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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AS-도움왕' 된 울산 김인성 '전북전 왼발 골 놓치고 잠 못잤죠'[진심인터뷰]

"운이 좋았어요. (이)청용이형, 주니오가 너무 잘 넣어줬죠."

울산 현대의 '스피드레이서' 김인성(31)은 3도움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골 잘 넣는 실력파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울산은 지난 4일 '하나원큐 K리그1 2020' 10라운드 인천과의 홈경기에서 이청용의 동점골, 주니오의 해트트릭, 김인성의 3도움 활약에 힘입어 4대1로 승리했다. 이날 울산 입성 후 첫 해트트릭을 기록한 주니오는 "김인성은 3도움의 자격이 있는 선수"라고 인정한 후 "우리 팀엔 도움을 해줄 수 있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커피를 사야겠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전북전 첫 패를 딛고 인천을 상대로 대승하며 '절대 1강' 전북을 승점 1점 차로 추격하게 된 2위 울산의 힘은 바로 이런 끈끈한 팀워크에서 나온다.

한날 한시에 한 팀에서 골-도움 해트트릭이 나온 건 K리그 출범 후 5번째다. 김인성의 3도움 기록은 K리그 출범 이후 역대 14번째다. 역대 63번째 골 해트트릭 기록보다 귀하다. 한꺼번에 3도움을 적립하며 김인성은 5도움으로 손준호(전북), 일류첸코(포항, 이상 4개)를 밀어내고 리그 도움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김인성은 "하프타임에 라커룸에 들어와서야 3도움 사실을 알았다"며 웃었다. "첫 번째 골은 중앙의 (이)상헌이가 뒤의 청용이형을 인지하고 센스 있게 잘 흘려줬다. 청용이형의 슈팅이 워낙 좋아서 '운좋게' 어시스트가 됐다"고 했다. "두번째 골은 주니오와 패스를 주고받은 후 주니오가 각 없는 상태에서 정말 잘 찼다. 또 '운좋게' 어시스트가 됐다"고 했다. 주니오의 두 번째 골, 울산의 세 번째 골은 김인성도 충분히 넣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문전에서 주니오에게 볼을 밀어줬다. "맞다. 그 골은 내가 넣었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주니오가 잘 넣어줘서 3도움을 하게 된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인성은 직전 전북전 첫 패(0대2 패) 후 잠을 설쳤다고 했다. 빨리 잊고, 빨리 털어내는 평소답지 않았다. 그날 전북전 막판 잇달아 자신 앞에 온 결정적 찬스에서 왼발 대신 오른발이 나가며 타이밍을 놓쳤다. 이청용 영입 후 새 시즌 왼쪽 윙어로 서게 된 김인성은 동계훈련 때부터 왼발 훈련에 집중했다. "그 장면을 몇 번이나 돌려봤다. 왼발로 때렸어야 하는데, 충분히 왼발로 때릴 수 있었는데…, 아쉬워서 잠이 안 왔다." 김도훈 감독도 인천전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이 장면을 언급했다. "김인성이 왼발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 왼발로 넣었어야 하는데…, 아마 다음번에 같은 장면에선 꼭 넣을 것"이라고 했다.

김인성은 인천전을 앞두고 이를 악물었다. "그때 내가 넣었으면, 무승부인데…, 안졌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왼발 연습을 계속 했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그 장면을 계속 반복연습했다"고 했다. "인천전을 정말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인천과는 늘 어려운 경기가 많았다. '올 시즌 연패는 절대 안된다. 다 쏟아붓고 나오자'는 마음뿐이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이라는 절실함은 3도움으로 보상받았다. "나는 그냥 패스 연결한 것밖에 없다. 클래스 있는 우리팀 공격수, 이청용, 주니오 선수가 정말 잘 넣어줬다"고 자신을 거듭 낮췄다. 김도훈 감독은 김인성의 3도움에 대해 "이타적인 플레이"라고 칭찬하면서도 "골을 더 넣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2골 5도움을 기록중인 김인성의 공격포인트 페이스가 그 어느 시즌보다 빠름에도 역시나 '주마가편'이다. 김인성은 "감독님은 늘 더 많은 골을 요구하신다. 10번 찬스가 오면 10번 다 넣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런 감독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미소 지었다.

내친 김에 주니오(12골)의 득점왕과 함께 동반 도움왕을 노려보면 어떻겠냐는 말에 김인성은 웃었다. "아주 먼 이야기다. 물론 주니오는 유력하다. 올해 나는 개인 타이틀, 개인 포인트엔 큰 욕심이 없다. 오직 팀 승리, 팀 우승 생각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우승을 지향하는 팀이다. 지면 안된다. 개인 타이틀도 팀이 우승해야 빛난다. 팀이 이기다 보면 오늘처럼 포인트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마감 무렵, 울산 구단 홍보마케팅팀으로부터 반가운 사진이 도착했다. 서로에게 공을 돌릴 줄 아는 '진정한 팀플레이어', '삼삼(33)한 파트너' 울산 김인성과 주니오가 대구전을 앞둔 훈련장에서 손가락 3개를 나란히 펼친 채 환하게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