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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박해진 ''꼰대인턴' 통해 '꼰대력' 자가검열..되고 싶지 않아요'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박해진(38)이 '꼰대인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06년 KBS2 '소문난 칠공주'의 연하남으로 데뷔해 벌써 14년이 흘렀다. 박해진은 그동안 KBS2 '내 딸 서영이'(2012), SBS '별에서 온 그대'(2013), '닥터 이방인'(2014), '치즈 인더 트랩'(2016) 등 굵직한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안방의 시청자들을 홀렸다. 오는 1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신소라 극본, 남성우 연출) 역시 성공적인 마무리를 이어가는 중이다. 12부작으로 기획된 '꼰대인턴'은 가까스로 들어간 회사를 이직하게 만들었던 최악의 꼰대 부장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의 지질하면서도 통쾌한 복수극이자, 시니어 인턴의 잔혹한 일터 사수기를 그리는 드라마로, 신구세대를 막론하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한몸에 받았다.

박해진은 극중 구 '옹골' 라면사업부 마케팅영업팀 인턴이자 현 '준수식품' 마케팅영업본부 마케팅영업팀 팀장인 가열찬 부장 역을 맡아 열연했다. 과거 인턴시절 팀의 부장이었던 이만식(김응수)에게 온갖 괴롭힘을 받고 퇴사한 뒤 그를 잊고 살았지만, 자신이 부장으로 있는 팀에서 이만식을 부하직원으로 다시 만나게 되며 의외의 케미와 브로맨스를 만들어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이만식의 딸인 이태리(한지은)와도 깜짝 러브라인을 선사하며 '관계 역전 오피스물'의 중심이 됐다.

박해진은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꼰대인턴'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꼰대인턴'은 코로나와의 전쟁 속에서도 살아남은 작품. 철저한 방역과 예방이 무사 촬영을 도왔다. 박해진은 "촬영 장소의 캔슬도 많았고 회사 로비나 큰 곳들은 캔슬이 돼서 돌려서 찍었다. 저희가 조심할 수 있고 케어가 가능한 곳을 주로 찍었고, 세트에 들어가서 하면서도 저희끼리 조심해서 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었다.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해준 작품이다. 감독니부터 해서 현장의 막내 FD친구까지 고생을 많이 해주셔서 작품이 잘 마무리된 것은 스태프들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박해진은 시청률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인데, TV 앞에만 앉아서 TV를 보던 시기는 지났다. 체감이 훨씬 크기는 하다. 수치상의 시청률보다. 많은 분들이 얘기를 해주시니까. 괜히 예전에는 제가 뭘 하는지도 모르시면서 '잘 보고 있어요' 햇는데 그럼 '감사합니다' 했는데 요즘에는 '꼰대인턴 잘 보고 있어요' 하시면 기분이 좋다. 젊은 분들도 좋아해주시고 아무래도 저희가 '꼰대'라는 고유명사를 전면에 내세워서 공감대 형성에도 도움이 됐고, 초반에 제가 5년 전 시절 핍박을 받았던 모습들이 극화가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꼰대인턴'은 특히 스스로의 '꼰대력'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드라마. 박해진은 스스로의 '꼰대력'에 대해 "슬슬 꼰대력이 발동하고 있는데 성격이 소심해서 나 씹을까봐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다. 후배들이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사실 없다. 후배들과 동료의 입장에서 삐그덕거리는 부분이 있으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지. '우리 때는 그렇게 안 했어'는 못한다. 그러면 큰일 난다"며 "굳이 그런 얘기를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현장은 무조건 빨리 가야 한다는 주의다. 리허설하고 슛가고 하면 스태프들이랑 인사할 시간도 없다. 스태프들 인사도 하고 얘기하고. 인사라기 보다는 몸을 푸는 거다. 그런게 좋다는 생각을 한다. 들을 '거리'를 안 만드는 편이다"고 말하며 '바른 생활 청년'의 모습을 자랑했다.

현실적인 꼰대를 표현했기 ‹š문일까. '꼰대인턴' 속 가열찬의 모습은 호감과 비호감을 넘나들기도 했다. 이 위험부담을 고스란히 간직했던 박해진은 "정말 냉철하게 카리스마 있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열찬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열찬이는 조금 더 인간적인 인물, 드라마 속의 인물이다. 우리 곁에 있는 인물일 거라는 가정을 세우고 연기를 했고, 열찬이가 애초에 보여줬던 성격을 아예 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부장이 되고도 '나는 완벽한 부장이야'보다는 완벽한 부장이고자 노력하는 인물이었다. 별거 아닌 걸로 앙갚음을 하는 것들이 열찬스럽지 않나 싶다"며 "조금 더 한 칼을 뽑으면 좋겠는데, 열찬이의 칼이 무뎠던 거다.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이만식을 다시 만난 거니까. 그게 더 예리했더라도 싸움이 안됐을 거 같다. 이만식 씨가 느꼈을 때 아직은 '너 할테면 해보라'로 받아줘서 관계가 형성이 됐지, 더 센 에너지로 갔다면 불편한 관계였을 거 같다"고 말했다.

'꼰대인턴'은 그동안 못 봤던 박해진의 새 모습을 볼 수 있던 작품. 코미디를 새롭게 입으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박해진은 "날카롭고 냉철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어려웠다. 제 실제 성격이 그렇지 못하고 열찬이와 비슷한 성격인데, 열찬이처럼 꼰대로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모습을 보여드렸을 때 반응이 신선했다. 단순이 찌질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너무 우리 같다'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도 그래'하는 공감대에 맞춰서 좋아해주신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꼰대인턴'은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담아낸 드라마. 박해진은 "꼰대가 되어가는 과정들이 쉽지가 않았다. 탁정은 사원에게도 그렇고 다른 사원들에게도 마찬가지고. 꼰대가 되어가고 이 사람에게 화를 내지만, 진짜 화낸 사람은 탁정은 뿐이다.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는 거랑 비슷하 맥락이다. 그만큼 탁정은 사원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꼰대가 되어가는 과정들이 대본상으로는 '괜찮을까' 싶어서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해서 꼰대가 되는 과정을 과장되게 몰아줘서 열찬이가 이후에 분노가 터지는 모습들이 잘 표현이 됐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해진은 스스로의 '꼰대력'을 자가검열하며 "서로 불편해하지도 말고 어색해하지도 말고 다가오는걸 겁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감히 다가오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저같이 끼어 있는 배우들이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의 처세가 중요하고 그 친구들에게는 절대 어려워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어린 친구들을 보면 알겠지만, 걔네한테 무슨 말을 하겠냐. 항상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이제 꼰대 자가점검을 하게 되는 거 같다. '꼰대'라는 단어가 사회의 좋은 현상을 일으켰지만, 거리감을 두게 만드는 거 같다. 이것도 꼰대인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진은 '꼰대인턴'을 마친 뒤 드라마 '크라임 퍼즐'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