4출루(2안타 2볼넷) 1타점으로 활약했지만, 1회말 주루사에 이어 5회에는 도루 실패까지 저지르며 한화의 팀 분위기를 침체에 빠뜨렸다.

첫 주루사부터 심상치 않았다. 정진호는 안타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쳤다. 하지만 다음 타자 하주석의 유격수 쪽 깊은 땅볼 때 2루에서 태그아웃당했다. SK 유격수 김성현으로선 막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타구였다. 하지만 정진호는 3루로 달리지도, 귀루하지도 않은채 고민에 빠졌다. 뒤늦게 2루로 돌아왔지만, 공이 더 빨랐다. 김성현의 파인 플레이라고 하기엔 어색했다. 하주석만 눈뜨고 내야안타를 도둑맞은 꼴이다. 정진호는 5회말에도 2루 도루에 성공했지만, 무리하게 3루 도루까지 감행하다 아웃돼 기회를 날렸다.

4회말에는 강경학이 2루 도루에 실패했다. 타석에 있던 김태균의 볼카운트가 3볼이었고, 타선이 한바퀴 돌면서 박종훈이 흔들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 이해하기 어려운 시도였다. 이후 박종훈은 김태균과 정은원, 최재훈에게 연속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한 이닝 동안 몸에맞는볼 하나 포함 4개의 사사구를 내주고도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결과적으로 박종훈의 약점을 공략한 선수는 3회말 2사 후 안타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치고, 뒤이은 정진호의 적시타로 홈을 밟은 이용규 뿐이었다. 나머지 2점은 6회말 2사 2, 3루 상황에서 SK 두번째 투수 김택형의 폭투, 그리고 8회 최진행의 솔로포였다.

이에 맞서는 SK도 만만치 않다. 이날 SK가 낸 5득점 중 3점은 채태인과 최준우, 제이미 로맥의 솔로 홈런이다. 나머지 2점은 7회초 한화 4번째 투수 송윤준의 폭투, 그리고 8회초 강경학의 2연속 실책이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5회초에 연출됐다. 2대1로 앞서던 SK는 볼넷으로 출루한 김성현을 최지훈의 희생번트로 진루시키며 추가 득점 찬스를 잡았다. 뒤이어 오준혁도 몸에 맞는 볼이 나오면서 1사 1, 2루 찬스가 됐다. 타석에는 간판 타자 최정이었다.

한화 투수 윤대경이 초구를 던지려는 순간 1루 주자 오준혁이 출발했다. 상대의 허를 찌른 타이밍이었다. 문제는 2루주자 김성현도 허를 찔려 그대로 서 있었다는 것. 자칫 2루 베이스 위에서 두 주자가 만날 상황이었다. 포수 최재훈은 공을 잡고 주자들을 바라보며 몰아갔다.

김성현이 더블 스틸 사인을 보지 못했거나, 오준혁이 사인을 잘못 봤을 수 있다. 하지만 김성현은 뒤늦게라도 3루 쪽으로 뛰어주며 수비를 끌어들였어야했다. 김성현보다 오준혁의 발이 더 빠른 만큼, 2루 주자를 교체해주는 효과라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김성현은 멍하니 서 있다 천천히 2루로 귀루했고, 오준혁은 최재훈과 김성현 사이에 고립된 채 태그아웃당했다.

SK는 정진호가 3루 도루를 실패한 바로 다음 이닝인 6회초, 채태인의 대주자로 나온 김경호가 3루 도루를 감행해 아웃됐다. 유니폼만 바꾸었을 뿐 리플레이를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화의 추격 의지를 꺾은 것은 SK의 홈런이 아니라 강경학의 실책이었다. 마운드에는 평균자책점 0을 기록중인 신인 투수 강재민이 있었다. 하지만 강경학은 김경호의 평범한 1루 땅볼을 뒤로 빠뜨리며 2루까지 진루를 허용했고, 이어진 1사 3루에서 김강민의 1루 땅볼을 또다시 떨어뜨렸다.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낸 1실점이었다. '내야수비 강화'를 위해 김태균을 지명타자로 돌리고 내야 유틸리티인 강경학을 1루로 투입했던 한화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SK는 이날 벌어진 진흙탕 싸움의 승자가 됐다. 최소한의 보상은 받은 셈이다. 경기에 패한 한화만 상처를 안게 됐다. SK와의 차이는 다시 3경기로 벌어졌다.

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