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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잔류왕' 비밀, 상주전에 있었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기자가 인천 관계자나 선수들을 만나면 항상 묻는 질문이 있다. "도대체 매년 인천 잔류의 비결이 뭡니까?"

수년간 묻고 있지만, 사실 딱 부러지는 답을 얻은 적은 없다. 그 비밀을 가장 잘 알 것 같은 선수단에서도 "다들 잔류 DNA를 이야기 하는데, 정작 우리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팀을 이끌며 극적인 잔류 드라마를 쓴 유상철 전 감독도 "선수들끼리 미팅을 자주 한다던지, 고참들이 팀을 단합시킨다던지, 다 다른 팀에서 하는 정도다. 인천만의 특별한 비결은 없다. 늘 덤덤하게 준비를 할 뿐"이라고 했다. 프런트도, 수뇌부도 특별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맞다. 스스로도 답을 모르니 수년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모른다. 매년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외치지만, '초반 부진-후반 반등'이라는 공식으로 살아남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위험에 빠진 인천이다. 스플릿 제도 도입 후 리그 최다인 8연패에 빠졌다. 당연히 최하위.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짧아진 시즌, '이번에는 진짜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감독을 바꾸고, 여름이적시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올 해는 예년처럼 반등을 위한 특별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위기에 빠졌던 인천은, 혼자 힘으로 또 다시 반등의 서막을 열었다. 11일 홈에서 열린 상주전. 직전 라운드에서 전북까지 잡아낸 '4연승' 상주의 기세는 어마어마 했다. 김호남, 무고사까지 빠진 인천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아 보였다. 열심히 뛰었지만, 행운의 여신은 인천을 외면하는 것처럼 보였다. 중원의 문지환이 부상으로 교체아웃됐고, 후반 시작 후 오세훈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설상가상으로 문지환을 대신해 들어온 이제호가 레드카드를 받았고, 송시우까지 경고누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후반 20분도 채 되지 않았을때다.

4경기 연속 1대0 승리를 거둔 상주였던만큼, 인천의 무딘 공격이 상주 방패를 뚫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게다가 인천은 단 9명만이 경기장을 누비고 있었다. 실제 경기는 상주의 페이스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모두가 상주의 승리를 생각하던 후반 추가시간, 아무도 예상치 못한 골이 터졌다. 김도혁의 패스를 받은 지언학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득점과 함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인천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환호했고, 임중용 감독대행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임 대행은 경기 후 "늘 선수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고, 우리가 약하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며 "2명이 퇴장당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어디 한번 끝까지 가보자'고 했다. 90분 내내 선수들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토록 찾았던 답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상주전 플레이가 인천 잔류의 비결일지도 모른다. 인천 선수들은 이날 그야말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렸다. 한수위 상주 선수들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았고, 뛰고 또 뛰었다. 생각해보니 인천이 맹위를 떨쳤던 후반기, 경기 모습이 이랬다. 그 결과 그토록 외면했던 행운의 여신도 막판 미소를 지었다.

무기력한 모습에 등을 돌렸던 인천팬들도 다시 엄지를 치켜올렸다. 댓글마다 '이게 진짜 인천', '지더라도 이런 경기를 하면 된다'는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물론 예년에 비해 시간은 부족하지만, 인천은 의지라는 해법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2명이라는 숫적 우위를 앞세우고도 승점 1에 그친 김태환 상주 감독은 "축구, 참 재밌다"고 했다. '축구에서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과연 인천은 다시 한번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