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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프랜차이즈산업 지형도…'사모펀드 VS 비 사모펀드' 대결 속 브랜드별 속사정은?

프랜차이즈 산업이 국내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지속되는 경기불황에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본사) 수는 5175개, 브랜드 수는 6354개다. 전년 대비 각각 6%, 5%가 증가했다. 2014년 본사와 브랜드 수는 3482개, 4288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5년 사이 50%를 훌쩍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가맹점 수도 2014년 19만4199개에서 2019년 25만4040개로 늘었다. 최근 5년간 국내 산업 대부분이 경기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이 같은 시장 성장에도 불구, 최근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가 상당하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경영난 호소가 주를 이룬다. 매물로 나온 프랜차이즈 본사에 눈독을 들이는 곳은 사모펀드들이다. 내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사모펀드는 엑시트(매각) 전략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의 지형도가 지난 수년간에 걸쳐 '사모펀드 vs 비 사모펀드'로 개편된 가운데, 올 한해 사모펀드의 매각 관련 이슈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대기업 계열사나 토종 브랜드들 또한 서비스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화를 거듭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악재는 성장 자양분' 산업규모 성장 예상

8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프랜차이즈 산업 매출은 110조를 훌쩍 넘어섰다. 국내 총생산(명목 GDP)인 1730조원의 7%에 해당하는 수치다. 무엇보다 국내 프랜차이즈 매출의 증가세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6354개라는 브랜드 수만 놓고 봤을 때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프랜차이즈 강국으로 손꼽히는 미국은 브랜드 수가 3000여개, 일본은 1300여개에 불과하다는 게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브랜드 수가 많다는 것은 프랜차이즈가 주요 자영업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뜻한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위기감의 확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 된 이상 가맹점포 수가 늘어날 수 있고, 그만큼 전체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장은 역설적이게도 '경제 위기'라는 악재를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IMF)와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급성장했다. 거리로 내몰린 퇴직자나 무너진 중소 제조업자, 소상공인들은 저마다 새로운 삶을 위해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택했다. 프랜차이즈 창업은 개인 창업보다 손쉽고 안정적인 매장 운영이 가능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본사와 가맹점은 '갑-을 관계'라는 프레임도 있었지만 정부가 풀뿌리 경제 강화 차원에서 가맹점주 보호를 위한 각종 정책을 도입한 것도 한 몫 거들었다는 분석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외식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서비스업, 교육, 세탁, 꽃집 등 분야는 다양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선호도가 높지 않다. 실제 지난해 기준 본사 및 브랜드 수의 경우 외식 업종이 전체 업종 중 7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교육·세탁 등 서비스업(20%), 편의점 등 도소매업(5%) 순으로 많았다. 가맹점 수의 경우 외식 업종이 12만2574개로 전체 업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인수합병 시장 매물 등장

최근 굵직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인수합병(M&A) 시장의 주요 매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사모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다. M&A 시장에서 거론되는 주요 매물로는 IMM프라이빗에쿼티의 할리스커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한국법인, 어펄마캐피탈(전 SC PE)의 매드포갈릭,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버거킹, 모건스탠리PE의 놀부NBG 등이 있다.

개인 기업의 매물로는 마마스푸드의 카페마마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이 있다. 카페마마스와 MP그룹의 경우 개인이나 기업보다 사모펀드로 인수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과 차별화한 메뉴로 단기간에 실적 반등을 꾀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란 게 이유다.

다만 M&A 시장에 나온 매물 중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 사모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사모펀드 간 거래가 일반적이다. 매입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되팔기를 원하는 만큼 마땅한 구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능성과 성장 잠재력, 지난 실적, 예상 매각가 등이 거래의 기준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할리스커피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를 보유한 사모펀드들의 매각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우선 놀부NBG는 최근 성적표가 좋지 않다. 모건스탠리PE가 지난 2011년 인수 이후 매출 하락세를 보였다. 수년전부터 재매각을 추진했지만 시장에서 재매각 예상 금액이 당초 투자금보다 낮게 책정됐고, 재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규모를 앞세우고 브랜드 및 가맹점수 확대를 꾀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놀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716억원이다. 2018년 867억원과 비교하면 100억원 이상이 줄었다. 2017년 1015억원, 2016년 1203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더욱 커진다. 위안거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상승이다. 놀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억원으로 2018년 -14억원에서 흑자전환을 꾀했다. 놀부의 영업이익은 2016년 44억원을 기점으로 2017년 -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해왔다.

매드포갈릭의 경우 매년 실적 개선을 이뤄내고 있지만 외식업 가운데 패밀리레스토랑 시장의 낮은 성장성 및 임금 인상 이슈 등으로 인해 원매자들과 가격차이를 좁히지 못해 매각이 잠정 중단 된바 있다. 최근 재매각에 나서고 있지만 MP의 미스터피자 등 굵직한 브랜드가 매물로 등장, 매수자 입장에서 매력도가 높지 않은 점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M&A 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대거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굵직한 매물들이 많아 매수자가 유리한 고지에 있는 만큼 사모펀드가 원하는 매각 가격과 거래 가격의 간극은 벌어질 수 있어 거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너시스BBQ 등 토종브랜드, 대한제당의 파파이스 등 지속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

외식업으로 대변되는 한국 프랜차이즈 지형도는 최근 몇 년간 사모펀드와 비사모펀드 브랜드들로 양분되고 있다. 사모펀드는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를, 비사모펀드는 중소 브랜드 식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 10곳 미만의 중소형 프랜차이즈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사모펀드의 브랜드 수는 많지만 전체 시장 규모를 놓고 보면 사모펀드의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물론 이 같은 지형 변화 속에서도 꿋꿋하게 유지하고 있는 대형 브랜드도 있다. 대한제당의 계열사인 TS푸드앤시스템이 운영 중인 파파이스, CJ그룹 계열사인 CJ푸드빌의 뚜레쥬르, 제너시스BBQ의 BBQ 등이 대표적이다.

파파이스를 운영하는 TS푸드앤시스템은 지난해 미국 파파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RBI Inc)'과 종전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서비스 계약 설립을 제외한 운영에 대한 서비스 계약으로 변경했지만 자체 경쟁력 강화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최근 미국 등 해외를 중심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치킨버거를 주력 메뉴로 내세우고 있어 매출 상승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 공정위가 지난 2월 발표한 2019년 말 기준 가맹산업 현황을 보면 패스트푸드 업종이 가맹점 평균매출액이 가장 높았던 만큼 사모펀드 입장에서 파파이스는 상당히 매력적인 곳으로 분류된다.

CJ그룹 계열사인 CJ푸드빌의 베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는 매각설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최근 사측에서 '사실과 다르다'며 브랜드를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는 소비자 접근성이 뛰어나고, 기존 사모펀드가 보유하지 않은 업종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제너시스BBQ는 토종 프랜차이즈 브랜드로서 가맹점주와 상생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새로운 사업모델 도입 등에 있어 정부의 규제로 인해 양적 성장이 어려웠지만 최근 배달 중심의 소자본 창업 형태의 가맹점 모델을 선보이는 등 돌파구를 적극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이디야커피와 교촌치킨 등은 상장을 통해 토종 프랜차이즈 브랜드로서 성장세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외에 중견 프랜차이즈로 분류되는 김가네와 티바두마리치킨 등도 사모펀드 매각보다는 경비 절감 위주의 자체 지속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가 사모펀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토종 프랜차이즈들의 지속경쟁력 강화 노력도 상당하다"며 "사모펀드의 매각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본사와 가맹점주의 상생 면에서는 토종 프랜차이즈가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의 경우 재매각이 목적인 만큼 수익률 확대를 위한 경영전략 구사와 재매각에 따른 운영 방침 및 노사 갈등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로열티 기반 변화 동의 "균형감 있는 정부 정책 필요"

사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은 더딘 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주 수입이 로열티가 아닌 물류 중심으로 구성된 소위 '한국형 프랜차이즈' 구조 탓이다. 로열티 구조는 가맹점 매출 확대가 본사 매출 확대되는 공동체 구조지만 물류 중심의 구조는 가맹점은 본사의 거래처로 전락할 수 있다. 본사 위주로 수익이 집중되는 만큼 사모펀드 입장에선 매력적인 투자처로 분류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로열티를 위주로 한 질적 성장세는 더욱 느려질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가맹점만을 위한 지나친 본사 규제는 국내 프랜차이즈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사와 가맹점은 독립사업자로 동등한 관계지만 본사가 가맹점 사업자의 최저수익 보장과 10년 이상 운영 점포에 대한 가맹점주에 대한 계약 해지를 할 수 없도록 하는 표준가맹계약서 개정 등 업무 관련 규제에 나서는 것은 산업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논란 등의 문제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 전반에 로열티 기반의 사업방식 변화 필요성을 인식하는 등 본사와 가맹점간 상생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본사가 가맹점과 상생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 보다는 본사 육성과 진흥 위한 정부의 균형감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