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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스케치]'마무리 부재' 속 '컴백 오승환' 처음 본 류중일 감독의 소회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프로야구 사령탑. 참 고독한 자리다.

끝이 좋은 시즌이라도 중간에 반드시 고비가 온다. 덜컥 연패라도 빠지면 한없이 외로워진다. 누구도 결정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쓰린 속을 달래줄 유일한 친구는 소주 한잔 뿐이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 최근 많이 힘들었다. 오랜 지도자 생활 속 산전수전 다 겪은 현역 최고참 사령탑. 하지만 여전히 프로야구 감독 자리는 어렵고 또 어려운 자리다.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조차 선택 버튼을 눌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승승장구하던 윌슨 켈리 차우찬의 부진. 1~3선발의 동반 하락세는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연쇄적으로 고우석이 없는 불펜 마저 흔들렸다. 그야말로 마운드 총체적 난국.

하지만 류 감독의 손에 쥔 선택의 패는 없었다. 지난해까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외인 듀오의 덜컥거림. 그렇다고 교체할 상황도 아니다.

마무리 부재 역시 대안이 없었다. 급한 대로 구위가 좋은 신인급 우완 이상규를 써봤지만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불펜 경험이 있는 고졸 2년차 정우영에게 힘든 보직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친정팀 삼성과의 대구 3연전. 류 감독으로선 만감이 교차한 시리즈였다.

마무리 부재 속에 내준 첫 두판. 그 속에서 영광의 시간을 함께 했던 마무리 오승환의 희비가 엇갈렸다. 강우콜드게임으로 끝난 첫날 우중 혈투 속에 8회 조기투입 돼 옛 스승 앞에서 세이브를 따낸 '끝판왕'. 다음날에는 복귀 후 첫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하지만 삼성 선수들은 12회 연장 혈투 끝에 재 역전승을 거뒀다.

오승환을 무너뜨린 경기. LG로선 반드시 가져갔어야 할 게임이었다. 하지만 LG에는 한점차 경기를 마무리할 투수가 없었다.

12회 말, 류 감독은 잠시 갈등했다. "1⅔이닝을 던진 우영를 무리해서라도 1이닝 더 올릴까, 아니면 상수 한타자만 더 상대 하고 해수를 올릴까 하다 바로 해수를 바로 올렸어요. 우영이가 막아낸다는 보장도 없었고요. 해수가 차라리 안타를 맞았어야 했는데 볼넷으로 내 보낸 것이 화근이었죠. 자욱이 빗맞은 적시타도 운이 나빴고요. 결과가 안 좋으니 속상하죠."

12회 진해수 이상규 송은범을 차례로 투입했지만 역전을 막지 못했다.

"해수와 은범이 같은 베테랑 선수도 마무리를 하러 나오는 과정이 쉽지 않은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물며 이상규는 (마무리가) 처음이잖아요. 젊은 친구가 올라와 마무리를 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기중 류중일 감독은 이런 생각을 했다.

원칙을 지켰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혹사 논란 같은 부분을 개의치 말고 그냥 밀어붙이는 건 어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류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소신을 밝혔다.

"저는 정도를 지키는 야구를 해왔다고 생각해요. 야구관이라고 해야하나. 감독직 이란 게 욕 먹는 자리지만 혹사시켜가며 이기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어요. 단기전 같은 경우는 모르겠어요. 단기전에서는 오승환을 2이닝 쓴 적도 있긴 하죠. 하지만 시즌 중 혹사를 시켜서 제 욕심을 차린 적은 없어요."

아쉬움 속에 이어진 4연패. 그 와중에 승부욕 강한 옛 제자 오승환은 3연투를 자청하며 불펜 대기를 선언했다. 이 소식을 들은 류 감독은 "아마 선수 본인이 던지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불혹을 바라보는 오승환이 지금까지도 건재할 수 있는 건 분명 과거 류 감독의 철저한 관리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상대팀 덕아웃에서 오승환을 바라보는 느낌을 묻는 질문에 류 감독은 예민한 이야기는 피했다. 그저 "워낙 열심히 하고,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잘하는 선수니까"라며 변함 없는 활약을 예상했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8회초 결정적 승부처에서 신묘한 대타 기용으로 동점 타점(김호은)과 역전 타점(정근우)을 이끌어냈다. 이후 김현수의 쐐기 만루포까지 터졌다. 8회 불펜에서 몸을 풀던 오승환의 3연투는 없던 일이 됐다.

5연패를 피하면서 사흘 만에 4위로 복귀한 경기. 이날 LG 마무리 고우석은 첫 라이브 피칭을 소화하며 1군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